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뒤로 하고 진을 치면 적은 정면으로 공격해 오고 뒤에는 강물이니 물러서면 빠져 죽을 판이라서 나아가 사력을 다해 적을 무찌른다는 전법.
한 고조가 제위에 오르기 2년 전(BC204)일이다. 한 신은 위나라를 무찌른 여세를 빌어 조나라로 진격하였다. 그래 조나라 군사 20만이 정경땅의 좁은 길목에 집결하고 굳건한 성을 쌓고 대비하고 있었다. 한 신은 정경 땅 어귀에 이르자 경기병 2천만에게 한 자루씩 깃발을 주고
"그대들은 저 성 근방의 산에 잠복해 있으라. 우리 순사가 도주하는 척하고 물러나면 적은 전력을 다해 추격해 올테니 그대들은 그 사이에 성으로 들어가서 적의 깃발을 거두고 우리 군사의 기를 꽂으라."
한 신은 또한 만여 명의 군사를 강물을 뒤로 하고 포진한 다음 일부 병력으로 하여금 좁은 길목으로 진격케 하였다. 강물을 뒤로하고 포진한 한군을 보고 조나라 군사들은 자못 비웃었다. 드디어 몇 차례의 각축전 끝에 한군은 예정대로 후퇴하여 '배수의 진'에 합류하니 조나라 군병은 한 신의 목을 베겠다고 온통 쏟아져 나왔다. 그리하여 성새가 빈 사이에 잠복해 있던 한 신의 경기병 2천 명이 들어가 성벽의 깃발들을 온통 갈아 꽂았다.
한편 강물을 뒤로 하고 포진한 한군 만여 명은 물러날 여지가 없는 까닭에 필사적으로 싸웠으니 조군은 다시 성채 안으로 돌아가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자기네 성채에는 어느새 한군의 깃발들이 나부끼고 거기서도 한군이 공격해 오고 있지 않은가. 앞뒤로 한군의 공격을 받아 조나라 군병 20만은 참패하고 말았다. 싸움이 끝난 축하연에서 부하 장수들이 한 신에게 물었다.
"병법에는 산을 등지고 강을 바라보며 싸우라고 했습니다. 한데 이번에 강물을 등지고 싸우신 까닭은?" "어느 병서에 보면 자신을 사경에 빠뜨림으로써 비로서 살아날 수 있느니라 하였고. 그 병법을 이번에 활용한 셈인데 왜냐면, 우리 군사는 워낙 원정을 거듭해왔던 만큼 온통 보충병으로써 이루어진 군병이오 그러니 생지에 놓아두면 결속이 안될 것이 뻔하지 않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