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6598 추천 수 1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세상은 아름다운 곳 



  첫눈이 오기 전에
  추억의 창문을 손질해야겠다.
  지난 계절 쌓인 허무와 슬픔
  먼지처럼 훌훌 털어 내고
  삐걱이는 창틀 가장 자리에
  기다림의 새 못을 쳐야겠다.
  무의미하게 드리워진
  낡은 커튼을 걷어내고
  영하의 칼바람에도 스러지지 않는
  작은 호롱불 하나 밝혀두어야겠다
  그리고 .... 차갑고도 빛나는 겨울의 춤을 익혀야겠다.
  바라보면 세상은 아름다운 곳
  뜨거운 사랑과 노동과 혁명과 감동이
  함께 어울려 새 세상의 진보를 꿈꾸는 곳
  끌어안으면 겨울은 오히려 따뜻한 것....
  
  곽재구 시인의 「겨울의 춤」이란 시입니다. 아직 겨울이 오지도 않았고 첫눈 소식도 없는데 오늘 아침 불쑥 이 시가 생각난 것은 이 시의 밑에서 네 번째 행에서 두 번째 행까지의 내용 때문입니다.
  
  "바라보면 세상은 아름다운 곳 / 뜨거운 사랑과 노동과 혁명과 감동이 / 함께 어울려 새 세상의 진보를 꿈꾸는 곳"
  
  그렇습니다. 저는 이 말을 믿습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실망스럽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안쓰럽고, 지배 권력의 천박한 인식을 접할 때마다 탄식을 하게 되지만 세상은 이런 질곡을 겪으며 오히려 더 바른 방향을 잡아나가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변화를 선택했습니다. 화합과 공존과 나눔과 대화를 선택했습니다. 지금까지 미국사회가 보여주었던 일방주의 패권주의 예외주의가 한계에 와 있다는 걸 미국사람들도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폭력에 지나지 않습니다. 신자유주의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파탄 내는지, 신보수주의가 어떻게 자기가 가진 것만을 지키려는 이기적인 신념인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미국 중심의 시장전체주의와 그것을 뒷받침 하던 논리들이 낡은 이념으로 전락해 가는 현실을 바라보면서 진보를 향해 나아가는 새 세상에 대해 생각합니다. 현 정부가 가고자 하는 정치 경제 사회 각 부문의 정책 방향은 부시 행정부가 걸어간 실패와 파탄을 뒤따라가는 길입니다. 앞에 가던 수레가 엎어지면 뒤에 가던 수레는 멈추어야 하는데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계절 쌓인 허무와 슬픔 / 먼지처럼 훌훌 털어 내고 / 삐걱이는 창틀 가장 자리에 / 기다림의 새 못을"치기로 합니다. 세상은 역시 아름다운 곳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기로 합니다.










   
 
  도종환/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10965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100399
2777 긍정 에너지 風文 2014.08.06 9252
2776 칼국수 風文 2014.12.08 9250
2775 나를 바라보는 시간 風文 2015.07.26 9246
2774 세상을 지배하는 힘 윤안젤로 2013.03.11 9236
2773 「웃는 여잔 다 이뻐」(시인 김소연) 1 바람의종 2009.06.29 9234
2772 항상 웃는 내 모습에 자부심을 갖는다 바람의종 2012.09.18 9233
2771 가슴에 핀 꽃 風文 2014.12.24 9228
2770 고흐에게 배워야 할 것 - 도종환 (72) 바람의종 2008.09.23 9220
2769 전 존재를 기울여 바람의종 2012.11.30 9170
2768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능력 윤안젤로 2013.03.18 9170
2767 토닥토닥 바람의종 2012.09.14 9162
2766 한계점 윤안젤로 2013.04.03 9161
2765 '병자'와 '힐러' 윤안젤로 2013.05.27 9157
2764 관점 風文 2014.11.25 9137
2763 「성인용품점 도둑사건」(시인 신정민) 바람의종 2009.07.17 9122
2762 불사신 風文 2014.12.03 9116
2761 청년의 가슴은 뛰어야 한다 風文 2014.08.18 9106
2760 들국화 한 송이 - 도종환 (78) 바람의종 2008.10.09 9105
2759 휴 프레이더의 '나에게 쓰는 편지' 中 - 바람의종 2008.03.10 9097
2758 경청의 힘! 風文 2014.12.05 9089
2757 공기와 장소만 바꾸어도... 바람의종 2012.06.01 9087
2756 '짓다가 만 집'과 '짓고 있는 집' 윤안젤로 2013.03.28 9086
2755 국화(Chrysanthemum) 호단 2006.12.19 9063
2754 길 떠나는 상단(商團) 바람의종 2008.06.23 9054
2753 '보이는 것 이상' 윤영환 2013.05.13 904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