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9.03.23 08:55

꽃소식 - 도종환 (145)

조회 수 6153 추천 수 1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아침에 집을 나서다 막 피기 시작하는 개나리꽃을 보았습니다. "어, 개나리 피었네!" 하는 소리가 나오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좋아서 혼자 웃었습니다. 그러면서 '어쩌면 좋아'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나리꽃이 피었다고 뭘 어찌 해야 되는 것도 아닌데 그냥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가슴이 설레었습니다.

백목련 잎이 막 벌어지면서 속에 있던 연한 연두색을 띤 잎이 입을 조금 열고 있는 게 보였습니다. 하루 이틀만 있으면 백목련도 하얀 등불 같은 꽃을 피울 것 같습니다. '백목련이 피면 어떻게 하나' 그런 생각을 하며 훈풍에 가지를 맡긴 채 가볍게 몸을 흔들고 있는 백목련 나무를 바라보았습니다.

아직 준비가 덜 되었는데 갑자기 반가운 손님이 들이닥쳤을 때의 심정과 같은 마음으로 꽃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날이 풀리면 한 번 내려오겠다곤 했지만
햇살 좋은 날 오후 느닷없이 나타나는 바람에
물 묻은 손 바지춤에 문지르며
반가움에 어쩔 줄 몰라 하듯
나 화사하게 웃으며 나타난 살구꽃 앞에 섰네

헝클어진 머리 빗지도 않았는데
흙 묻고 먼지 묻은 손 털지도 않았는데
해맑은 얼굴로 소리 없이 웃으며
기다리던 그이 문 앞에 와 서 있듯
백목련 배시시 피어 내 앞에 서 있네

(......)
나는 아직 아무 준비도 못했는데
어어 이 일을 어쩌나
이렇게 갑자기 몰려오면 어쩌나
개나리꽃 목련꽃 살구꽃
이렇게 몰려오면 어쩌나

---「꽃소식」

"어어 이 일을 어쩌나 / 이렇게 갑자기 몰려오면 어쩌나" 지금 그런 심정으로 꽃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도종환 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11798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101218
456 결단의 성패 바람의종 2009.06.29 5556
455 격려 바람의종 2010.04.07 2593
454 겨울나무 바람의종 2011.02.01 3557
453 겨울기도 - 도종환 (103) 바람의종 2008.12.06 6623
452 겨울 준비 - 도종환 (104) 바람의종 2008.12.08 6625
451 겨울 사랑 風文 2014.12.17 8328
450 겨울 나무 - 도종환 (130) 바람의종 2009.02.14 9304
449 게으름 風文 2014.12.18 8574
448 겁먹지 말아라 風文 2014.12.04 8787
447 검열 받은 편지 바람의종 2010.03.26 5015
446 검도의 가르침 風文 2022.02.01 664
445 걸음마 風文 2022.12.22 673
444 걸음 바람의종 2010.08.30 4278
443 걷기 자세 바람의종 2010.09.29 3384
442 건성으로 보지 말라 風文 2022.01.29 659
441 건설적인 생각 바람의종 2011.12.17 5385
440 건강해지는 방법 風文 2019.09.05 817
439 건강한 자기애愛 風文 2021.09.10 509
438 건강한 공동체 바람의종 2012.05.14 7837
437 건강이 보인다 바람의종 2010.07.21 3441
436 건강에 위기가 왔을 때 風文 2015.02.09 7448
435 건강과 행복 風文 2015.02.14 6740
434 걱정하고 계시나요? 윤안젤로 2013.06.05 10607
433 걱정말고 부탁하세요 바람의종 2010.02.10 4371
432 거절의 의미를 재조명하라 風文 2022.09.16 76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7 98 99 100 101 102 103 104 105 106 107 108 109 110 111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