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15 17:32
따뜻한 사람의 숨결 - 도종환 (107)
조회 수 5401 추천 수 9 댓글 0
따뜻한 사람의 숨결
저녁이 되자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옷 속으로 스미는 한기가 몸을 부르르 떨게 합니다. 장작을 더 가지러 가려고 목도리를 두르다가 윗집에서 저녁 먹으러 오라고 부르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건 장작불이 아니라 사람의 온기입니다. 김치찌개에 냉이국을 차려 놓은 소박한 저녁상이지만 여럿이 둘러앉아 먹으니 몸과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많이 먹어야 배부른 게 아닙니다. 좋은 음식을 먹어야만 잘 먹는 게 아닙니다. 함께 먹어야 맛이 있고 나누어 먹어야 즐겁게 먹는 것입니다.
그렇다 이리역에서 멈췄다가
김제 외애밋들 지평선을 지나는 비둘기호를 타고
찐 달걀 두어 개
소금 발라
하나쯤 옆 자리 아이에게 주고나서
내다보는 초겨울 들이여
빈 들 가득 입 다문 사람의 숨결이여
아무리 모진 때 살아왔건만
순된장이여 진흙이여
언제까지나 변함없는 따뜻한 사람의 숨결이여
고은 시인은 「목포행」이란 시에서 아무리 모진 때를 살아왔어도 변함없는 것은 '따뜻한 사람의 숨결' 이라고 합니다. 역마다 멈춰서는 비둘기호를 타고 가다가도 찐 달걀 두어 개 소금 발라 옆자리 아이와 나누어 먹는 이런 마음이야말로 사람의 숨결이 살아 있는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지금은 없어진 비둘기호열차는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이 타는 열차입니다. 이리에서 출발하여 김제평야를 완행의 속도로 지나가는 길은 지루하고 먼 길입니다. 그 길을 입 다물고 가는 사람들은 진흙 같은 사람들입니다. 순된장의 삶을 산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의 삶에는 어떤 세월이 와도 변함없이 따뜻한 사람의 숨결이 있습니다. 겨울이 되어 황량해진 들판 위로 바람만이 몰아쳐도 달걀 하나라도 서로 나누어 먹을 줄 아는 이들이 부자입니다. 그런 사람이 따뜻한 사람입니다. 된장냄새 아니, 사람 냄새 나는 이들입니다. 나도 오늘 저녁 찐 달걀 껍질을 벗기고 싶습니다. 하얀 달걀 속살에 소금 발라 한 입 베어 물고 싶습니다. 그러다 한 개는 옆 자리에 있는 이에게 건네고 싶습니다. 나도 저녁상 차려 놓고 밥 먹으러 오라고 소리쳐 부르고 싶습니다.
저녁이 되자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옷 속으로 스미는 한기가 몸을 부르르 떨게 합니다. 장작을 더 가지러 가려고 목도리를 두르다가 윗집에서 저녁 먹으러 오라고 부르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건 장작불이 아니라 사람의 온기입니다. 김치찌개에 냉이국을 차려 놓은 소박한 저녁상이지만 여럿이 둘러앉아 먹으니 몸과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많이 먹어야 배부른 게 아닙니다. 좋은 음식을 먹어야만 잘 먹는 게 아닙니다. 함께 먹어야 맛이 있고 나누어 먹어야 즐겁게 먹는 것입니다.
