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8585 추천 수 1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저녁 햇살 등에 지고 반짝이는 억새풀은 가을 들판에 있을 때 더욱 아름답습니다.

  차가워지는 바람에 꽃손을 비비며 옹기종기 모여 떠는 들국화나 구절초는 고갯길 언덕 아래에 있을 때 더욱 청초합니다.

  골목길의 가로등, 갈림길의 이정표처럼 있어야 할 자리에 있으면서 꼭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은 보기에 얼마나 좋습니까.

  젊은 날의 어둡고 긴 방황도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찾기 위한 길이었는지 모릅니다.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기나긴 그리움의 나날도 있어야 할 사람과 함께 있기 위한 몸부림이었을 겁니다.

  머물 수 없는 마음, 끝없이 다시 시작하고픈 갈증도 내가 지금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일 것입니다.

  바람만 불어도 흔들리고 산그늘이 들판을 걸어 내려오는 저녁이면 또다시 막막해져 오는 우리들의 가슴은 아직도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못하다는 생각 때문일지 모릅니다.

  잎이 지는 저녁입니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들은 아름답습니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서 더욱 빛나는 삶은 아름답습니다.










   
 
  도종환/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13430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102793
3034 153세 냉동인간이 부활했다? - 냉동인간에 대하여 바람의종 2007.09.19 46833
3033 ‘옵아트’ 앞에서 인간은 천진난만한 아이가 된다! 바람의종 2007.08.15 46320
3032 '푸른 기적' 風文 2014.08.29 39072
3031 사랑이 잔혹한 이유는 에로스 신 부모 탓? 바람의종 2008.03.27 26454
3030 쥐인간의 죄책감은 유아기적 무의식부터? - 강박증에 대하여 바람의종 2007.10.10 25305
3029 행복과 불행은 쌍둥이 형제라고? 바람의종 2007.08.09 22450
3028 세한도(歲寒圖) - 도종환 (125) 바람의종 2009.02.02 21552
3027 희망이란 風文 2013.08.20 19369
3026 현대예술의 엔트로피 바람의종 2008.04.09 18817
3025 '야하고 뻔뻔하게' 風文 2013.08.20 18760
3024 정말 당신의 짐이 크고 무겁습니까? 바람의종 2007.10.10 18720
3023 136명에서 142명쯤 - 김중혁 윤영환 2006.09.02 18451
3022 Love is... 風磬 2006.02.05 18185
3021 그가 부러웠다 風文 2013.08.28 18124
3020 다다이즘과 러시아 구성주의에 대하여 바람의종 2010.08.30 17843
3019 커피 한 잔의 행복 風文 2013.08.20 17544
3018 히틀러는 라디오가 없었다면 존재할 수 없었다 바람의종 2008.08.05 16942
3017 자연을 통해... 風文 2013.08.20 16642
3016 젊은이들에게 - 괴테 바람의종 2008.02.01 16397
3015 흉터 風文 2013.08.28 16386
3014 방 안에 서있는 물고기 한 마리- 마그리트 ‘낯설게 하기’ 바람의종 2007.02.08 15444
3013 길 떠날 준비 風文 2013.08.20 15360
3012 신문배달 10계명 風文 2013.08.19 15359
3011 세계 최초의 아나키스트 정당을 세운 한국의 아나키스트 바람의종 2008.07.24 1532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