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10 16:31
저녁 무렵 - 도종환 (79)
조회 수 8435 추천 수 14 댓글 0
열정이 식은 뒤에도
사랑해야 하는 날들은 있다
벅찬 감동 사라진 뒤에도
부둥켜안고 가야 할 사람이 있다
끓어오르던 체온을 식히며
고요히 눈감기 시작하는 저녁하늘로
쓸쓸히 날아가는 트럼펫 소리
사라진 것들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풀이란 풀 다 시들고
잎이란 잎 다 진 뒤에도
떠나야 할 길이 있고
이정표 잃은 뒤에도
찾아가야 할 땅이 있다
뜨겁던 날들은 다시 오지 않겠지만
거기서부터 또 시작해야 할 사랑이 있다
"열정이 식은 뒤에도 사랑해야 하는 날들"이 있습니다. 열정이 식은 뒤에도 우리는 일을 하고 사랑하며 살아야 합니다. 오직 열정과 설렘과 뜨거움으로만 사랑하는 건 아닙니다. 삶으로 사랑하기도 하고 정으로 사랑하며 살기도 합니다.
생에 있어서 감동의 기억이란 얼마나 소중한 것입니까? 개인과 사회를 밀고 가는 가장 큰 원동력의 하나가 감동입니다. 그러나 벅찬 감동으로 서로를 끌어안던 날이 있지만 감동이 영원히 우리를 밀고 가는 건 아닙니다. 감동이 추억의 자리로 물러난 뒤에도 부둥켜안고 가야 하는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그게 우리 인생입니다.
늘 뜨거운 감동과 눈물 나게 아름다운 일만을 경험하며 살 수는 없습니다. 뜨겁던 날이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거기서부터 또 시작해야 할 나날의 삶이 있는 겁니다.
잎이 다 지고 세상이 황량하게 바뀌고 있는 걸 보면서도 떠나야 하는 길이 있고 이정표를 잃고 방황하면서도 멈추지 말고 찾아가야 할 땅이 있는 겁니다.
도종환/시인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 風文 | 2023.02.04 | 15065 |
공지 | 친구야 너는 아니 1 | 風文 | 2015.08.20 | 104464 |
2660 | 첫사랑의 기억 | 風文 | 2019.09.05 | 992 |
2659 | 첫눈에 반한 사랑 | 風文 | 2023.04.16 | 829 |
2658 |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風文 | 2015.08.09 | 10711 |
2657 | 첫 걸음 하나에 | 風文 | 2019.08.08 | 842 |
2656 | 철이 들었다 | 바람의종 | 2011.06.28 | 6673 |
2655 | 철이 들었다 | 風文 | 2015.06.03 | 5598 |
2654 | 천천히 다가가기 | 바람의종 | 2009.08.01 | 7523 |
2653 | 천천히 글 쓰고, 천천히 커피 마시고... | 風文 | 2014.08.12 | 9380 |
2652 | 천천히 걷기 | 바람의종 | 2009.02.12 | 7054 |
2651 | 천직 | 바람의종 | 2011.12.13 | 5277 |
2650 | 천자문이 4언 250구로 된 한편의 시라고? | 바람의종 | 2007.09.26 | 14830 |
2649 | 천애 고아 | 바람의종 | 2009.02.13 | 7567 |
2648 | 천성대로 살자? | 바람의종 | 2012.12.12 | 7197 |
2647 | 천성과 재능 | 바람의종 | 2012.05.11 | 8100 |
2646 |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화성인을 자처하라 | 주인장 | 2022.10.21 | 880 |
2645 | 천 번 만 번 씻어내라 | 風文 | 2019.06.04 | 1249 |
2644 | 천 년의 바람 | 바람의종 | 2010.07.08 | 4026 |
2643 | 처칠의 정력과 시심(詩心) | 바람의종 | 2010.08.17 | 5547 |
2642 | 처음엔 걷지도 못했다 | 윤안젤로 | 2013.06.03 | 11455 |
2641 | 처음 하듯이 | 바람의종 | 2009.08.27 | 7434 |
2640 | 처음 하듯이 | 바람의종 | 2011.08.20 | 6236 |
2639 | 처음 손을 잡았던 날 | 風文 | 2022.05.30 | 1021 |
2638 | 처음 겪어본 불행 | 바람의종 | 2010.04.01 | 3999 |
2637 | 책임을 지는 태도 | 風文 | 2022.05.11 | 1381 |
2636 | 책이 제일이다 | 바람의종 | 2009.03.16 | 69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