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16 07:12
꽃은 소리 없이 핍니다 - 도종환 (143)
조회 수 6063 추천 수 13 댓글 0
꽃은 소리 없이 핍니다
꽃은 어떻게 필까요.
꽃은 소리 없이 핍니다. 꽃은 고요하게 핍니다. 고요한 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며 핍니다. 꽃은 서두르지 않습니다. 조급해 하지 않으면서 그러나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습니다.
아우성치지 않으면서 핍니다. 자기 자신으로 깊어져 가며 핍니다. 자기의 본 모습을 찾기 위해 언 땅속에서도 깨어 움직입니다. 어둠 속에서도 눈감지 않고 뜨거움 속에서도 쉬지 않습니다.
달이 소리 없이 떠올라 광활한 넓이의 어둠을 조금씩 지워나가면서도 외롭다는 말 한 마디 하지 않는 걸 보면서, 꽃도 그 어둠 속에서 자기가 피워야 할 꽃의 자태를 배웠을 겁니다.
자기 자신을 잃지 않으려 몸부림치지만 집착하지 않아서 꽃 한 송이를 이루었을 겁니다. 무념무상의 그 깊은 고요 속에서 한 송이씩을 얻었을 것입니다. 자아를 향해 올곧게 나가지만 자아에 얽매이지 않고, 무아의 상태에 머무를 줄 아는 동안 한 송이씩 꽃은 피어올랐을 겁니다.
석가모니의 설법을 듣다 말고 꽃 한 송이를 보며 웃음을 짓던 가섭의 심중은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요. 꽃 한 송이가 그렇게 무장무애한 마음의 상태에서 피어나는 것처럼 우리도 말씀 하나를 그렇게 깨닫고 삶의 경계 경계에서마다 화두 하나씩 깨쳐 나가야 한다는 걸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요.
진흙 속에 살고 진흙에서 출발 하되 진흙이 묻어 있지 않는 새로운 탄생. 우리의 삶도 그런 꽃과 같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었을까요.
풀 한 포기도 그와 똑같이 피어납니다. 그렇게 제 빛깔을 찾아 갑니다. 나무 한 그루도 그렇게 나뭇잎을 내밉니다. 가장 추운 바람과 싸우는 나무의 맨 바깥쪽을 향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되 욕심 부리지 않고, 욕심조차 버리고 나아가다 제 몸 곳곳에서 꽃눈 트는 소리를 듣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어린 잎새를 가지 끝에 내밀며 비로소 겨울을 봄으로 바꾸어 놓았을 것입니다.
봄도 그렇게 옵니다. 아주 작은 냉이꽃 한 송이나 꽃다지 한 포기도 그렇게 추위와 어둠 속에 그 추위와 어둠이 화두가 되어 제 빛깔의 꽃을 얻습니다.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가 혹독한 제 운명을 딛고 일어서는 모습을 발견하였을 때 사람들은 봄이 왔다고 말합니다. 발치 끝에 와 발목을 간지르는 어린 풀들을 보며 신호라도 하듯 푸른 잎을 내미는 나무들. 사람들은 그걸 보고 비로소 봄이 왔다고 말합니다. 그 나뭇가지 위로 떠났던 새들이 돌아오는 반가운 목소리가 모여 와 쌓일 때 비로소 봄이라고 말합니다.
추상명사인 봄은 풀과 나무와 꽃과 새라는 구체적인 생명들로 채워졌을 때 추상이라는 딱지를 떼고 우리의 살갗으로 따스하게 내려오는 것입니다.
꽃은 어떻게 필까요.
꽃은 소리 없이 핍니다. 꽃은 고요하게 핍니다. 고요한 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며 핍니다. 꽃은 서두르지 않습니다. 조급해 하지 않으면서 그러나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습니다.
아우성치지 않으면서 핍니다. 자기 자신으로 깊어져 가며 핍니다. 자기의 본 모습을 찾기 위해 언 땅속에서도 깨어 움직입니다. 어둠 속에서도 눈감지 않고 뜨거움 속에서도 쉬지 않습니다.
달이 소리 없이 떠올라 광활한 넓이의 어둠을 조금씩 지워나가면서도 외롭다는 말 한 마디 하지 않는 걸 보면서, 꽃도 그 어둠 속에서 자기가 피워야 할 꽃의 자태를 배웠을 겁니다.
자기 자신을 잃지 않으려 몸부림치지만 집착하지 않아서 꽃 한 송이를 이루었을 겁니다. 무념무상의 그 깊은 고요 속에서 한 송이씩을 얻었을 것입니다. 자아를 향해 올곧게 나가지만 자아에 얽매이지 않고, 무아의 상태에 머무를 줄 아는 동안 한 송이씩 꽃은 피어올랐을 겁니다.
