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6027 추천 수 2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웃는 가난」(시인 천양희)   2009년 6월 18일_서른일곱번째





 





어떤 나그네가 움막집 옆을 지나는데, 안에서 웃음 소리가 크게 들려 왔다. 찢어지게 가난할 것 같은 집에서 웃음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이상하게 여긴 나그네가 들어가서 물었다. ‘보아하니 집안 형편이 몹시 어려운 것 같은데, 무엇이 좋아서 그렇게 웃느냐’고 하자 그 집 주인인 가장(家長)이 이렇게 대답했다. ‘자식들 기르니 저축해서 좋고, 부모님 봉양하니 빚 갚아서 좋다. 그러니 웃을 수밖에요.’


 


집을 버리고 떠돌던 나그네는 가난해도 웃고 사는 그들을 보면서, 정작 가난한 것은 자신이라는 것을 크게 깨닫고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가난해서 웃음을 잃는 것이 아니라 웃음을 잃어서 가난하게 되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방글라데시의 행복지수는 세계 1위라고 하니, 가난하다고 해서 반드시 불행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가난해도 가난한 대로 남 탓하지 않고 욕심 없이 웃고 살기 때문에 그들은 행복한 것이다.


 


몇 년 전 라디오에서 어느 공단 근로자의 인터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근로자는 야간 작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하늘의 별을 바라볼 때, 집으로 돌아가 시를 읽을 때 웃음이 나오고 행복하다고 했다. 나는 그가 한 말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그때 그 근로자한테서 작은 말 같지만 큰 것을 느끼고 깨달았다. 그런 마음을 갖지 않고서는 누구도 웃게 할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 누구를 웃게 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을 살려 주고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이다. 마음이 살아날 때, 가난해도 웃음을 잃지 않고, 행복지수가 1위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필자 소개


 




천양희(시인)


1942년 부산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하였다.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사람 그리운 도시』『하루치의 희망』『마음의 수수밭』『오래된 골목』『너무 많은 입』등이 있다. 제43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17229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106771
3033 153세 냉동인간이 부활했다? - 냉동인간에 대하여 바람의종 2007.09.19 46999
3032 ‘옵아트’ 앞에서 인간은 천진난만한 아이가 된다! 바람의종 2007.08.15 46552
3031 '푸른 기적' 風文 2014.08.29 39272
3030 사랑이 잔혹한 이유는 에로스 신 부모 탓? 바람의종 2008.03.27 26590
3029 쥐인간의 죄책감은 유아기적 무의식부터? - 강박증에 대하여 바람의종 2007.10.10 25433
3028 행복과 불행은 쌍둥이 형제라고? 바람의종 2007.08.09 22672
3027 세한도(歲寒圖) - 도종환 (125) 바람의종 2009.02.02 21718
3026 희망이란 風文 2013.08.20 19542
3025 현대예술의 엔트로피 바람의종 2008.04.09 19043
3024 '야하고 뻔뻔하게' 風文 2013.08.20 18857
3023 정말 당신의 짐이 크고 무겁습니까? 바람의종 2007.10.10 18839
3022 136명에서 142명쯤 - 김중혁 윤영환 2006.09.02 18724
3021 Love is... 風磬 2006.02.05 18540
3020 그가 부러웠다 風文 2013.08.28 18316
3019 다다이즘과 러시아 구성주의에 대하여 바람의종 2010.08.30 17894
3018 커피 한 잔의 행복 風文 2013.08.20 17588
3017 히틀러는 라디오가 없었다면 존재할 수 없었다 바람의종 2008.08.05 17194
3016 자연을 통해... 風文 2013.08.20 16739
3015 젊은이들에게 - 괴테 바람의종 2008.02.01 16501
3014 흉터 風文 2013.08.28 16435
3013 세계 최초의 아나키스트 정당을 세운 한국의 아나키스트 바람의종 2008.07.24 15585
3012 방 안에 서있는 물고기 한 마리- 마그리트 ‘낯설게 하기’ 바람의종 2007.02.08 15539
3011 길 떠날 준비 風文 2013.08.20 1541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