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7.10.25 07:38

정서적 의미

조회 수 9895 추천 수 2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정서적 의미

국어사전에는 ‘샘’의 뜻을 ‘물이 땅에서 솟아나는 곳, 또는 그 물’이라고 풀이한다. ‘샘’이 가지는 물리적 현상을 푼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전라 방언에서 쓰이는 ‘샘’의 고장말 ‘시암’을 쓴다면 이 ‘시암’의 의미는 쓰는 사람 따라 상당히 다른 정서적 의미를 갖게 된다.

‘집안이나 마을 어귀에서 물이 솟아나는 곳’이 일반적인 의미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쌀이나 채소를 씻거나 손빨래를 하며 물을 긷는 곳, 아낙네들이 모여 삶의 얘기를 나누는 곳, 겨울에 물 길러 갔다가 얼음에 미끄러져 다친 곳, 여름철 더위에 등목을 하던 곳’ 등 다양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시암’이라는 방언에 녹아 있는 정감은 오랜 전통과 문화와 역사 속에서 다져진 정서적 의미를 말하는 것이다. ‘시암’에 얽힌 개인의 추억과 경험에 따라서 방언 ‘시암’의 문화·정서적 의미는 아주 다양할 것이다. 그래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그 고장말을 많이 쓸 수밖에 없다. 이는 ‘새미, 시얌, 새암, 삼,  …’ 들로 말하는 고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주로 쓰는 말은 대체로 경험적으로 익힌 것들이다. 따라서 어려서부터 길든 말을 즐겨 쓰게 된다. 이럴 때, 표준어가 보여주는 물리·현상적 의미와 고장말의 체험·정서적 의미가 대립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장말의 문화·정서적 의미를 고려하지 않는 환경을 만나면 사람들은 표현에 한계를 느끼고 글쓰기와 말하기를 어렵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태영/전북대 교수·국어학





***** 윤영환님에 의해서 게시물 카테고리변경되었습니다 (2008-10-14 00:05)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8460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5137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0025
48 영어 절대평가 風文 2022.05.17 1233
47 불교, 경계를 넘다, 동서남북 風文 2022.08.15 1219
46 내색 風文 2023.11.24 1213
45 위드 코로나(2), '-다’와 책임성 風文 2022.10.06 1207
44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경영하지 않는 경영자들 관리자 2022.02.13 1206
43 부사, 문득 風文 2023.11.16 1197
42 아이들의 말, 외로운 사자성어 風文 2022.09.17 1185
41 거짓말, 말, 아닌 글자 風文 2022.09.19 1183
40 막냇동생 風文 2023.04.20 1174
39 편한 마음으로 風文 2021.09.07 1168
38 외국어 선택하기 風文 2022.05.17 1163
37 불교, 불꽃의 비유, 백신과 책읽기 風文 2022.09.18 1162
36 뒷담화 風文 2020.05.03 1153
35 비판과 막말 風文 2021.09.15 1147
34 귀순과 의거 관리자 2022.05.20 1144
33 맞춤법을 없애자 (3), 나만 빼고 風文 2022.09.10 1142
32 언어공동체, 피장파장 風文 2022.10.09 1118
31 대명사의 탈출 風文 2021.09.02 1116
30 배뱅잇굿 風文 2020.05.01 1112
29 치욕의 언어 風文 2021.09.06 1093
28 '미망인'이란 말 風文 2021.09.10 1084
27 딱 그 한마디 風文 2021.09.06 103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