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7286 추천 수 1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40081216221447&Section=04
바다로 가는 강물


여러 사람과 함께 어울려 살면서 자신을 잃지 않고 지켜 나간다는 것은 퍽 어려운 일입니다. 옛말에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고, 사람이 너무 살피면 이웃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너무 맑다는 말은 때 묻지 않고 물들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때 묻지 않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몸을 사리면서 살 수밖에 없는 삶은 결국 그 주위에 이웃이 모이지 않는 삶이 되고 만다는 데 딜레마가 있습니다.

부처도 중생 속에 있을 때 진정한 부처라 했습니다.
남과 어울리지 않으면서 자신을 지킨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혼자 있을 때가 아니라 여럿 속에 있을 때도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 자아야말로 진정으로 튼튼한 자아라 할 수 있습니다.

바다에 이르는 강물의 모습을 보세요. 맨 처음 강물은 산골짝 맑은 이슬방울에서 시작합니다. 깨끗한 물들과 만나면서 맑은 마음으로 먼 길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차츰차츰 폭이 넓어지고 물이 불어나면서 깨끗하지 않은 물과도 섞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상의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흐르면서는 더욱 심했을 것입니다.

더럽혀질 대로 더러워진 물이나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물, 썩은 물들이 섞여 들어오는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강물은 흐름을 멈추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먼 곳을 향해 나아갑니다.

강의 생명력은 매순간마다 스스로 거듭 새로워지며 먼 곳까지 멈추지 않고 가는 데 있습니다. 가면서 맑아지는 것입니다. 더러운 물보다 훨씬 더 많은 새로운 물을 받아들이며 스스로 생명을 지켜 나가는 것입니다.

그것을 자정 작용이라 합니다. 그리하여 끝내 먼 바다에 이르는 것입니다. 비록 티 하나 없는 모습으로 바다에 이르지는 못하지만, 자신을 잃지 않으려고 몸부림쳐 온 모습으로 바다 앞에 서는 것입니다.

바다를 향해 첫걸음을 뗄 때만큼 맑지는 못하더라도 더 넓어지고 더 깊어진 모습으로 바다에 이르는 것입니다.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섞여 흘러가면서도 제 자신의 본 모습을 잃지 않는 삶의 자세. 우리도 그런 삶의 자세를 바다로 가는 강물에서 배우는 것입니다.


/도종환 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9501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8801
2402 '나중에 성공하면...' 바람의종 2012.06.15 7352
2401 소속감 바람의종 2012.06.21 7352
2400 아버지는 누구인가? 바람의종 2008.03.19 7349
2399 '사랑 할 땐 별이 되고'중에서... <이해인> 바람의종 2008.03.01 7347
2398 권정생 선생의 불온서적 - 도종환 (53) 바람의종 2008.08.09 7345
2397 나도 내 소리 내 봤으면 風文 2015.08.09 7344
2396 통찰력 바람의종 2009.03.14 7339
2395 흡연과 금연 바람의종 2012.09.04 7327
2394 한 번의 포옹 바람의종 2009.04.30 7326
2393 처음 하듯이 바람의종 2009.08.27 7322
2392 진짜 그대와 만날 때... 風文 2015.04.20 7320
2391 잠자는 모습 바람의종 2012.05.15 7317
2390 가장 행복하다고 느낄 때 바람의종 2008.10.04 7316
2389 당신이 지금 서른 살이라면 風文 2014.11.25 7316
2388 에티켓, 매너, 신사적 매너 風文 2015.07.02 7312
2387 '일심일덕', 한마음 한뜻으로 風文 2015.07.05 7306
2386 「죽은 연습」(시인 서규정) 바람의종 2009.07.21 7294
» 바다로 가는 강물 - 도종환 (108) 바람의종 2008.12.18 7286
2384 성공의 법칙 바람의종 2012.07.11 7275
2383 병은 스승이다 - 도종환 (52) 바람의종 2008.08.09 7269
2382 터닝 포인트 風文 2015.04.28 7269
2381 단계 風文 2014.12.30 7266
2380 이해와 공감 風文 2015.07.30 7263
2379 행복이 무엇인지... 風文 2014.12.05 7261
2378 함께 본다는 것 바람의종 2012.11.14 726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