본문 바로가기
2007.10.31 20:51

엎어지다와 자빠지다

조회 수 8224 추천 수 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엎어지다와 자빠지다

어느 대학교수가 “재수 없는 놈은 엎어져도 코 깨진다더니” 하며 투덜거리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엎어지면 아무리 재수 있는 놈이라도 코가 깨지기 쉽다. 이분은 “재수 없는 놈은 자빠져도 코 깨진다” 하는 속담을 잘못 끌어 썼다. 어찌 이분뿐이랴! 아무래도 요즘 젊은 사람의 열에 예닐곱은 ‘엎어지다’와 ‘자빠지다’를 제대로 가려 쓰지 못하는 듯하다. 제대로 가려 쓰자고 국어사전을 뒤져도 뜻가림을 제대로 해놓은 것이 하나도 없다.

‘엎어지다’는 앞으로 넘어지는 것이고, ‘자빠지다’는 뒤로 넘어지는 것이다. 두 낱말 모두 본디 사람에게 쓰는 것이었으나 사람처럼 앞뒤가 있는 것이면 두루 쓰였다. 비슷한 말로 ‘쓰러지다’가 있다. ‘쓰러지다’는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모로 넘어지는 것이다. 앞으로든 뒤로든 모로든 그런 걸 가리지 않으면 그냥 ‘넘어지다’ 한다. ‘넘어지다’는 ‘엎어지다’와 ‘자빠지다’와 ‘쓰러지다’를 모두 싸잡아 쓰는 셈이다. 사전에 오르지는 못했으나 우리 고향에는 ‘구불지다/굼불지다’도 있다. 이것은 가파른 비탈에서 넘어져 구르기까지 하는 것, ‘넘어지다’와 ‘구르다’를 보탠 것이다.

이것들과 뜻이 아주 다른 말이지만 뒤섞어 쓰는 것에 ‘무너지다’도 있다. 이것은 본디 물처럼 아래로 부서져 내린다는 뜻이다. 엎어지나 자빠지나 쓰러지나 넘어지나 일으켜 세우면 본디대로 되지만 무너진 것은 본디처럼 일으켜 세울 수가 없다. 그만큼 다른 낱말이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8302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4978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9803
3084 축제, 축전, 잔치 바람의종 2010.04.17 8414
3083 축적과 누적 바람의종 2010.03.08 8916
3082 추호도 없다 바람의종 2010.07.26 13910
3081 추파와 외도 바람의종 2009.03.18 7884
3080 추파 바람의종 2007.08.31 11288
3079 추켜세우다, 치켜세우다 바람의종 2009.06.29 10204
3078 추석 바람의종 2010.08.07 11185
3077 추모, 추도 바람의종 2011.12.23 11352
3076 추리닝 바람의종 2009.08.01 6848
3075 추근대다, 찝적대다 바람의종 2011.12.12 13347
3074 추격, 추적 바람의종 2010.10.18 11342
3073 최대, 최다 바람의종 2008.12.12 10017
3072 총뿌리, 돌뿌리 바람의종 2009.12.23 11347
3071 총각김치 바람의종 2008.09.04 8611
3070 총각 바람의종 2010.05.28 9803
3069 촌지(寸志) 바람의종 2009.03.31 6891
3068 촌지 바람의종 2007.10.25 8221
3067 촌수 바람의종 2008.03.16 8594
3066 초콜릿, 발렌타인데이 바람의종 2010.02.25 9867
3065 초죽음 바람의종 2010.01.06 10864
3064 초주검이 되다 바람의종 2008.01.31 10623
3063 초생달, 초승달 바람의종 2010.05.12 1545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