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4.20 03:43

그 말을 왜했던고

조회 수 3931 추천 수 2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그 말을 왜했던고

  이씨조 효종 때 유념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신라 때 불국사와 석굴암을 이룩한 김대성과 흡사한 일화를 가지고 있다.

  평양에 한 부부가 사는데 세상에도 똑똑한 아들을 두어 그 놈이 열 살 때의 일이다. 하루는 평안 감사의 근감한 행차를 구경하고는 "나도 공부 잘해서 평안감사가 될 터야요" 부모는 그 소리를 듣고 가슴이 메어지는 듯 하였다. 그래 우리같은 쌍놈은 공부가 제 아무리 용하여도 그렇게는 될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해 주었다. 그랬더니, "그렇게 한 번 못될 바에는 살아서 무엇 하겠느냐?"며 그날로부터 식음을 전폐하고 누웠다가 죽어 버렸다. 그래 달리 다른 자식이라고는 없는 이 부부는 그날이면 잃은 자식의 제사를 지내 주며 "그 말을 왜 했던고?" 하고 무던히도 울었다.

  그런데 이 유념이란 분이 어려서부터 이상한 일이 있는데 자기 생일이면 꼭 꿈에 어딘가 가서 잘 먹는데 반드시 늙은 부부가 "그 말을 왜 했던고?" 하고 운다. 철이 든 뒤에도 항상 그러했는데 평안감사가 되어 부임하여 처음 겪는 생일 날 여전히 거기를 갔다. 이번엔 늙은 할머니만이 운다. 그리고 거기는 동헌에서 얼마 안되는 거리였다.  신기하여 밤중이건만 사람을 앞세우고 찾아가보니 꼭 꿈에 보던 그 할머니가 같은 소리를 되뇌이며 울고 있다. 그에게서 연유를 알았고 꿈에 보던 대로 영감은 연전에 죽어서 지금은 없는 것이다.  유념은 그 뒤 돌아와 얼마 안 있어 세상을 떠났다. 생전에 못 이룬 소원을 성취하고 그의 영혼은 곱게 돌아간 모양이다.

 

?

자유글판

『아무거나 쓰세요. 손님도 글쓰기가 가능합니다.^^』

Title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동영상 황석영 - 5.18강의 風文 2024.05.22 9577
공지 음악 부활 - 친구야 너는 아니 (시:이해인) 風文 2023.12.30 40520
공지 사는야그 가기 전 風文 2023.11.03 42808
공지 동영상 U2 - With Or Without You (U2 At The BBC) 風文 2019.06.20 4720
866 문전성시 바람의종 2008.01.07 4197
865 문장부호 개정안 file 바람의종 2012.11.09 46064
864 문인상경 바람의종 2008.01.06 4128
863 문익점은 붓두껍에 목화씨를 몰래 감춰 왔다? 바람의종 2011.11.17 33565
862 동영상 문을 여시오 - 임창정 風文 2017.02.26 12269
861 무항산 무항심 바람의종 2008.01.05 3761
860 무표정한 사람들 푸른골 2010.08.08 25247
859 무제 1 순이 2010.01.01 19197
858 좋은글 무엇이 보이느냐 바람의종 2010.07.04 26292
857 무언가가 막고 있다 6 하늘지기 2007.01.29 32203
856 좋은글 묘지명 바람의종 2010.01.15 26223
855 좋은글 몽상가와 일꾼 바람의종 2010.02.05 30352
854 몸은 비록 장인이지만 風文 2020.07.19 3119
853 목축의 신 판 바람의종 2007.04.23 3283
852 목마의 계교 바람의종 2007.04.02 3062
851 동영상 모창 능력자들의 스페셜 무대 '하나 되어' ♬ 히든싱어3 17회 風文 2020.09.11 4711
850 모순 바람의종 2008.01.04 3544
849 모세처럼 홍해를 건넌 나폴레옹 바람의종 2010.02.07 3326
848 동영상 모란봉악단 - 설눈아 내려라 風文 2020.07.19 321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9 50 51 52 53 54 55 56 57 58 59 60 61 62 63 ... 101 Next
/ 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