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7.10.31 20:51

엎어지다와 자빠지다

조회 수 8348 추천 수 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엎어지다와 자빠지다

어느 대학교수가 “재수 없는 놈은 엎어져도 코 깨진다더니” 하며 투덜거리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엎어지면 아무리 재수 있는 놈이라도 코가 깨지기 쉽다. 이분은 “재수 없는 놈은 자빠져도 코 깨진다” 하는 속담을 잘못 끌어 썼다. 어찌 이분뿐이랴! 아무래도 요즘 젊은 사람의 열에 예닐곱은 ‘엎어지다’와 ‘자빠지다’를 제대로 가려 쓰지 못하는 듯하다. 제대로 가려 쓰자고 국어사전을 뒤져도 뜻가림을 제대로 해놓은 것이 하나도 없다.

‘엎어지다’는 앞으로 넘어지는 것이고, ‘자빠지다’는 뒤로 넘어지는 것이다. 두 낱말 모두 본디 사람에게 쓰는 것이었으나 사람처럼 앞뒤가 있는 것이면 두루 쓰였다. 비슷한 말로 ‘쓰러지다’가 있다. ‘쓰러지다’는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모로 넘어지는 것이다. 앞으로든 뒤로든 모로든 그런 걸 가리지 않으면 그냥 ‘넘어지다’ 한다. ‘넘어지다’는 ‘엎어지다’와 ‘자빠지다’와 ‘쓰러지다’를 모두 싸잡아 쓰는 셈이다. 사전에 오르지는 못했으나 우리 고향에는 ‘구불지다/굼불지다’도 있다. 이것은 가파른 비탈에서 넘어져 구르기까지 하는 것, ‘넘어지다’와 ‘구르다’를 보탠 것이다.

이것들과 뜻이 아주 다른 말이지만 뒤섞어 쓰는 것에 ‘무너지다’도 있다. 이것은 본디 물처럼 아래로 부서져 내린다는 뜻이다. 엎어지나 자빠지나 쓰러지나 넘어지나 일으켜 세우면 본디대로 되지만 무너진 것은 본디처럼 일으켜 세울 수가 없다. 그만큼 다른 낱말이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62701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224105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16Jul
    by 바람의종
    2009/07/16 by 바람의종
    Views 8067 

    삐리라

  5. No Image 27Jul
    by 바람의종
    2009/07/27 by 바람의종
    Views 8064 

    플래카드

  6. No Image 12May
    by 바람의종
    2009/05/12 by 바람의종
    Views 8061 

    카브라

  7. No Image 06Feb
    by 바람의종
    2010/02/06 by 바람의종
    Views 8055 

    아르바이트

  8. No Image 24Oct
    by 바람의종
    2008/10/24 by 바람의종
    Views 8054 

    쪽집게, 짜깁기

  9. No Image 29Dec
    by 風磬
    2006/12/29 by 風磬
    Views 8051 

    서낭당

  10. No Image 15May
    by 바람의종
    2007/05/15 by 바람의종
    Views 8051 

    선보다

  11. 살피재

  12. No Image 09Jun
    by 바람의종
    2007/06/09 by 바람의종
    Views 8045 

    낙점

  13. No Image 23Feb
    by 바람의종
    2010/02/23 by 바람의종
    Views 8038 

    발바리

  14. No Image 16Mar
    by 바람의종
    2008/03/16 by 바람의종
    Views 8036 

    매발톱꽃

  15. No Image 21Sep
    by 바람의종
    2009/09/21 by 바람의종
    Views 8036 

    바이크

  16. No Image 27Mar
    by 바람의종
    2008/03/27 by 바람의종
    Views 8030 

    소태와 소도

  17. No Image 18Sep
    by 바람의종
    2008/09/18 by 바람의종
    Views 8030 

    뒷간이

  18. No Image 20Jan
    by 바람의종
    2008/01/20 by 바람의종
    Views 8027 

    씨알머리가 없다

  19. No Image 30Jul
    by 바람의종
    2009/07/30 by 바람의종
    Views 8023 

    갈가지

  20. No Image 26Nov
    by 風磬
    2006/11/26 by 風磬
    Views 8021 

    망나니

  21. No Image 18Dec
    by 바람의종
    2008/12/18 by 바람의종
    Views 8021 

    옥석구분

  22. No Image 09Jun
    by 바람의종
    2008/06/09 by 바람의종
    Views 8013 

    손가락방아

  23. No Image 15Feb
    by 바람의종
    2008/02/15 by 바람의종
    Views 8009 

    씀바귀

  24. No Image 12Jul
    by 바람의종
    2008/07/12 by 바람의종
    Views 8000 

    생잡이·생둥이

  25. No Image 05Jan
    by 바람의종
    2008/01/05 by 바람의종
    Views 7999 

    제맛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7 88 89 90 91 92 93 94 95 96 97 98 99 100 101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