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7.10.31 20:51

엎어지다와 자빠지다

조회 수 7964 추천 수 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엎어지다와 자빠지다

어느 대학교수가 “재수 없는 놈은 엎어져도 코 깨진다더니” 하며 투덜거리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엎어지면 아무리 재수 있는 놈이라도 코가 깨지기 쉽다. 이분은 “재수 없는 놈은 자빠져도 코 깨진다” 하는 속담을 잘못 끌어 썼다. 어찌 이분뿐이랴! 아무래도 요즘 젊은 사람의 열에 예닐곱은 ‘엎어지다’와 ‘자빠지다’를 제대로 가려 쓰지 못하는 듯하다. 제대로 가려 쓰자고 국어사전을 뒤져도 뜻가림을 제대로 해놓은 것이 하나도 없다.

‘엎어지다’는 앞으로 넘어지는 것이고, ‘자빠지다’는 뒤로 넘어지는 것이다. 두 낱말 모두 본디 사람에게 쓰는 것이었으나 사람처럼 앞뒤가 있는 것이면 두루 쓰였다. 비슷한 말로 ‘쓰러지다’가 있다. ‘쓰러지다’는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모로 넘어지는 것이다. 앞으로든 뒤로든 모로든 그런 걸 가리지 않으면 그냥 ‘넘어지다’ 한다. ‘넘어지다’는 ‘엎어지다’와 ‘자빠지다’와 ‘쓰러지다’를 모두 싸잡아 쓰는 셈이다. 사전에 오르지는 못했으나 우리 고향에는 ‘구불지다/굼불지다’도 있다. 이것은 가파른 비탈에서 넘어져 구르기까지 하는 것, ‘넘어지다’와 ‘구르다’를 보탠 것이다.

이것들과 뜻이 아주 다른 말이지만 뒤섞어 쓰는 것에 ‘무너지다’도 있다. 이것은 본디 물처럼 아래로 부서져 내린다는 뜻이다. 엎어지나 자빠지나 쓰러지나 넘어지나 일으켜 세우면 본디대로 되지만 무너진 것은 본디처럼 일으켜 세울 수가 없다. 그만큼 다른 낱말이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41382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187735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202861
    read more
  4. 시말서

    Date2007.10.20 By바람의종 Views7257
    Read More
  5. 사투리와 토박이말

    Date2007.10.20 By바람의종 Views9771
    Read More
  6. 신병

    Date2007.10.21 By바람의종 Views7127
    Read More
  7. 경제성

    Date2007.10.21 By바람의종 Views9423
    Read More
  8. 십팔번

    Date2007.10.22 By바람의종 Views6966
    Read More
  9. 외국어와 새말

    Date2007.10.22 By바람의종 Views9867
    Read More
  10. 애매하다

    Date2007.10.23 By바람의종 Views9057
    Read More
  11. 알타이말

    Date2007.10.23 By바람의종 Views9767
    Read More
  12. 정종

    Date2007.10.24 By바람의종 Views9115
    Read More
  13. 촌지

    Date2007.10.25 By바람의종 Views8117
    Read More
  14. 정서적 의미

    Date2007.10.25 By바람의종 Views9555
    Read More
  15. 할증료

    Date2007.10.26 By바람의종 Views7450
    Read More
  16. 사라져가는 언어(1)

    Date2007.10.26 By바람의종 Views6358
    Read More
  17. 맨정신/맨흙

    Date2007.10.26 By바람의종 Views7930
    Read More
  18. 결초보은

    Date2007.10.27 By바람의종 Views10089
    Read More
  19. ‘강한 바람’만인가?

    Date2007.10.27 By바람의종 Views6910
    Read More
  20. 금수강산

    Date2007.10.28 By바람의종 Views10481
    Read More
  21. 사전과 방언

    Date2007.10.28 By바람의종 Views5968
    Read More
  22. 금지옥엽

    Date2007.10.31 By바람의종 Views8121
    Read More
  23. 새말과 사전

    Date2007.10.31 By바람의종 Views6062
    Read More
  24. 사라져가는 언어(2)

    Date2007.10.31 By바람의종 Views7109
    Read More
  25. 엎어지다와 자빠지다

    Date2007.10.31 By바람의종 Views7964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