그렇다 이리역에서 멈췄다가
김제 외애밋들 지평선을 지나는 비둘기호를 타고
찐 달걀 두어 개
소금 발라
하나쯤 옆 자리 아이에게 주고나서
내다보는 초겨울 들이여
빈 들 가득 입 다문 사람의 숨결이여
아무리 모진 때 살아왔건만
순된장이여 진흙이여
언제까지나 변함없는 따뜻한 사람의 숨결이여
고은 시인은 「목포행」이란 시에서 아무리 모진 때를 살아왔어도 변함없는 것은 '따뜻한 사람의 숨결' 이라고 합니다. 역마다 멈춰서는 비둘기호를 타고 가다가도 찐 달걀 두어 개 소금 발라 옆자리 아이와 나누어 먹는 이런 마음이야말로 사람의 숨결이 살아 있는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지금은 없어진 비둘기호열차는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이 타는 열차입니다. 이리에서 출발하여 김제평야를 완행의 속도로 지나가는 길은 지루하고 먼 길입니다. 그 길을 입 다물고 가는 사람들은 진흙 같은 사람들입니다. 순된장의 삶을 산 사람들입니다.
. |
그러나 그런 사람들의 삶에는 어떤 세월이 와도 변함없이 따뜻한 사람의 숨결이 있습니다. 겨울이 되어 황량해진 들판 위로 바람만이 몰아쳐도 달걀 하나라도 서로 나누어 먹을 줄 아는 이들이 부자입니다. 그런 사람이 따뜻한 사람입니다. 된장냄새 아니, 사람 냄새 나는 이들입니다. 나도 오늘 저녁 찐 달걀 껍질을 벗기고 싶습니다. 하얀 달걀 속살에 소금 발라 한 입 베어 물고 싶습니다. 그러다 한 개는 옆 자리에 있는 이에게 건네고 싶습니다. 나도 저녁상 차려 놓고 밥 먹으러 오라고 소리쳐 부르고 싶습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 風文 | 2023.02.04 | 10191 |
공지 | 친구야 너는 아니 1 | 風文 | 2015.08.20 | 99494 |
1702 | 행복한 부부 | 바람의종 | 2009.11.10 | 5398 |
1701 | 만족과 불만 / 도종환 | 바람의종 | 2008.04.30 | 5391 |
1700 | 뿌리를 내릴 때까지 | 바람의종 | 2009.06.10 | 5380 |
1699 | 아이들은 이야기와 함께 자란다 | 바람의종 | 2012.05.09 | 5379 |
1698 | 밧줄 하나 | 바람의종 | 2011.11.11 | 5378 |
1697 | 외롭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더냐 | 風文 | 2015.07.02 | 5375 |
1696 | 건설적인 생각 | 바람의종 | 2011.12.17 | 5373 |
1695 | 오래 슬퍼하지 말아요 | 바람의종 | 2011.10.27 | 5365 |
1694 | 열린 눈 | 바람의종 | 2009.05.02 | 5364 |
1693 | 나는 용기를 선택하겠다 | 바람의종 | 2008.11.11 | 5359 |
1692 | 직감 | 바람의종 | 2011.03.11 | 5357 |
1691 | 우정 | 바람의종 | 2012.02.20 | 5357 |
1690 | 놓아주기 | 바람의종 | 2009.05.15 | 5355 |
1689 | 비닐 우산 | 바람의종 | 2008.03.19 | 5342 |
1688 | 슬픔의 다음 단계 | 바람의종 | 2008.12.19 | 5331 |
1687 | 개울에 물이 흐르다 | 바람의종 | 2009.08.27 | 5328 |
1686 | '길 위의 학교' | 바람의종 | 2009.11.09 | 5327 |
1685 | 아름다운 마무리 | 바람의종 | 2009.08.31 | 5325 |
1684 | 마음의 온도 | 바람의종 | 2009.03.01 | 5324 |
1683 | 함부로 땅을 뒤엎지 말라 | 바람의종 | 2009.11.03 | 5320 |
1682 | 소망의 위대함을 믿으라 | 바람의종 | 2009.06.01 | 5319 |
1681 | 행위 그 자체 - 간디 | 바람의종 | 2009.07.18 | 5313 |
1680 | 선택의 문 | 風文 | 2016.12.12 | 5313 |
1679 | 어머니의 소리 | 風文 | 2014.12.13 | 5302 |
1678 | 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 | 바람의종 | 2011.09.29 | 529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