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8260 추천 수 1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늦게 잠이 들었는데 한밤중에 또 깨었습니다. 귀뚜라미 소리가 방안 가득 울리고 있었습니다. 저 소리에 깬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디로 들어왔는지 알 수가 없는 귀뚜라미 한 마리가 톡 튀어 구석으로 몸을 피하고 난 뒤에도 계속해서 울어댑니다. 불을 끄고 자리에 누었는데도 귀뚜라미는 밤을 새워 울고 있습니다.
  
  우리도 밤을 새워 글을 쓰고 밤을 새워가며 토론하고 인생에 대해 끝없는 질문을 던지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쓴 한 줄의 글을 남들은 아름답다 했지만 사실은 처절하였습니다. 나의 시가 나의 울음이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어떤 밤은 아무도 들어주는 이가 없어서 밤새 울었고 어떤 날은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워져 버릴 수 없어서 소리 내어 울던 밤이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때 우리도 한 마리 귀뚜라미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밤을 새우며 울고 있지 않습니다. 내 소리를 알아듣는 이, 내 목소리를 어딘가에서 듣고 있을 한 사람을 위해 밤을 하얗게 새우며 울고 있지 않습니다. 치열하던 마음도 뜨겁게 끓어오르던 열정도 많이 가라앉아 있습니다. 우리 대신 귀뚜라미가 밤을 새워 울고 있습니다. 깨어 있으라고, 잠든 우리의 영혼이 다시 깨어나기를 바라는 이들이 있다고 머리맡에 와 울면서 밤을 지킵니다.










   
 
  도종환/시인

  1. No Image notice by 風文 2023/02/04 by 風文
    Views 10329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2. 친구야 너는 아니

  3. No Image 09Nov
    by 바람의종
    2011/11/09 by 바람의종
    Views 8320 

    희생할 준비

  4. No Image 21Jul
    by 바람의종
    2008/07/21 by 바람의종
    Views 8318 

    모기 이야기 - 도종환

  5. No Image 17Dec
    by 風文
    2014/12/17 by 風文
    Views 8315 

    겨울 사랑

  6. No Image 27Dec
    by 바람의종
    2008/12/27 by 바람의종
    Views 8308 

    희망의 스위치를 눌러라

  7. No Image 03Apr
    by 윤안젤로
    2013/04/03 by 윤안젤로
    Views 8307 

    네 개의 방

  8. No Image 30Oct
    by 바람의종
    2012/10/30 by 바람의종
    Views 8306 

    아플 틈도 없다

  9. No Image 08Jul
    by 風文
    2015/07/08 by 風文
    Views 8301 

    조화로움

  10. No Image 14Nov
    by 바람의종
    2012/11/14 by 바람의종
    Views 8296 

    외로움 때문에

  11. No Image 16Jan
    by 바람의종
    2008/01/16 by 바람의종
    Views 8295 

    지란 지교를 꿈꾸며 中 - 유안진

  12. No Image 23Dec
    by 바람의종
    2008/12/23 by 바람의종
    Views 8290 

    초겨울 - 도종환 (109)

  13. No Image 21Dec
    by 바람의종
    2012/12/21 by 바람의종
    Views 8275 

    1만 시간의 법칙

  14. No Image 18Aug
    by 風文
    2014/08/18 by 風文
    Views 8275 

    아름다운 마무리

  15. No Image 11Mar
    by 윤안젤로
    2013/03/11 by 윤안젤로
    Views 8273 

    아버지 책 속의 옛날돈

  16. No Image 11Jun
    by 바람의종
    2012/06/11 by 바람의종
    Views 8272 

    '찰지력'과 센스

  17. No Image 14Feb
    by 바람의종
    2013/02/14 by 바람의종
    Views 8264 

    "우리는 행복했다"

  18. No Image 05Sep
    by 바람의종
    2008/09/05 by 바람의종
    Views 8260 

    귀뚜라미 - 도종환 (66)

  19. No Image 18Dec
    by 風文
    2014/12/18 by 風文
    Views 8260 

    휴식은 생산이다

  20. No Image 25Apr
    by 바람의종
    2009/04/25 by 바람의종
    Views 8258 

    한 번쯤은

  21. No Image 07Mar
    by 윤안젤로
    2013/03/07 by 윤안젤로
    Views 8251 

    고마워...

  22. No Image 10Oct
    by 바람의종
    2008/10/10 by 바람의종
    Views 8250 

    저녁 무렵 - 도종환 (79)

  23. No Image 14Feb
    by 바람의종
    2013/02/14 by 바람의종
    Views 8246 

    단식과 건강

  24. No Image 15May
    by 윤안젤로
    2013/05/15 by 윤안젤로
    Views 8244 

    몸에 잘 맞는 옷

  25. No Image 05Dec
    by 風文
    2014/12/05 by 風文
    Views 8243 

    신성한 지혜

  26. No Image 14Feb
    by 바람의종
    2013/02/14 by 바람의종
    Views 8230 

    아버지의 포옹

  27. No Image 28Dec
    by 風文
    2014/12/28 by 風文
    Views 8223 

    무슨 일이 일어나든...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