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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가난」(시인 천양희)   2009년 6월 18일_서른일곱번째





 





어떤 나그네가 움막집 옆을 지나는데, 안에서 웃음 소리가 크게 들려 왔다. 찢어지게 가난할 것 같은 집에서 웃음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이상하게 여긴 나그네가 들어가서 물었다. ‘보아하니 집안 형편이 몹시 어려운 것 같은데, 무엇이 좋아서 그렇게 웃느냐’고 하자 그 집 주인인 가장(家長)이 이렇게 대답했다. ‘자식들 기르니 저축해서 좋고, 부모님 봉양하니 빚 갚아서 좋다. 그러니 웃을 수밖에요.’


 


집을 버리고 떠돌던 나그네는 가난해도 웃고 사는 그들을 보면서, 정작 가난한 것은 자신이라는 것을 크게 깨닫고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가난해서 웃음을 잃는 것이 아니라 웃음을 잃어서 가난하게 되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방글라데시의 행복지수는 세계 1위라고 하니, 가난하다고 해서 반드시 불행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가난해도 가난한 대로 남 탓하지 않고 욕심 없이 웃고 살기 때문에 그들은 행복한 것이다.


 


몇 년 전 라디오에서 어느 공단 근로자의 인터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근로자는 야간 작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하늘의 별을 바라볼 때, 집으로 돌아가 시를 읽을 때 웃음이 나오고 행복하다고 했다. 나는 그가 한 말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그때 그 근로자한테서 작은 말 같지만 큰 것을 느끼고 깨달았다. 그런 마음을 갖지 않고서는 누구도 웃게 할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 누구를 웃게 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을 살려 주고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이다. 마음이 살아날 때, 가난해도 웃음을 잃지 않고, 행복지수가 1위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필자 소개


 




천양희(시인)


1942년 부산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하였다.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사람 그리운 도시』『하루치의 희망』『마음의 수수밭』『오래된 골목』『너무 많은 입』등이 있다. 제43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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