석가모니의 설법을 듣다 말고 꽃 한 송이를 보며 웃음을 짓던 가섭의 심중은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요. 꽃 한 송이가 그렇게 무장무애한 마음의 상태에서 피어나는 것처럼 우리도 말씀 하나를 그렇게 깨닫고 삶의 경계 경계에서마다 화두 하나씩 깨쳐 나가야 한다는 걸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요.
진흙 속에 살고 진흙에서 출발 하되 진흙이 묻어 있지 않는 새로운 탄생. 우리의 삶도 그런 꽃과 같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었을까요.
풀 한 포기도 그와 똑같이 피어납니다. 그렇게 제 빛깔을 찾아 갑니다. 나무 한 그루도 그렇게 나뭇잎을 내밉니다. 가장 추운 바람과 싸우는 나무의 맨 바깥쪽을 향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되 욕심 부리지 않고, 욕심조차 버리고 나아가다 제 몸 곳곳에서 꽃눈 트는 소리를 듣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어린 잎새를 가지 끝에 내밀며 비로소 겨울을 봄으로 바꾸어 놓았을 것입니다.
봄도 그렇게 옵니다. 아주 작은 냉이꽃 한 송이나 꽃다지 한 포기도 그렇게 추위와 어둠 속에 그 추위와 어둠이 화두가 되어 제 빛깔의 꽃을 얻습니다.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가 혹독한 제 운명을 딛고 일어서는 모습을 발견하였을 때 사람들은 봄이 왔다고 말합니다. 발치 끝에 와 발목을 간지르는 어린 풀들을 보며 신호라도 하듯 푸른 잎을 내미는 나무들. 사람들은 그걸 보고 비로소 봄이 왔다고 말합니다. 그 나뭇가지 위로 떠났던 새들이 돌아오는 반가운 목소리가 모여 와 쌓일 때 비로소 봄이라고 말합니다.
추상명사인 봄은 풀과 나무와 꽃과 새라는 구체적인 생명들로 채워졌을 때 추상이라는 딱지를 떼고 우리의 살갗으로 따스하게 내려오는 것입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 風文 | 2023.02.04 | 9691 |
공지 | 친구야 너는 아니 1 | 風文 | 2015.08.20 | 99029 |
2627 | 이거 있으세요? | 바람의종 | 2008.03.19 | 8212 |
2626 | 오늘 음식 맛 | 바람의종 | 2012.12.10 | 8211 |
2625 | 별똥 떨어져 그리운 그곳으로 - 유안진 | 風磬 | 2006.12.01 | 8197 |
2624 | 흉내내기 | 風文 | 2014.12.16 | 8196 |
2623 | 향기에서 향기로 | 바람의종 | 2012.12.31 | 8194 |
2622 | 신성한 지혜 | 風文 | 2014.12.05 | 8193 |
2621 | solomoon 의 잃어버린 사랑을 위하여(17대 대선 특별판) | 바람의종 | 2007.12.20 | 8186 |
2620 | 「쌍둥이로 사는 일」(시인 길상호) | 바람의종 | 2009.07.14 | 8172 |
2619 | 이야기가 있는 곳 | 風文 | 2014.12.18 | 8170 |
2618 | 희망의 발견 | 바람의종 | 2009.06.17 | 8162 |
2617 | 벽을 허물자 | 바람의종 | 2008.11.29 | 8157 |
2616 | 꿈은 춤이다 | 바람의종 | 2012.06.13 | 8157 |
2615 | "일단 해봐야지, 엄마" | 風文 | 2014.12.24 | 8156 |
2614 | 큐피드 화살 | 風文 | 2014.11.24 | 8155 |
2613 | 인생 기술 | 바람의종 | 2013.01.21 | 8153 |
2612 | 가장 작은 소리, 더 작은 소리 | 바람의종 | 2012.10.30 | 8145 |
2611 | 나그네 | 바람의종 | 2007.03.09 | 8143 |
2610 | 더 넓은 공간으로 | 바람의종 | 2012.11.22 | 8142 |
2609 | 흙 | 바람의종 | 2012.02.02 | 8134 |
2608 | '굿바이 슬픔' | 윤안젤로 | 2013.03.05 | 8133 |
2607 | 사사로움을 담을 수 있는 무한그릇 | 바람의종 | 2008.02.03 | 8131 |
2606 | 그 꽃 | 바람의종 | 2013.01.14 | 8131 |
2605 | 「그 부자(父子)가 사는 법」(소설가 한창훈) | 바람의종 | 2009.05.20 | 8129 |
2604 | '나는 내가 바꾼다' 중에서 | 바람의종 | 2008.03.08 | 8127 |
2603 | 가을이 떠나려합니다 | 風文 | 2014.12.03 | 8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