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6679 추천 수 1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세상은 아름다운 곳 



  첫눈이 오기 전에
  추억의 창문을 손질해야겠다.
  지난 계절 쌓인 허무와 슬픔
  먼지처럼 훌훌 털어 내고
  삐걱이는 창틀 가장 자리에
  기다림의 새 못을 쳐야겠다.
  무의미하게 드리워진
  낡은 커튼을 걷어내고
  영하의 칼바람에도 스러지지 않는
  작은 호롱불 하나 밝혀두어야겠다
  그리고 .... 차갑고도 빛나는 겨울의 춤을 익혀야겠다.
  바라보면 세상은 아름다운 곳
  뜨거운 사랑과 노동과 혁명과 감동이
  함께 어울려 새 세상의 진보를 꿈꾸는 곳
  끌어안으면 겨울은 오히려 따뜻한 것....
  
  곽재구 시인의 「겨울의 춤」이란 시입니다. 아직 겨울이 오지도 않았고 첫눈 소식도 없는데 오늘 아침 불쑥 이 시가 생각난 것은 이 시의 밑에서 네 번째 행에서 두 번째 행까지의 내용 때문입니다.
  
  "바라보면 세상은 아름다운 곳 / 뜨거운 사랑과 노동과 혁명과 감동이 / 함께 어울려 새 세상의 진보를 꿈꾸는 곳"
  
  그렇습니다. 저는 이 말을 믿습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실망스럽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안쓰럽고, 지배 권력의 천박한 인식을 접할 때마다 탄식을 하게 되지만 세상은 이런 질곡을 겪으며 오히려 더 바른 방향을 잡아나가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변화를 선택했습니다. 화합과 공존과 나눔과 대화를 선택했습니다. 지금까지 미국사회가 보여주었던 일방주의 패권주의 예외주의가 한계에 와 있다는 걸 미국사람들도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폭력에 지나지 않습니다. 신자유주의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파탄 내는지, 신보수주의가 어떻게 자기가 가진 것만을 지키려는 이기적인 신념인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미국 중심의 시장전체주의와 그것을 뒷받침 하던 논리들이 낡은 이념으로 전락해 가는 현실을 바라보면서 진보를 향해 나아가는 새 세상에 대해 생각합니다. 현 정부가 가고자 하는 정치 경제 사회 각 부문의 정책 방향은 부시 행정부가 걸어간 실패와 파탄을 뒤따라가는 길입니다. 앞에 가던 수레가 엎어지면 뒤에 가던 수레는 멈추어야 하는데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계절 쌓인 허무와 슬픔 / 먼지처럼 훌훌 털어 내고 / 삐걱이는 창틀 가장 자리에 / 기다림의 새 못을"치기로 합니다. 세상은 역시 아름다운 곳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기로 합니다.










   
 
  도종환/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14316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103747
2110 사랑 바람의종 2008.03.04 6617
2109 드레싱 바람의종 2012.09.19 6614
2108 못생긴 얼굴 바람의종 2009.04.13 6612
2107 사람, 생명의 노래 바람의종 2008.03.04 6611
2106 꿈 시장에 불경기는 없다 風文 2014.12.15 6611
2105 얼굴빛 바람의종 2008.07.03 6609
2104 스포트라이트 바람의종 2012.12.27 6607
2103 얼룩말 바람의종 2009.05.25 6605
2102 사랑의 공간, 자유의 공간 風文 2014.12.30 6603
2101 다정함 風文 2015.06.08 6593
2100 창조적인 삶 바람의종 2008.12.06 6592
2099 차가운 손 바람의종 2009.12.01 6589
2098 사과 바람의종 2008.07.18 6581
2097 원숭이 사냥법 바람의종 2012.08.16 6581
2096 그대 목소리를 듣는다 風文 2015.07.30 6581
2095 자기 비하 바람의종 2009.03.27 6579
2094 고비마다 나를 살린 책 윤안젤로 2013.03.18 6577
2093 훗날을 위하여 바람의종 2010.01.19 6562
2092 벼랑 끝에 섰을 때 잠재력은 살아난다 바람의종 2012.07.23 6561
2091 화장실 청소 바람의종 2009.09.18 6558
2090 마음 - 도종환 (63) 바람의종 2008.08.31 6555
2089 쉬어갈 곳 바람의종 2012.11.02 6555
2088 지켜지지 않은 약속 바람의종 2011.12.03 6539
2087 나는 너를 한눈에 찾을 수 있다 바람의종 2012.09.28 6539
2086 11자의 기적 風文 2015.02.14 653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41 42 43 44 45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