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7919 추천 수 1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내 말이 그렇게 어려운가요」(시인 조용미)   2009년 7월 10일





 





시인과 소설가는 동류인 줄 알았다. 사실 그렇기도 하지만 동류도 아주 다른, 이보다 더 다를 수는 없는 동류다. 일상은 시의 적인가. 시는 정말 일상의 반대편에 서 있기만 한 것인가.


 


특별히 가까이 지내본 소설가가 없어서 나는 소설가나 시인이나 같은 글쟁이이므로 동일한 안테나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로 생각했다. 그러나 몇 안 되지만 내가 겪어 본 바로, 우리는 같은 동네에만 살지 집의 크기도, 위치도, 창문의 방향도 거의 다른 곳을 향하고 있는 사람들임을 어렵지 않게 알게 되었다.


 


외국인과의 결혼 뒤에는 영주권이 있고, 이방인에 대한 견제 뒤에는 국수주의가 있고, 고슴도치의 털 뒤에는 우아함이 있다지만, 시의 뒤에는 시인이 있고, 시인의 뒤에도 시가 있을 뿐이다.


 


얼마 전에 소설 쓰는 후배를 만나기로 했다. 만날 장소로 나가려다 아무래도 장소를 변경해야 할 것 같아서, 약속시간이 한 시간밖에 남아 있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방에게 조금 다급한 마음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쪽엔 아는 식당이 없어. 인사동에서 만나 삼청동 쪽으로 가야겠어. 그 건너편 저쪽으로‥> 약간의 불안감은 있지만 나는 우리가 움직일 동선이며 만날 장소를 눈앞에 그리며 또박또박 문자를 눌렀다. 조금 지난 후에 답이 왔다. <네. 종로경찰서 길 건너편 삼청동 입구에서 뵐게요.> 몸에 착 감기는 것 같은 답이라 얼른 문자를 보냈다. <맞아. 바로 내가 표현하려던 말이야. 곧 보도록 하자.>


 


그 날 후배가 만나서 한 말을 옮겨 보자면 이렇다. “저는 선배님 문자 받고 설마 이 메시지가 끝은 아니겠지 하고 다음 문자를 기다렸어요. 그런데 더 이상 문자가 없어서, 설마하던 마음을 포기하고 답을 드렸어요. 그런데, 맞아 바로 이게 내가 표현하려던 그 말이었다니. 어휴, 선배님 저니까 이 말을 알아 들었지 다른 사람 같으면 어림도 없어요.” 그동안 내 화법에 약간이나마 단련이 되어 말을 알아 들은 거라는, 그런 요지의 말이었다. 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후배에게 말했다. “아니, 그, 건너편, 거기다 저쪽이라고까지 했으니 그보다 더 정확한 말이 어디 있어? 너는 어쩌면 그렇게도 말을 정확하게 할 수 있는지 부러워. 역시 소설가는 다르구나.”


 


운전 중인 누군가에게 전화로 길을 알려 줄 일이 있었다. 나는 친절하게 성심을 다해 설명했다. “거기서 앞을 쭉 바라보면 나무들 중에 유난히 녹색빛이 짙은 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거기서 우회전하면 돼.” 상대방은 못 참겠다는 듯 버럭 화를 냈다. 운전 중인 사람에게 그렇게 설명을 하면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후배에게 며칠 후 이메일을 받았는데 끝이 이랬다. ‘선배님 말씀을 신통하게도 잘 알아 듣는 후배 OO 올림’






















■ 필자 소개


 




조용미(시인)


1962년 경북 고령에서 태어나, 1990년 《한길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일만 마리 물고기가 山을 날아오르다』『삼베옷을 입은 자화상』『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가 있다.


