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10 16:31
저녁 무렵 - 도종환 (79)
조회 수 8438 추천 수 14 댓글 0
열정이 식은 뒤에도
사랑해야 하는 날들은 있다
벅찬 감동 사라진 뒤에도
부둥켜안고 가야 할 사람이 있다
끓어오르던 체온을 식히며
고요히 눈감기 시작하는 저녁하늘로
쓸쓸히 날아가는 트럼펫 소리
사라진 것들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풀이란 풀 다 시들고
잎이란 잎 다 진 뒤에도
떠나야 할 길이 있고
이정표 잃은 뒤에도
찾아가야 할 땅이 있다
뜨겁던 날들은 다시 오지 않겠지만
거기서부터 또 시작해야 할 사랑이 있다
"열정이 식은 뒤에도 사랑해야 하는 날들"이 있습니다. 열정이 식은 뒤에도 우리는 일을 하고 사랑하며 살아야 합니다. 오직 열정과 설렘과 뜨거움으로만 사랑하는 건 아닙니다. 삶으로 사랑하기도 하고 정으로 사랑하며 살기도 합니다.
생에 있어서 감동의 기억이란 얼마나 소중한 것입니까? 개인과 사회를 밀고 가는 가장 큰 원동력의 하나가 감동입니다. 그러나 벅찬 감동으로 서로를 끌어안던 날이 있지만 감동이 영원히 우리를 밀고 가는 건 아닙니다. 감동이 추억의 자리로 물러난 뒤에도 부둥켜안고 가야 하는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그게 우리 인생입니다.
늘 뜨거운 감동과 눈물 나게 아름다운 일만을 경험하며 살 수는 없습니다. 뜨겁던 날이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거기서부터 또 시작해야 할 나날의 삶이 있는 겁니다.
잎이 다 지고 세상이 황량하게 바뀌고 있는 걸 보면서도 떠나야 하는 길이 있고 이정표를 잃고 방황하면서도 멈추지 말고 찾아가야 할 땅이 있는 겁니다.
도종환/시인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 風文 | 2023.02.04 | 15115 |
공지 | 친구야 너는 아니 1 | 風文 | 2015.08.20 | 104513 |
2460 |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23. 기도 | 風文 | 2020.06.23 | 919 |
2459 | '액티브 시니어' 김형석 교수의 충고 | 風文 | 2022.05.09 | 919 |
2458 | 원하는 결과를 상상하며 요청하라 - 켄 로스 | 風文 | 2022.09.19 | 919 |
2457 | 거기에서 다시 일어서라 | 風文 | 2019.08.16 | 920 |
2456 | '왜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됐죠?' | 風文 | 2019.08.22 | 920 |
2455 | 토끼가 달아나니까 사자도 달아났다 | 風文 | 2022.02.24 | 920 |
2454 | 미래 교육의 핵심 가치 4C | 風文 | 2022.01.13 | 921 |
2453 | 어렸을 때 어머니가 해주셨던 말 | 風文 | 2023.04.19 | 921 |
2452 | 마음의 문이 열릴 때까지 | 風文 | 2023.12.06 | 922 |
2451 | 인(仁) | 風文 | 2020.05.03 | 923 |
2450 | 꽃에 물을 주는 사람 | 風文 | 2019.09.02 | 924 |
2449 |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4. 맡김 | 風文 | 2020.05.30 | 924 |
2448 | 양치기와 늑대 | 風文 | 2023.11.24 | 924 |
2447 | 희망이란 | 風文 | 2021.09.02 | 925 |
2446 | 회의 시간은 1시간 안에 | 風文 | 2023.01.19 | 925 |
2445 | 눈이 열린다 | 風文 | 2023.05.27 | 925 |
2444 | 80대 백발의 할머니 | 風文 | 2023.08.28 | 925 |
2443 | 차 맛이 좋아요 | 風文 | 2022.12.14 | 927 |
2442 | 짧은 치마, 빨간 립스틱 | 風文 | 2022.01.29 | 929 |
2441 | 당신을 위한 기도 | 風文 | 2019.08.29 | 930 |
2440 | 다시 출발한다 | 風文 | 2019.08.17 | 931 |
2439 |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 風文 | 2019.08.19 | 931 |
2438 |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14. 믿음 | 風文 | 2020.06.09 | 931 |
2437 |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 風文 | 2021.09.14 | 932 |
2436 | 중심(中心)이 바로 서야 | 風文 | 2022.02.13 | 9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