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7.10.31 20:51

엎어지다와 자빠지다

조회 수 8296 추천 수 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엎어지다와 자빠지다

어느 대학교수가 “재수 없는 놈은 엎어져도 코 깨진다더니” 하며 투덜거리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엎어지면 아무리 재수 있는 놈이라도 코가 깨지기 쉽다. 이분은 “재수 없는 놈은 자빠져도 코 깨진다” 하는 속담을 잘못 끌어 썼다. 어찌 이분뿐이랴! 아무래도 요즘 젊은 사람의 열에 예닐곱은 ‘엎어지다’와 ‘자빠지다’를 제대로 가려 쓰지 못하는 듯하다. 제대로 가려 쓰자고 국어사전을 뒤져도 뜻가림을 제대로 해놓은 것이 하나도 없다.

‘엎어지다’는 앞으로 넘어지는 것이고, ‘자빠지다’는 뒤로 넘어지는 것이다. 두 낱말 모두 본디 사람에게 쓰는 것이었으나 사람처럼 앞뒤가 있는 것이면 두루 쓰였다. 비슷한 말로 ‘쓰러지다’가 있다. ‘쓰러지다’는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모로 넘어지는 것이다. 앞으로든 뒤로든 모로든 그런 걸 가리지 않으면 그냥 ‘넘어지다’ 한다. ‘넘어지다’는 ‘엎어지다’와 ‘자빠지다’와 ‘쓰러지다’를 모두 싸잡아 쓰는 셈이다. 사전에 오르지는 못했으나 우리 고향에는 ‘구불지다/굼불지다’도 있다. 이것은 가파른 비탈에서 넘어져 구르기까지 하는 것, ‘넘어지다’와 ‘구르다’를 보탠 것이다.

이것들과 뜻이 아주 다른 말이지만 뒤섞어 쓰는 것에 ‘무너지다’도 있다. 이것은 본디 물처럼 아래로 부서져 내린다는 뜻이다. 엎어지나 자빠지나 쓰러지나 넘어지나 일으켜 세우면 본디대로 되지만 무너진 것은 본디처럼 일으켜 세울 수가 없다. 그만큼 다른 낱말이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0880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7419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2307
3084 집히다 / 짚이다 바람의종 2011.11.17 13511
3083 경을 치다 바람의종 2007.12.27 13501
3082 메우다, 채우다 바람의종 2009.09.22 13494
3081 "~하에" 바람의종 2009.10.07 13485
3080 간지는 음력 바람의종 2010.01.20 13485
3079 퍼센트포인트 바람의종 2011.11.24 13479
3078 하릴없다와 할 일 없다 바람의종 2010.03.08 13477
3077 노가리 까다 바람의종 2008.02.22 13477
3076 냄비, 남비 바람의종 2010.01.15 13461
3075 노파심 바람의종 2010.11.01 13459
3074 ‘강시울’과 ‘뒤매’ 바람의종 2010.06.20 13442
3073 응큼하다 바람의종 2012.10.09 13440
3072 좋으네요, 좋네요 바람의종 2010.04.19 13439
3071 센티 바람의종 2011.05.01 13434
3070 초를 치다 바람의종 2010.09.05 13433
3069 진력나다, 진력내다 바람의종 2011.12.28 13433
3068 ‘팜므파말’ 바람의종 2011.12.22 13422
3067 ‘때식을 번지다’와 ‘재구를 치다’ 바람의종 2010.05.07 13415
3066 가시 돋힌 설전 바람의종 2010.04.01 13413
3065 어미 ‘-ㄹ지’,의존명사 ‘지’ 바람의종 2010.01.27 13411
3064 자립명사와 의존명사 바람의종 2010.01.28 13398
3063 깍둑이, 부스럭이 바람의종 2008.10.27 1337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