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4825 추천 수 1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산맥과 파도


겨울 동해에 다녀왔습니다. 바위에 제 몸을 몰아다가 던지며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았습니다. 아아아, 소리 지르며 보았습니다. 험한 바위를 만날수록 파도는 아름답게 터져 올랐습니다. 물결이 물결의 등을 밀고와 끝없이 쓰러지는 파도를 보며 아름다운 소멸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부서지면서 결코 부서지지 않는 물결을 오래도록 바라보았습니다. 끝없이 파도치고 있어서 아름다운 바다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밀려올 때도 있고 밀려갈 때도 있지만 그것 자체를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외설악의 산맥을 보았습니다. 능선이 험할수록 산은 아름다웠습니다. 눈보라 치고 눈이 쌓이는 것을 두려워하는 산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눈보라 치는 날을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꾸어 놓고 있었습니다. 앞산이 뒷산 또 그 뒷산과 이어지며 험한 능선끼리 모여 아름다운 그림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능선이 험할수록 산은 아름답다
능선에 눈발 뿌려 얼어붙을수록
산은 더욱 꼿꼿하게 아름답다
눈보라 치는 날들을 아름다움으로 바꾸어 놓은
외설악의 저 산맥 보이는가
모질고 험한 삶을 살아온 당신은
그 삶의 능선을 얼마나 아름답게
바꾸어 놓았는가

험한 바위 만날수록 파도는 아름답다
세찬 바람 등 몰아칠수록
파도는 더욱 힘차게 소멸한다
보이는가 파도치는 날들을 안개꽃의
터져오르는 박수로 바꾸어 놓은 겨울 동해바다
암초와 격랑이 많았던 당신의 삶을
당신은 얼마나 아름다운 파도로
바꾸어 놓았는가

모질고 험한 삶을 살아온 당신은 당신이 살아온 삶의 능선을 얼마나 아름답게 바꾸어 놓고 있는지요? 험한 삶을 험한 채 놓아두시지 말고 아름답게 바꾸어 놓으시기 바랍니다. 암초와 격랑이 많았던 당신의 삶도 격랑인 채로 놓아두지 마십시오. 암초를 만나서 파도는 더욱 아름답게 솟구쳐 오르지 않습니까? 아니 그냥 겨울동해바다에 한번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파도치는 바다를 한나절쯤 바라보다 오시기 바랍니다.



/도종환 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16503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105918
385 빈둥거림의 미학 風文 2022.06.01 882
384 나무도 체조를 한다 風文 2022.06.04 1008
383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 風文 2022.06.04 786
382 허둥지둥 쫓기지 않으려면 風文 2022.06.04 902
381 일단 해보기 風文 2022.06.04 1064
380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風文 2022.08.18 1000
379 나는 좋아, 그런데 왜 청하지 않니? 風文 2022.08.19 957
378 한 통의 전화가 가져다 준 행복 - 킴벨리 웨일 風文 2022.08.20 999
377 단도적입적인 접근이 일궈낸 사랑 風文 2022.08.21 1020
376 끈질긴 요청이 가져온 성공 - 패티 오브리 風文 2022.08.22 872
375 딱 한 번의 실천이 가져온 행복 - 클로디트 헌터 風文 2022.08.23 835
374 남 따라한 시도가 가져온 성공 - TV 프로듀서 카를라 모건스턴 風文 2022.08.27 774
373 세계 평화를 요청한 소년 - 마크 빅터 한센 風文 2022.08.28 999
372 자기 가치를 요청한 여성 - 제인 블루스테인 風文 2022.08.28 832
371 1%의 가능성을 굳게 믿은 부부 - 릭 겔리나스 風文 2022.08.29 931
370 정열적으로 요청한 부부 - 젝키 밀러 風文 2022.08.30 946
369 공포와 맞서 요청한 남자 - 마크 빅터 한센 風文 2022.09.01 972
368 경험을 통해 배운 남자 - 하브 에커 風文 2022.09.02 837
367 끈질기게 세상에 요청한 남자 - 안토니 로빈스 風文 2022.09.03 940
366 101가지 소원 목록을 만들어라 - 바바라 드 안젤리스 風文 2022.09.04 710
365 열렬하게 믿어라 - 레이몬드 R. 風文 2022.09.05 942
364 자기 암시를 하라 風文 2022.09.07 889
363 꿈의 공책을 만들어라 - 패티 한센 風文 2022.09.08 1332
362 소원의 시한을 정하라 風文 2022.09.09 802
361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 없다., 요청한들 잃을 것이 없다 風文 2022.09.10 91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00 101 102 103 104 105 106 107 108 109 110 111 112 113 114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