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7479 추천 수 1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연변 처녀」(소설가 김도연)   2009년 6월 26일_마흔세번째





 





고모님이 오셨다, 양념 치킨 한 마리를 사들고. 술잔을 권하며 애인이 있냐고 물었다. 나는 웃으며 술잔만 비웠다. 고모님이 사는 마을에 조선족 아주머니 한 분이 있다고 한다. 친한 모양이다. 고모님은 용의주도하시다. 내 나이를 묻는다. 힐난의 감정을 조금 묻혀서. 고모님은 내가 하는 일이 붓글씨를 쓰는 건 줄 안다. 글과 붓글씨라. 어딘가에서 핀트가 어긋났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그냥 술만 마신다. 마침내 고모님은 내 손을 잡고 말씀하신다. 함께 연변에 가자고. 450만 원만 있으면 가능하단다. 여자 집에서 일주일을 지내다가 마음에 들면 데려오는 거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여자 집으로 가면 된단다. 스물세 살까지 가능하단다. 우리 조카가 어디가 못나서 장가를 못 가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덕분에 소주 한 병을 모두 비웠다. 아궁이 앞에서 담배를 피웠다. 세밑의 눈보라. 잉걸불의 아궁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연기. 먹을것을 찾아 떼거지로 몰려온 귀신들. 잠이나 자자고 누운 자리… 이러다 저 아래 태국, 필리핀까지 내려가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 갈수록 인생이 장밋빛으로 변해 간다. 뱃속으로 들어간 들꿩과 산토끼가 밤새도록 퍼덕거리고 들뛰는 겨울밤, 변해 가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변해 가네.


 


얼굴도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연변 처녀여, 미안하다. 모든 것은, 최악을 고집하는 나의 우둔함이 원인이다! 결국 남한 땅에만 국한되었던 내 세계관만 넓어지고 말았다. 나이 한 살을 더 먹는 동안에.

















■ 필자 소개


 




김도연(소설가)


1966년 강원도 평창 출생. 1991년 강원일보, 199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 중앙신인문학상 수상. 소설집 『0시의 부에노스아이레스』『십오야월』 등이 있음.


  1.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Date2023.02.04 By風文 Views13299
    read more
  2. 친구야 너는 아니

    Date2015.08.20 By風文 Views102681
    read more
  3. 「의뭉스러운 이야기 1」(시인 이재무)

    Date2009.08.05 By바람의종 Views6937
    Read More
  4. 「웃음꽃이 넝쿨째!」(시인 손정순)

    Date2009.07.31 By바람의종 Views8483
    Read More
  5. 「웃음 배달부가 되어」(시인 천양희)

    Date2009.06.12 By바람의종 Views6031
    Read More
  6. 「웃음 3」(소설가 정영문)

    Date2009.06.25 By바람의종 Views5842
    Read More
  7. 「웃음 2」(소설가 정영문)

    Date2009.06.19 By바람의종 Views5797
    Read More
  8. 「웃음 1」(소설가 정영문)

    Date2009.06.16 By바람의종 Views6646
    Read More
  9. 「웃는 여잔 다 이뻐」(시인 김소연)

    Date2009.06.29 By바람의종 Views9268
    Read More
  10. 「웃는 동물이 오래 산다」(시인 신달자)

    Date2009.05.15 By바람의종 Views7743
    Read More
  11. 「웃는 가난」(시인 천양희)

    Date2009.06.18 By바람의종 Views5923
    Read More
  12. 「우리처럼 입원하면 되잖아요」(시인 유홍준)

    Date2009.07.17 By바람의종 Views6929
    Read More
  13. 「연변 처녀」(소설가 김도연)

    Date2009.06.26 By바람의종 Views7479
    Read More
  14. 「엉뚱스러운 문학교실」(시인 김종태)

    Date2009.07.06 By바람의종 Views7833
    Read More
  15. 「쌍둥이로 사는 일」(시인 길상호)

    Date2009.07.14 By바람의종 Views8282
    Read More
  16. 「신부(神父)님의 뒷담화」(시인 유종인)

    Date2009.08.01 By바람의종 Views6305
    Read More
  17. 「스페인 유모어」(시인 민용태)

    Date2009.06.09 By바람의종 Views8012
    Read More
  18. 「세상에 없는 범죄학 강의」(시인 최치언)

    Date2009.07.08 By바람의종 Views7661
    Read More
  19. 「성인용품점 도둑사건」(시인 신정민)

    Date2009.07.17 By바람의종 Views9158
    Read More
  20. 「사랑은 아무나 하나」(시인 이상섭)

    Date2009.08.11 By바람의종 Views7940
    Read More
  21. 「비명 소리」(시인 길상호)

    Date2009.07.15 By바람의종 Views7619
    Read More
  22. 「부모님께 큰절 하고」(소설가 정미경)

    Date2009.06.10 By바람의종 Views6687
    Read More
  23. 「밥 먹고 바다 보면 되지」(시인 권현형)

    Date2009.06.25 By바람의종 Views8775
    Read More
  24. 「바람에 날리는 남자의 마음」(소설가 성석제)

    Date2009.05.15 By바람의종 Views9378
    Read More
  25. 「미소를 600개나」(시인 천양희)

    Date2009.06.23 By바람의종 Views6195
    Read More
  26. 「만두 이야기_2」(시인 최치언)

    Date2009.07.10 By바람의종 Views6572
    Read More
  27. 「만두 이야기_1」(시인 최치언)

    Date2009.07.09 By바람의종 Views7015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02 103 104 105 106 107 108 109 110 111 112 113 114 115 116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