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6901 추천 수 1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의뭉스러운 이야기 1」(시인 이재무)   2009년 8월 4일





 





한여름 주말 오후 고속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하였다. 어느 주말 오후 충청도 예산 출신 L씨는 모처럼 고향의 부름을 받고 서둘러 현관을 나섰다. 차가 톨게이트를 빠져나가는 데만 무려 시간 반을 넘기고 있었다. 마음이 까닭 없이 불안하고 초조해졌다. 이상 기온으로 사람의 체온에 육박하는 섭씨 34도에 이른 기온에 아스팔트는 엿가락처럼 휘어지고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L씨의 고물차는 에어컨이 고장난 상태였다. 차 안의 열기는 찜질방을 무색케 할 정도였다. 울컥, 몸 속 울화라는 짐승이 몸 밖으로 자꾸 뛰어나오려 발광을 해대고 있었다. 가뜩이나, 정체에다가 몰려드는 더위로 머리 뚜껑이 열릴 지경인데 아까부터 자꾸 뒤차가 클랙슨을 눌러 대고 있었다.


 


눈구멍이 막히지 않았다면 저도 뻔한 도로 사정을 모르지 않을 텐데 저 작자의 머릿속은 무엇이 들었길래 저리도 속알머리 없이 잔망을 떨어내는 것일까. 그러거니 말거니 L씨는 모르쇠로 일관하며 애써 길이 뚫리기만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뒤차는 그런 L씨의 심사는 아는지 모르는지 거듭 신경질적으로 클랙슨을 눌러 대며 화를 부채질하고 있었다. 참다 못한 L씨는 차를 갓길에 세워 두고 뒤차에게로 갔다. 그리고는 앞문을 열게 한 후 뜨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운전자를 향해 금강 하류처럼 느려 터진 말투로 한 마디 일갈하였다. “여보슈, 보면 몰러, 왜 그렇게 보채는 거유, 내가 책임질 일이 아니잖유, 그렇게 급하면 어제 오지 그랬슈.”


 


씨근벌떡하며 웃통을 벗고 손부채로 더위를 쫓는 연방 담배 한 대를 피워 문 후 L씨는 한결 느긋한 자세로 운전대를 잡았다. 거짓말처럼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막히고 얽혔던 찻길이 시나브로 풀려 가고 있었다.























■ 필자 소개


 




이재무(시인)


1958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1983년 《삶의 문학》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시집 『섣달 그믐』『온다던 사람 오지 않고』『벌초』『몸에 피는 꽃』『시간의 그물』『위대한 식사』『푸른 고집』『저녁 6시』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생의 변방에서』『우리 시대의 시인 신경림을 찾아서』(공저)『사람들 사이에 꽃이 핀다면-이재무의 시 읽기』 등이 있다. 난고(김삿갓)문학상과 편운문학상을 수상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9335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8608
2701 침착을 되찾은 다음에 風文 2015.08.20 12603
2700 침묵하는 법 風文 2014.12.05 9549
2699 침묵의 예술 바람의종 2008.11.21 7194
2698 침묵과 용서 風文 2024.01.16 979
2697 친절을 팝니다. 風文 2020.06.16 821
2696 친애란 무엇일까요? 바람의종 2007.10.24 10885
2695 친밀함 바람의종 2009.10.27 4991
2694 친밀한 사이 風文 2023.12.29 404
2693 친구인가, 아닌가 바람의종 2008.11.11 7656
2692 친구의 슬픔 風文 2013.07.09 12154
2691 친구와 힐러 風文 2013.08.20 13637
2690 친구라는 아름다운 이름 바람의종 2008.09.29 8001
2689 친구(親舊) 바람의종 2012.06.12 7749
2688 치유의 접촉 바람의종 2012.11.21 7014
2687 치유의 장소, 성장의 장소 風文 2019.06.05 803
2686 치유의 문 風文 2014.10.18 11263
2685 치유와 정화의 바이러스 風文 2020.05.05 775
2684 충분하다고 느껴본 적 있으세요? 바람의종 2010.01.09 6195
2683 충고와 조언 바람의종 2013.01.04 7676
2682 춤추는 댄서처럼 바람의종 2011.08.05 5757
2681 춤을 추는 순간 風文 2023.10.08 548
2680 출발점 - 도종환 (114) 바람의종 2009.01.23 4792
2679 출발 시간 바람의종 2009.02.03 7134
2678 출근길 風文 2020.05.07 60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