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6170 추천 수 1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미소를 600개나」(시인 천양희)   2009년 6월 23일_마흔번째





 





제자가 스승에게 주례를 부탁했다. ‘자네와 결혼할 여성은 어떤 사람인가?’ ‘미소를 한 600개나 가진 여성입니다.’ 스승은 더 이상 묻지 않고 주례를 승낙했다. 미소를 100개도 제대로 못 가진 나는, 그 스승과 제자의 문답이 늘 잊혀지지 않는다.


 


모나리자의 미소처럼 미소를 600개나 가진 여성, 어떤 미인이라도 미소를 600개나 가진 여성보다 아름다울 수는 없을 것이다.


 


몸이 아플 때나 괴로울 때, 화가 몹시 날 때 한 번도 웃지 않고 하루를 보낼 때도 있다. 그럴 때 나는 나 자신에게 기가 막혀 할 말을 잃게 된다.


 


웃으면서 아프고 웃으면서 괴로워하고 웃으면서 화를 내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생각해 본다. 그게 가당키나 한 일일까 생각하면서도,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하나만은 그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구는 입으로는 화를 내고 눈으로는 웃으라고 하지만, 그건 너무 어려운 방법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을 살짝 빌려온다. ‘그동안 우리 집 주차장을 쓰레기장으로 애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이상의 쓰레기장 개방을 중단하오니 이 점 널리 양해 바랍니다.’ 미소를  600개나 가진 여성과 결혼하는 그 남자가,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을 터득한 움베르토 에코가 부러운 것은 세상의 바보로 살더라도 웃음보를 터뜨리고, 웃음꽃을 피울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 필자 소개


 




천양희(시인)


1942년 부산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하였다.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사람 그리운 도시』『하루치의 희망』『마음의 수수밭』『오래된 골목』『너무 많은 입』등이 있다. 제43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9869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9158
2002 혼자 있는 즐거움 風文 2014.12.07 6246
2001 뿌듯한 자랑 風文 2014.12.01 6241
2000 아이는 풍선과 같다 風文 2015.01.05 6236
1999 이글루 바람의종 2009.02.19 6234
1998 '철없는 꼬마' 바람의종 2009.05.06 6234
1997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 바람의종 2009.06.20 6232
1996 한 사람이 빛을 발하면... 바람의종 2011.09.29 6231
1995 다음 단계로 발을 내딛는 용기 바람의종 2008.11.25 6228
1994 욕 - 도종환 (137) 바람의종 2009.03.03 6227
1993 불과 나무 - 도종환 (126) 바람의종 2009.02.04 6220
1992 정신의 방이 넓어야 노년이 아름답다 바람의종 2009.11.19 6216
1991 콩 세 알을 심는 이유 바람의종 2009.09.18 6209
1990 몸이 하는 말 바람의종 2009.04.30 6208
1989 덕 보겠다는 생각 바람의종 2012.10.17 6208
1988 그대 거기 있다고 슬퍼하지 마세요 (1) - 도종환 (100) 바람의종 2008.11.29 6201
1987 충분하다고 느껴본 적 있으세요? 바람의종 2010.01.09 6201
1986 생사의 기로에서 風文 2015.02.17 6199
1985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방법 바람의종 2009.02.01 6197
1984 더 기다리는 우리가 됩시다 - 도종화 (51) 바람의종 2008.08.01 6194
1983 '무의식'의 바다 바람의종 2012.08.13 6194
1982 흐르게 하라 바람의종 2009.12.23 6188
1981 허송세월 風文 2016.12.13 6181
1980 새 - 도종환 (135) 바람의종 2009.03.01 6177
1979 그리움 바람의종 2011.11.02 6173
1978 처음 하듯이 바람의종 2011.08.20 617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5 36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 49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