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소리/쓴소리
아무래도 ‘고언’(苦言)을 하기보다는 ‘감언’(甘言)을 하기가 쉽고, ‘고언’을 듣기보다는 ‘감언’ 듣는 것이 좋다. 뜻으로는 ‘감언’이 좋을 듯하나 쓰임을 보면 ‘감언에 넘어가다’, ‘감언에 이끌리다’, ‘감언으로 꾀다’처럼 부정적으로 쓰이는 반면, ‘고언’은 그 반대다.
“앞으로 동학이 어디로 나갈 것인가. … 그게 중요하기 때문에 소승 감히 고언(苦言)을 드리는 바이오.”(박경리, 〈토지〉)
이를 달리는 ‘단소리’ ‘쓴소리’로 쓴다. 여기서 ‘단소리’는 감언을 다듬은 말 같은데 〈표준국어대사전〉에 ‘단소리’는 오르지 않았고, ‘쓴소리’는 올랐으나 ‘고언의 북한어’로 풀이돼 있다. 그런데 최근 문헌이나 방송 쪽 자료를 보면 ‘감언’이나 ‘고언’보다 ‘단소리’와 ‘쓴소리’가 훨씬 자주 쓰이는 편이다.
“… 단소리만 받아들이고 쓴소리는 받아들일 용기가 없는 모양이라고 ‘일침’을 놓은 뒤 ….”(〈한겨레〉) “… 시장은 단소리만 좋아하고 쓴소리 하는 의원들에겐 미운털을 박아놓고 저런답니다.”(명쾌한 외, 〈단소리 쓴소리〉)
‘단소리’와 ‘쓴소리’를 이처럼 자주 쓴다면 옹근 자격을 줘야 할 것이다. 파생어 ‘단소리하다’와 ‘쓴소리하다’도 마찬가지다.
‘듣기 좋게 꾸며 하는 말’인 ‘단소리’보다 ‘듣기에는 거슬리나 도움이 되는 말’인 ‘쓴소리’에 귀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겠다.
한용운/겨레말큰사전 편찬부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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