  1. No Image notice by 風文 2023/02/04 by 風文
    Views 13258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2. 친구야 너는 아니

  3. No Image 06Jul
    by 바람의종
    2009/07/06 by 바람의종
    Views 7918 

    「광진이 형」(시인 김두안)

  4. No Image 28May
    by 바람의종
    2009/05/28 by 바람의종
    Views 6159 

    「그 모자(母子)가 사는 법」(소설가 한창훈)

  5. No Image 20May
    by 바람의종
    2009/05/20 by 바람의종
    Views 8195 

    「그 부자(父子)가 사는 법」(소설가 한창훈)

  6. No Image 09Jun
    by 바람의종
    2009/06/09 by 바람의종
    Views 10200 

    「그녀 생애 단 한 번」(소설가 정미경)

  7. No Image 12May
    by 바람의종
    2009/05/12 by 바람의종
    Views 7835 

    「긴장되고 웃음이 있고 재미있으며 좀 가려운」(소설가 성석제)

  8. No Image 10Jul
    by 바람의종
    2009/07/10 by 바람의종
    Views 7919 

    「내 말이 그렇게 어려운가요」(시인 조용미)

  9. No Image 09Jun
    by 바람의종
    2009/06/09 by 바람의종
    Views 8514 

    「내 이름은 이기분」(소설가 김종광)

  10. No Image 12Jun
    by 바람의종
    2009/06/12 by 바람의종
    Views 5313 

    「누구였을까」(소설가 한창훈)

  11. No Image 29Jul
    by 바람의종
    2009/07/29 by 바람의종
    Views 7582 

    「니들이 고생이 많다」(소설가 김이은)

  12. No Image 09Jun
    by 바람의종
    2009/06/09 by 바람의종
    Views 6646 

    「똥개의 노래」(소설가 김종광)

  13. No Image 09Jul
    by 바람의종
    2009/07/09 by 바람의종
    Views 7015 

    「만두 이야기_1」(시인 최치언)

  14. No Image 10Jul
    by 바람의종
    2009/07/10 by 바람의종
    Views 6572 

    「만두 이야기_2」(시인 최치언)

  15. No Image 23Jun
    by 바람의종
    2009/06/23 by 바람의종
    Views 6195 

    「미소를 600개나」(시인 천양희)

  16. No Image 15May
    by 바람의종
    2009/05/15 by 바람의종
    Views 9378 

    「바람에 날리는 남자의 마음」(소설가 성석제)

  17. No Image 25Jun
    by 바람의종
    2009/06/25 by 바람의종
    Views 8773 

    「밥 먹고 바다 보면 되지」(시인 권현형)

  18. No Image 10Jun
    by 바람의종
    2009/06/10 by 바람의종
    Views 6687 

    「부모님께 큰절 하고」(소설가 정미경)

  19. No Image 15Jul
    by 바람의종
    2009/07/15 by 바람의종
    Views 7619 

    「비명 소리」(시인 길상호)

  20. No Image 11Aug
    by 바람의종
    2009/08/11 by 바람의종
    Views 7939 

    「사랑은 아무나 하나」(시인 이상섭)

  21. No Image 17Jul
    by 바람의종
    2009/07/17 by 바람의종
    Views 9158 

    「성인용품점 도둑사건」(시인 신정민)

  22. No Image 08Jul
    by 바람의종
    2009/07/08 by 바람의종
    Views 7660 

    「세상에 없는 범죄학 강의」(시인 최치언)

  23. No Image 09Jun
    by 바람의종
    2009/06/09 by 바람의종
    Views 8012 

    「스페인 유모어」(시인 민용태)

  24. No Image 01Aug
    by 바람의종
    2009/08/01 by 바람의종
    Views 6303 

    「신부(神父)님의 뒷담화」(시인 유종인)

  25. No Image 14Jul
    by 바람의종
    2009/07/14 by 바람의종
    Views 8276 

    「쌍둥이로 사는 일」(시인 길상호)

  26. No Image 06Jul
    by 바람의종
    2009/07/06 by 바람의종
    Views 7833 

    「엉뚱스러운 문학교실」(시인 김종태)

  27. No Image 26Jun
    by 바람의종
    2009/06/26 by 바람의종
    Views 7477 

    「연변 처녀」(소설가 김도연)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