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8044 추천 수 1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마음이란 참 묘한 것입니다. 내키지 않는 일을 하려면 마음이 먼저 불편하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남을 돕고 나면 보아주는 이가 있건 없건 간에 마음이 뿌듯해집니다. 부끄러운 짓을 하고 나면 보는 이가 있건 없건 간에 마음이 무거워 괴로워하고 있다는 신호가 올라옵니다. 의로운 일을 하면 대견해 하며 칭찬하고 있다는 밝은 에너지를 보내오고, 비겁한 짓을 하고 나면 오래도록 안에서 무언가로 찌르는 게 느껴집니다.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어떤 때는 기도를 하고 그래도 안 되면 눈물을 흘리며 마음에게 사과를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마음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음악을 틀어놓고 있을 때도 있고 밤을 새워 일기를 써서 보여주거나 누군가에게 메일을 보내 반성하고 있다는 증거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18세기 문단의 거두였던 이용휴는 「수려기(隨廬記)」라는 글에서 마음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바람이 동쪽으로 불면 나도 동쪽으로 향하고, 바람이 서쪽으로 불면 나도 서쪽으로 향한다. 세상이 휩쓸려 가는데 따르지 않고 피할 이유가 어디에 있으랴? (......) 그렇다고 남들 하는 대로 따르기만 할 것인가? 아니다! 마땅히 이치를 따라야 한다. 이치는 어디에 있는가? 마음에 있다. 범사에 반드시 자기 마음에 물어보라! 마음이 편안하면 이치가 허락한 것이요, 마음이 편안하지 않으면 이치가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만 한다면, 따라서 행하는 일이 올바르고 하늘의 법칙에 절로 부합할 것이며, 마음의 요구에 따라 행동해도 운수와 귀신이 모두 그 뒤를 따를 것이다."
  
  세상의 이치, 삶의 이치가 마음에 있다고 이용휴는 말합니다. 기본적인 양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치에 맞는 일을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이치가 허락하지 않는 일을 하면 마음이 불편해진다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이치에 맞게 행동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내가 가장 잘 안다는 것입니다. 남들이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그 다음입니다. 법에 저촉이 되는지 아닌지도 그 다음입니다. 내 마음이 이미 알고 있는 것입니다. 내 얼굴빛 내 말보다 먼저 알고 있는 내 마음을 속이지 말아야 합니다. 마음이 가르치는 대로 가야합니다. 그 마음이 하늘에서 받은 것이고 귀신도 마음의 뒤를 따르기 때문입니다.










   
 
  도종환/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16692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106151
2835 우리는 언제 성장하는가 風文 2023.05.17 1125
2834 카오스, 에로스 風文 2023.05.12 1130
2833 '살아남는 지식' 風文 2023.05.12 1003
2832 역사의 흥망성쇠, 종이 한 장 차이 風文 2023.05.12 858
2831 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제3장 그리스의 태초 신들 風文 2023.04.28 1112
2830 우리가 잊고 사는 것들 風文 2023.04.28 872
2829 아무리 가져도 충분하지 않다 風文 2023.04.27 1341
2828 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9. 수메르 風文 2023.04.26 1010
2827 자기 가치 찾기 風文 2023.04.26 1059
2826 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8,이슈타르와 탐무즈 風文 2023.04.25 1184
2825 젊은이가 사라진 마을 風文 2023.04.25 972
2824 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5, 6, 7 風文 2023.04.24 1158
2823 단단한 믿음 風文 2023.04.24 1165
2822 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2.3,4 風文 2023.04.21 1093
2821 내가 놓치고 있는 것 風文 2023.04.21 1073
2820 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2.1 風文 2023.04.20 911
2819 사자와 오랑우탄 風文 2023.04.20 1080
2818 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 2.그리스의 조소미술과 도자기 風文 2023.04.19 966
2817 어렸을 때 어머니가 해주셨던 말 風文 2023.04.19 975
2816 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 고대문명 風文 2023.04.18 934
2815 가슴 터지도록 이 봄을 느끼며 風文 2023.04.18 775
2814 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 그리스의 자연 風文 2023.04.17 905
2813 내 인생은 내가 산다 風文 2023.04.17 803
2812 나만의 고독한 장소 風文 2023.04.16 741
2811 분을 다스리기 힘들 때 風文 2023.04.16 78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