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10.17 18:07

단풍 - 도종환 (82)

조회 수 9464 추천 수 1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단풍들은
  일제히 손을 들어
  제 몸처럼 뜨거운 노을을 가리키고 있네
  
  도대체 무슨 사연이냐고 묻는 나에게
  단풍들은 대답하네
  이런 것이 삶이라고
  그냥 이렇게 화르르 사는 일이 삶이라고
  
  조태일 시인의 시「단풍」입니다. 초록 어린잎들은 봄이면 남쪽에서부터 북상해 올라오지만 단풍은 북쪽에서 내려옵니다. 윗녘에서부터 나뭇잎들이 붉게 타오르며 내려오고 있습니다. 시월 한 달 내내 차례차례 빠짐없이 나뭇잎들을 불태우며 남으로 남으로 내려갈 것입니다.
  
  노을 속에서 붉게 타오르는 단풍을 보며 시인은 이런 것이 삶이라고 말합니다. "그냥 이렇게 화르르 사는 일이 삶이라고" 화르르 화르르 타오르다가 꺼지는 것이 삶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도 그렇게 뜨겁게 타오르다가 사라질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생에 한 번 뜨겁게 불타오르며 산 하나를 물들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미련 없이 생을 버릴 수 있을 것 같은 가을입니다.
  
  단풍 붉게 물드는 가을 저녁, 나의 열정, 나의 예술, 나의 사랑이 세상을 저렇게 아름답게 물들이다 사라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고맙게 절하겠습니다, 가을 산에도, 단풍잎 하나에도.











   
 
  도종환/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13648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102979
2810 아주 위험한 인생 風文 2023.09.05 702
2809 단골집 風文 2019.06.21 703
2808 요청에도 정도가 있다 風文 2022.09.24 703
2807 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 8, 9, 10 風文 2023.06.02 703
2806 급체 風文 2019.08.07 704
2805 바로 말해요, 망설이지 말아요 風文 2022.02.10 704
2804 어리석지 마라 風文 2019.08.30 705
2803 6개월 입양아와 다섯 살 입양아 風文 2023.01.10 705
2802 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7。1。 風文 2023.11.11 705
2801 한 송이 사람 꽃 風文 2023.11.22 705
2800 아빠가 되면 風文 2023.02.01 706
2799 '디제스터'(Disaster) 風文 2020.05.03 707
2798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습관 風文 2022.01.30 707
2797 '그런 걸 왜 하니' 風文 2022.12.21 708
2796 서른 살부터 마흔 살까지 風文 2019.08.12 709
2795 올 가을과 작년 가을 風文 2022.01.09 709
2794 생애 최초로 받은 원작료 風文 2022.01.12 709
2793 13. 아레스 風文 2023.11.10 709
2792 위대한 인생 승리자 風文 2023.11.14 709
2791 많은 것들과의 관계 風文 2021.10.31 710
2790 '이틀 비 오면, 다음 날은 비가 안 와' 風文 2022.01.29 710
2789 다락방의 추억 風文 2023.03.25 710
2788 아직은 '내 아이'다 風文 2019.08.26 711
2787 어른다운 어른 風文 2020.05.05 711
2786 먼저 베풀어라 - 중국 설화 風文 2022.10.05 71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