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7138 추천 수 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98090227110420&Section=04당신의 오늘 하루는 어땠습니까









당신의 오늘 하루는 어땠습니까?
오늘 하루의 삶, 오늘 하루의 생활은 만족할 만했습니까? 무엇인가를 얻은 하루였는지요? 다른 날보다 훨씬 새로웠던 하루였는지요?

아니면 어제와 전혀 다를 바 없는 지루하고 답답했던 하루는 아니었습니까? 서류더미 사이에서 하루 종일 쓰고 지우고 계산기를 두드리며 정신없이 보낸 하루는 아니었습니까? 전화에 시달리고 똑같은 계단을 몇 번씩 오르내리거나, 똑같은 대답을 수십 번씩 반복해야 하는 하루는 아니었는지요? 먹을 것을 준비하고 치우고 다시 차리는 동안 설거지 물통을 따라 아래로 빠져 내려가는 하숫물처럼 그렇게 땟물을 안고 흘러가 버리는 나날은 아니었는지요?

새롭게 생산하고 창조하는 삶이지 못했다고 느끼는 생활의 연속은 아니었는지요? 저무는 저녁놀을 바라보며 차에 실려 돌아오는 길 지친 어깨보다 먼저 지치는 내 영혼을 바라보다 '이것이었는가, 내가 꿈꾸던 삶은?' 하는 물음을 나 자신에게 던져봅니다.

그러면서 다시 고개를 가로젓습니다. 나보다 더 어려운 조건 속에서 더 힘들고 버거운 일을 하면서도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은 하루 종일 서류만을 복사해주는 사람도 있고, 하루 종일 전화로 물어오는 물음에 대답만을 해 주어야 하는 사람도 있고, 똑같은 자리에 똑같은 나사를 끼우는 일을 몇 달씩 해야 하는 사람도 있는 것을 생각해 봅니다.

돌을 깎아 아름다운 조각을 만드는 일은 작품 하나가 만들어 지는 몇 달 몇 년의 기간 동안 즐겁기만 할까요. 향기도 맛도 없는 진흙을 빚어 아름다운 그릇을 만드는 일은 얼마나 지루하고 답답한 나날이었을까요. 정말 아름답고 향기로우며 무엇인가를 창조해 냈다고 생각하는 일도 어렵고 짜증스럽고 답답하기만 한 과정을 거쳐 이루어집니다.

오늘 하루 힘겨웠던 당신의 일을 통해 다만 지쳐 쓰러지지 말고 당신이 이루고자 하는 삶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도록 방향을 다잡아 자신을 끌고 가십시오. 오늘 하루 바쁘고 벅찼던 당신의 삶을 의미 없었다고 여기지 말고 당신의 인생이 뿌듯한 피로함으로 벅차오르도록 살아낸 결과라고 생각하십시오. 그래야 내일 아침 당신의 인생이 희망으로 다시 밝아올 것입니다.


/도종환 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17421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106960
3039 말이 예쁘면 참 좋죠 new 風文 2024.06.13 1
3038 아기의 옹알이 new 風文 2024.06.13 2
3037 어차피 삶은 미완성 new 風文 2024.06.13 5
3036 식은 죽 먹기 글쓰기 new 風文 2024.06.13 13
3035 잠들기 전 스트레칭 風文 2024.05.29 47
3034 눈깔사탕과 다이아몬드를 바꾼 사람들 風文 2024.05.31 76
3033 몸의 명상 風文 2024.05.29 77
3032 내 인생의 전성기 風文 2024.05.31 77
3031 나이 든 사람의 처신 風文 2024.05.31 82
3030 시작이 반이다? 風文 2024.05.29 106
3029 위대한 마음의 발견 風文 2024.05.31 127
3028 요행을 바라는 사람들 風文 2024.05.29 130
3027 성공을 결정하는 질문 風文 2024.05.10 261
3026 밤하늘의 별 風文 2024.05.08 322
3025 평화, 행복, 어디에서 오는가 風文 2024.05.10 325
3024 무소의 뿔처럼 風文 2024.05.08 333
3023 배꼽은 늘 웃고 있다 風文 2024.05.08 357
3022 위대하고 보편적인 지성 風文 2024.05.08 386
3021 머리를 쥐어짜며 버텨본다 風文 2024.05.10 390
3020 가장 놀라운 기적 風文 2024.05.10 451
3019 샹젤리제 왕국 風文 2023.12.20 533
3018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48. 도전 風文 2021.09.13 537
3017 사랑의 소유욕 때문에 風文 2019.06.19 588
3016 산골의 칼바람 風文 2023.12.18 598
3015 미리 걱정하는 사람 風文 2022.01.29 60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