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9.01.23 05:14

출발점 - 도종환 (114)

조회 수 4788 추천 수 1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출발점


산악인들의 말 중에 '겨울산에서 길을 잃으면 왔던 길로 되돌아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가장 확실하게 자신을 보존하고 재도전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는 것은 출발점으로 가서 다시 시작하는 일입니다.

'초발심'――처음 가졌던 마음으로 돌아가 다시 생각해 보면 안 보이던 길이 보이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마음의 바탕이 생기는 것입니다. 눈 덮인 곳에서 앞에 보이는 나무를 향해 똑바로 걸어간 뒤에 걸어온 발자국을 한번 뒤돌아보세요. 똑바로 가겠다는 생각을 갖고 걸어갔어도 발자국은 이리 삐뚤 저리 삐뚤 눈 위에 박혀 있게 마련입니다.

우리 사는 삶도 그러합니다. 아무리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살아왔다 해도 지나고 나면 잘못과 실수의 흔적이 우리가 걸어온 길과 늘 함께 남아 있기 마련입니다. 요즈음처럼 사는 일이 모두들 바쁘고 시간에 쫓기게 마련인 나날의 삶 속에서는 자신과 자신이 살아온 삶의 궤적을 되돌아볼 시간을 갖지 못합니다. 앞만 보고 달려가기에 정신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때일수록 뒤돌아보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하루 생활이 끝나는 때, 한 주일이나 한 달이 끝나는 때에는 그 동안 지나온 자신의 삶을 조용히 뒤돌아볼 줄 아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또 다른 새로운 날들과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재충전의 여백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한 해가 가고 또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때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더욱이 어떤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일의 가닥이 잡히지 않는 때일수록 처음의 자세로 돌아가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 일을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 그때의 자세로 돌아가서 생각해 보면 다시 일의 실마리가 잡히고 다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보이기도 합니다. 자신을 다시 채찍질 할 수 있는 용기도 생기고, 더 채워야 할 것과 덜어 내야 할 것들도 발견하게 됩니다.

지금 이 자리까지 오는 동안 불필요하게 쌓인 것, 거리가 멀어지고 공백이 생긴 부분, 관심을 갖지 못해 먼지가 쌓인 곳, 때가 끼고 더럽혀진 많은 것들도 눈에 띄게 됩니다. 그런 것들을 간추리고 다독이며 다시 가뿐한 마음으로 새로운 걸음을 뗄 수 있게 됩니다.

새롭게 시작하세요.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세요.
그곳에 본래의 내 모습――참 나(眞我)가 아직도 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도종환 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8951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8260
2702 짐이 무거워진 이유 風文 2019.08.08 570
2701 아직은 '내 아이'다 風文 2019.08.26 570
2700 한 송이 사람 꽃 風文 2023.11.22 570
2699 긍정적 목표가 먼저다 風文 2020.05.02 571
2698 위대한 인생 승리자 風文 2023.11.14 571
2697 너무 오랜 시간 風文 2019.08.13 572
2696 마음의 감옥 風文 2019.08.14 572
2695 상대를 바꾸려는 마음 風文 2020.05.01 572
2694 약속을 요구하라 주인장 2022.10.20 572
2693 당신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 4 - 짐 캐츠카트 風文 2022.11.23 572
2692 마음의 위대한 힘 風文 2023.05.24 572
2691 작은 긁힘 風文 2019.08.07 573
2690 여기는 어디인가? 風文 2023.10.12 574
2689 씨앗 뿌리는 사람이 많을수록 風文 2023.04.03 575
2688 세르반테스는 왜 '돈키호테'를 썼을까 風文 2022.01.29 576
2687 하나만 아는 사람 風文 2023.04.03 576
2686 꿀잠 수면법 風文 2023.10.10 576
2685 내 옆에 천국이 있다 風文 2019.06.19 577
2684 불이 꺼지지 않게 하는 사람 風文 2019.08.21 577
2683 일기가 가진 선한 면 風文 2022.05.26 577
2682 '사랑의 열 가지 방법'을 요청하라, 어리다고 우습게 보지 말아라 風文 2022.10.11 577
2681 튼튼한 사람, 힘없는 사람 風文 2023.01.04 577
2680 배움은 늙지 않는다 風文 2023.07.04 577
2679 정신 건강과 명상 風文 2022.02.04 578
2678 어느 날은 해가 나고, 어느 날은 비가 오고 風文 2022.04.28 57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