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8571 추천 수 1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저녁 햇살 등에 지고 반짝이는 억새풀은 가을 들판에 있을 때 더욱 아름답습니다.

  차가워지는 바람에 꽃손을 비비며 옹기종기 모여 떠는 들국화나 구절초는 고갯길 언덕 아래에 있을 때 더욱 청초합니다.

  골목길의 가로등, 갈림길의 이정표처럼 있어야 할 자리에 있으면서 꼭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은 보기에 얼마나 좋습니까.

  젊은 날의 어둡고 긴 방황도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찾기 위한 길이었는지 모릅니다.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기나긴 그리움의 나날도 있어야 할 사람과 함께 있기 위한 몸부림이었을 겁니다.

  머물 수 없는 마음, 끝없이 다시 시작하고픈 갈증도 내가 지금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일 것입니다.

  바람만 불어도 흔들리고 산그늘이 들판을 걸어 내려오는 저녁이면 또다시 막막해져 오는 우리들의 가슴은 아직도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못하다는 생각 때문일지 모릅니다.

  잎이 지는 저녁입니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들은 아름답습니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서 더욱 빛나는 삶은 아름답습니다.










   
 
  도종환/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13067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102425
710 일상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바람의종 2008.05.31 6971
709 일상의 재미와 통찰 風文 2019.09.05 871
708 일에 전념하라 바람의종 2010.07.17 3366
707 일이 즐겁다 바람의종 2012.01.27 5945
706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습관 風文 2022.01.30 646
705 읽기와 쓰기 風文 2014.12.07 6168
704 잃어버린 옛노래 風文 2015.07.26 7197
703 잃을 것, 얻을 것 바람의종 2010.07.18 4116
702 임금의 어깨가 더욱 흔들렸다 바람의종 2009.05.26 6382
701 임숙영의 책문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7059
700 입맛이 있든 없든... 바람의종 2012.03.26 5204
699 입속의 도끼 바람의종 2009.12.18 5461
698 입씨름 風文 2022.02.24 819
697 입을 다물라 風文 2023.12.18 654
696 입을 여는 나무들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4.25 7270
695 입장을 바꿔놓고 바람의종 2012.04.11 4341
694 잇몸에서 피가 나왔다? 風文 2022.02.24 709
693 있는 그대로 風文 2019.09.05 991
692 있는 그대로 風文 2023.12.05 627
»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들은 아름답습니다 - 도종화 (69) 바람의종 2008.09.18 8571
690 잊을 수 없는 시간들 風文 2019.08.26 755
689 자각몽(自覺夢) 바람의종 2012.11.22 7367
688 자글자글 주름을 펴주는 명약 風文 2022.05.10 948
687 자기 가치 찾기 風文 2023.04.26 877
686 자기 가치를 요청한 여성 - 제인 블루스테인 風文 2022.08.28 63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7 88 89 90 91 92 93 94 95 96 97 98 99 100 101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