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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은 모두 시계를 갖고 있다



      제2장 꿀벌과 찌르레기의 실험

    찌르레기의 생물 시계

  그라머와 같은 막스 플랑크 협회의 행동 심리학 부문 연구소에 있던 호프만이라는 과학자는 그라머가 뜻하지 않은 죽음을 맞은 후, 그의 뒤를 이어 찌르레기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 갔다. 그리고 그의 연구에 의해서 찌르레기는 몸 속에 있는 생물 시계의 작용으로 태양이 시시각각 이동하는 것을 계산에 넣으면서, 변화하는 태양의 위치를 기준으로 삼아 계속 각도를 수정하여 목적한 방향을 향해 날아간다는 것이 분명하게 증명되었다. 호프만은 찌르레기가 생물 시계를 갖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실험을 추진했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태양은 6시간 동안 90도 만큼 위치가 변하지. 우선 자연 상태 그대로의 밤과 낮의 주기에 따라 찌르레기를 키우는 거야. 그리고 언제나 남쪽에 있는 그릇에서 모이를 먹도록 훈련시키자. 이렇게 훈련을 시킨 후에, 새장을 실험실 안으로 들여와서 자연 상태의 밤과 낮의 주기보다 6시간 정도 늦은 시간을 나타내는 인공적인 조명을 이용해서 밝게 했다, 어둡게 했다를 반복하는 거야. 그리고 찌르레기의 활동을 관찰해 보자. 결론을 얻을 수 있겠지.'

  호프만은 찌르레기를 6시간씩 늦은 시간을 나타내도록 장치된 인공 조명 속에서 한동안 살게 했다. 찌르레기는 처음에는 시간이 바뀐 것에 당황했지만 이런 조명이 계속되자 결국은 이 새로운 시간대에 익숙하게 되었다. 호프만은 새로운 시간 감각을 갖게 된 찌르레기를 잠시 자연 그대로의 햇빛에 내놓는 실험을 했다. 호프만의 생각은 이랬다.

  `찌르레기가 만일 생물 시계를 갖고 있다면, 찌르레기의 생물 시계는 인공적인 조명이 알려 준 시간 감각에 맞추어 조절되어 있을 거야. 그러니 올바른 시간 감각에 맞추어 조절되어 있을 거야. 그러니 올바른 시간과는 6시간 정도 차이가 나는 시간 감각을 갖게 되었겠지. 6시간의 시간 차가 나타내는 각의 차이는 90도야. 그러니 찌르레기는 자연 그대로의 햇빛을 보고는, 남쪽과 직각 방향에 있는 모이 그릇을 찾아가서 모이를 먹으려고 할 것이 분명해.'    

  실험 결과는 호프만이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미리 예상했던 것과 완전히 일치하는 결과를 얻었던 것이다. 오전 9시, 태양의 위치는 정남쪽에서 45도 동쪽으로 치우쳐 있다. 그리고 오후 3시에는 남향에서 45도 서쪽으로 치우쳐 있게 된다. 오후 3시에 실험실로부터 밖으로 나와 자연적인 햇빛을 본 찌르레기는 어떤 행동을 보였을까? 찌르레기는 6시간 늦은 시간 관념 속에서 살고 있었다. 따라서 원래의 시간은 오후 3시이지만, 찌르레기는 그보다 6시간 늦은 시간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오후 3시가 찌르레기에게는 오전 9시였다. 찌르레기는 현재 시간이 오전 9시이므로 태양의 위치에서 45도 서쪽으로 기울어진 방향이 남쪽이 된다. 그래서 그쪽의 모이 그릇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실은 오후 3시였고, 해가 떠있던 곳은 남쪽에서 서쪽으로 45도 정도 기울어진 곳이었다.  맨 처음 자연 상태에서 살던 찌르레기는 인공적으로 6시간 늦은 시간에 인공적인 해가 뜨고 지게 하자, 첫날에는 90도가 어긋난 방향 감각을 보였다. 그러나 계속 이런 인공적인 시간 감각 속에서 살게 하자 조금씩 조금씩 방향 감각을 보정해서, 결국 6시간 차이가 나는 인공적인 밤과 낮의 주기에 익숙해졌다. 6시간 늦은 시간에 맞추어 살게된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다시 자연적인 햇빛 속에서 살게 하자, 첫날은 90도가 어긋난 방향 감각을 나타냈지만 차츰 자연적인 주기에 적응해 갔다.

