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9.03.03 16:14

욕 - 도종환 (137)

조회 수 6323 추천 수 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모악산 금산사는 템플스테이로도 유명합니다. 종교가 다른 이들이나 외국인들도 금산사의 절 체험에 많이 참여합니다. 일주일간의 참선을 끝내고 돌아가는 날이었습니다. 한 남자가 템플스테이를 주관하시는 일감 스님에게 인사를 하며 "스님, 저 이혼하기로 결심했습니다."하고 말하였습니다. 아내가 자기에게 욕을 하였기 때문이라고 그 남자는 말했습니다.

스님은 그 말을 듣고 "야 이 나쁜 놈아"하고 욕을 퍼부었습니다.
갑자기 반말로 욕을 해대는 스님을 보며 남자는 "아니 스님 왜 욕을 하십니까?" 하고 어이없어 하는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스님은 "나는 한 번 욕을 했지만 너는 일주일 내내 백번도 더 욕을 했잖아."하고 소리치셨습니다. 참선을 한다고 절방에 앉아서 일주일 내내 아내를 미워하고 속으로 욕하고 그것이 결국 헤어져야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스님은 생각하신 거겠죠.

"너 같이 모자란 놈에게 네 아내가 십 년 동안 한번밖에 욕을 안했다면 네 아내는 참으로 착한 여자야."

스님의 욕설을 듣고 있던 그 남자는 눈물을 흘리며 엎드려 세 번 절하고 산문을 내려갔습니다.

스님은 그 남자도 착한 남자라고 하셨습니다. 스님의 꾸지람과 호통 소리에 눈물을 흘리고 절하는 걸 보면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스님은 참선이란 자기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하십니다. 도를 깨닫는 것도 결국 자기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것을 직시하게 되는 것이라는 겁니다. 살면서 가장 절실하게 고민하는 것 그것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 그게 깨닫는 것이라는 거지요.

상대방에게서 느끼는 실망스러운 감정은 바로 자신 속에 오래전부터 있어온 것이라고 합니다. 남편은 화를 내거나 아내를 욕하지 않았는데 아내가 자기에게 어떻게 욕을 할 수 있느냐고 생각했지만, 욕설과 분노는 남자의 마음속에 있던 것이라는 겁니다.

일주일을 선방에 앉아 있으면서도 내가 왜 이렇게 괴로워하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을 때 욕을 해서라도 깨닫게 해 주는 스님이 곁에 계신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도종환 시인


  1.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Date2023.02.04 By風文 Views14245
    read more
  2. 친구야 너는 아니

    Date2015.08.20 By風文 Views103625
    read more
  3. 자기 비하

    Date2009.03.27 By바람의종 Views6577
    Read More
  4. 사랑하다 헤어질 때

    Date2009.03.26 By바람의종 Views5541
    Read More
  5. 들은 꽃을 자라게 할 뿐, 소유하려 하지 않습니다 - 도종환 (147)

    Date2009.03.26 By바람의종 Views5216
    Read More
  6. 사람이 항상 고상할 필요는 없다

    Date2009.03.25 By바람의종 Views5541
    Read More
  7. 2도 변화

    Date2009.03.24 By바람의종 Views7380
    Read More
  8. 고맙고 대견한 꽃 - 도종환 (146)

    Date2009.03.23 By바람의종 Views7010
    Read More
  9. 꽃소식 - 도종환 (145)

    Date2009.03.23 By바람의종 Views6267
    Read More
  10. 점심시간에는 산책을 나가라

    Date2009.03.23 By바람의종 Views7062
    Read More
  11. 당신이 희망입니다

    Date2009.03.23 By바람의종 Views4704
    Read More
  12. 황홀한 끌림

    Date2009.03.23 By바람의종 Views7450
    Read More
  13. 민들레 뿌리 - 도종환 (144)

    Date2009.03.18 By바람의종 Views7710
    Read More
  14. 그대도 나처럼

    Date2009.03.18 By바람의종 Views5353
    Read More
  15. 대팻날을 갈아라

    Date2009.03.17 By바람의종 Views3845
    Read More
  16. 꽃은 소리 없이 핍니다 - 도종환 (143)

    Date2009.03.16 By바람의종 Views6258
    Read More
  17. 책이 제일이다

    Date2009.03.16 By바람의종 Views6929
    Read More
  18. 잘 살아라. 그것이 최고의 복수다

    Date2009.03.14 By바람의종 Views7188
    Read More
  19. '사랑한다'

    Date2009.03.14 By바람의종 Views6430
    Read More
  20. 정신적 지주

    Date2009.03.14 By바람의종 Views6531
    Read More
  21. 없는 돈을 털어서 책을 사라

    Date2009.03.14 By바람의종 Views4594
    Read More
  22. 비교

    Date2009.03.14 By바람의종 Views4752
    Read More
  23. 마음의 평화

    Date2009.03.14 By바람의종 Views4641
    Read More
  24. 통찰력

    Date2009.03.14 By바람의종 Views7570
    Read More
  25. 그래도 사랑하라

    Date2009.03.14 By바람의종 Views5320
    Read More
  26. 봄은 처음의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 도종환 (142)

    Date2009.03.14 By바람의종 Views5308
    Read More
  27. 봄은 차례차례 옵니다 - 도종환 (141)

    Date2009.03.14 By바람의종 Views6468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8 99 100 101 102 103 104 105 106 107 108 109 110 111 112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