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8676 추천 수 1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저녁 햇살 등에 지고 반짝이는 억새풀은 가을 들판에 있을 때 더욱 아름답습니다.

  차가워지는 바람에 꽃손을 비비며 옹기종기 모여 떠는 들국화나 구절초는 고갯길 언덕 아래에 있을 때 더욱 청초합니다.

  골목길의 가로등, 갈림길의 이정표처럼 있어야 할 자리에 있으면서 꼭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은 보기에 얼마나 좋습니까.

  젊은 날의 어둡고 긴 방황도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찾기 위한 길이었는지 모릅니다.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기나긴 그리움의 나날도 있어야 할 사람과 함께 있기 위한 몸부림이었을 겁니다.

  머물 수 없는 마음, 끝없이 다시 시작하고픈 갈증도 내가 지금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일 것입니다.

  바람만 불어도 흔들리고 산그늘이 들판을 걸어 내려오는 저녁이면 또다시 막막해져 오는 우리들의 가슴은 아직도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못하다는 생각 때문일지 모릅니다.

  잎이 지는 저녁입니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들은 아름답습니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서 더욱 빛나는 삶은 아름답습니다.










   
 
  도종환/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15917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105405
235 파란 하늘, 흰 구름 바람의종 2010.08.05 4305
234 파랑새 風文 2019.06.05 1102
233 파워냅(Power Nap) 風文 2022.12.07 1222
232 팔로워십 바람의종 2011.08.25 7432
231 팔이 닿질 않아요. 風文 2020.06.15 1852
230 펑펑 울고 싶은가 風文 2015.02.10 6176
229 편안한 마음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5.20 7520
228 편안한 쉼이 필요한 이유 1 風文 2023.01.20 979
227 편지를 다시 읽으며 바람의종 2009.07.30 5165
226 평균 2천 번 바람의종 2009.12.04 5761
225 평생 갈 사람 바람의종 2011.09.24 6055
224 평생 청년으로 사는 방법 風文 2019.06.10 897
223 평정을 잃지 말고 요청하라 風文 2022.10.08 1155
222 평화, 행복, 어디에서 오는가 風文 2024.05.10 298
221 평화로운 중심 風文 2020.05.06 888
220 평화롭다. 자유롭다. 행복하다 風文 2022.05.12 1487
219 평화의 장소 바람의종 2012.12.27 6743
218 평화의 촛불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7283
217 폐허 이후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5.31 8490
216 포옹 風文 2015.01.18 6990
215 포트폴리오 커리어 시대 風文 2023.08.09 815
214 폭풍우 치는 날에도 편히 잠자는 사나이 바람의종 2012.12.04 7763
213 풀 위에 앉으면 풀이 되라 바람의종 2011.04.01 4001
212 풍요 바람의종 2011.09.19 7190
211 풍요롭게 사는 사람 바람의종 2011.02.09 465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06 107 108 109 110 111 112 113 114 115 116 117 118 119 120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