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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17 09:31

백약지장

조회 수 4428 추천 수 1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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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약지장

  술은 어떤 약보다는 이롭다는 말이다. 전한과 후한 사이의 14년간 신이라는 나라가 있었다. 그 단명했던 나라의 황제 왕망은 경제정책을 철저히 하고자 해서 백성들에게 조서를 내렸거니와 그 허두에 이런 구절이 나와 있다.

  "소금은 식효의 장이요. 술은 백약의 장이자 연회의 기호품이며 쇠는 농사의 근본이니라."

  그는 소금과 술과 쇠를 정부 사업으로 삼았기에 그 물건들의 요긴함을 가르치고 있는 셈이었다. 그렇다면 그의 나라는 어찌하여 그렇게 단명하였던가?

  애제가 죽자 그의 외척들에 의해 조정을 쫓겨났던 왕망이 다시금 대사마의 자리에 앉았으니 군사와 정사의 대권을 쥔 최고관으로서 어린 평제를 제위에 올렸다. 당시 백성들은 모든 것을 잃고 얻는 것이 없으며 죽는 수는 있어도 살 수는 없다고 일컬어질만큼 궁핍한 사회였다. 왕 망은 이윽고 제 딸을 평제의 아내가 되게 했으나 불로장생하는 약주라는 초주를 12세 난 평제에게 올려 독살하고 보다 조종하기 쉬운 두 살 난 아기를 내세우고 스스로가 황제가 되었던 것이다.

  그는 유교의 성인인 주공을 이상으로 하여 신성한 정치를 피력했으나 관리들은 큰 장사치들과 결탁하여 제도를 악용해서 돈을 벌려고 날뛰었으니 백성들은 더욱 고통을 겪게 되었다. 그래서 앞서 인용한 조서를 내려 백성들의 소득을 늘리려고 했건만 백성의 생활은 악화되기만 하여 난리가 꼬리를 물더니 기어이 실각하고야 말았다. 그는 술만 마시면 공자의 말씀을 입에 올렸고 그러면서도 재앙을 가셔주는 기적이 나타나기를 고대하다가 필경 온몸을 난도질 당하여 죽었던 것이다.  천하의 애주가들이 곧잘 내세우는 '백양지상'설에는 이상과 같은 피비린 고사가 깃들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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