  환경에서 쏟아져 오는 빛의 주기가 갑자기 몇 시간씩 빨라지거나 늦어지거나 할 경우, 처음에는 어떤 생물이나 이전의 주기에 맞추어 생활한다. 그러나 새로운 주기가 계속 반복되면 그것에 익숙해져 결국은 새로운 주기에 맞춰 생활하게 된다. 여러분도 비행기를 타고 먼 나라로 여행을 떠난 사람들이 처음 며칠 동안은 시차 때문에 상당히 고생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사람도 다른 생물처럼 갑자기 바뀐 주기에 익숙해지는 데에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찌르레기를 새장에 넣고 관찰하면 밤에는 꼼짝도 않고 홰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낮 동안에는 이리저리 부지런히 날아다닌다. 생물 중에는 찌르레기처럼 밤에는 잠을 자고 낮에는 깨어나는 리듬을 갖고 있는 것이 상당히 많다.  호프만은 찌르레기가 잠들고 깨어나는 리듬을 조사하기 위해서 햇빛이 차단된 실내에서 인위적인 낮과 밤을 만들었다. 12시간은 조명을 밝게 하고, 12시간은 어둡게 하면서 찌르레기를 관찰했던 것이다. 관찰 결과, 찌르레기는 불이 들어오면 이리저리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고, 불이 꺼지면 잠을 잤다. 호프만은 인공적인 밤과 낮에 따라 잠자고 활동하는 리듬을 24시간 주기로 계속 반복시켰다. 그 뒤, 호프만은 환경 조건을 바꾸었다. 불을 켰다 껐다 하지 않고, 하루 24시간 동안 계속 약한 전등을 켜 두기로 한 것이다. 호프만은 조명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조그만 단서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찌르레기는 계속 규칙적으로 잠들고 깨어나는 리듬을 나타냈다.

  그런데 찌르레기가 보이는 리듬은 24시간을 주기로 계속되는 것은 아니었다. 매일 조금씩 잠에서 깨어 활동에 들어가는 시간이 빨라졌던 것이다. 이렇게 잠자고 깨어나는 리듬이 조금씩 빨라지더니 결국은 원래의 시간과 정반대되는 시간에 잠들고 깨어나게 되었다. 시간 감각이 달라지면서 모이 그릇에 대한 방향 감각도 반대가 되고 말았다. 어느 정도나 빨라졌던 것일까? 항상 약한 전등이 켜 있는 곳에서 찌르레기가 잠들고 깨어나는 리듬은 평균 23시간 30분이었다. 하루에 30분씩 빨라졌던 것이다. 그러니 12일 후에는 6시간이 빨라졌고, 따라서 방향 감각도 90도가 어긋나서 다른 방향에서 모이를 찾게 되었다. 그 뒤로도 계속 활동이 빨라져 날이 가면 갈수록 바깥 세상과 다른 시간 주기를 보였다. 호프만의 연구에서는 찌르레기가 생물 시계를 갖고 있음이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 찌르레기가 가진 생물 시계 특유의 주기는 24시간보다는 조금 짧았다. 이 시계는 잠들고 깨어나는 리듬뿐만 아니라 철에 따라 이동을 할 때, 태양 나침반을 통해 방향을 결정하는 데에도 지배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 증명되었다.

  여기서 잠시, 꿀벌과 찌르레기에 대해 정리를 해 보자.  꿀벌이나 찌르레기는 양쪽 모두,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해가는 태양의 위치를 표지로 해서 방향을 결정한다. 이들은 하루의 어느 시각에 의해 태양의 위치가 어디인가를 알고, 그 위치에 따라 '태양 나침반'을 사용해서 방향을 결정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렇게 시간의 흐름을 아는 능력은 X라는 외부 요인이 아니라 생물의 내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점은 꿀벌을 대상으로 한 대양을 건너는 실험에 의해 증명되었다. 꿀벌이나 찌르레기가 이런 실험을 통해 보여 준 신비로운 행동은 모두 몸 속에 있는 생물 시계에 의해 지배되고 있었다. 이 생물 시계는 하루에 약 1번씩 돌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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