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9.04 01:56

박달재 - 도종환 (65)

조회 수 5215 추천 수 1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고개를 넘다 바라보니 안개꽃 같은 별들이
  모두 제 있을 곳에 떠 있다
  숲 사이를 지나다 바라보니 그 별들이 어느새
  추위에 떨고 있는 나무들 사이로 내려와
  나무들의 빈 자리를 따뜻하게 메우고 있다
  우리 가는 길 앞을 거친 모습으로 막고 서 있는
  검푸른 산맥 사이를 지날 때면 그 위에 편안히 누워
  두려움 속에서도 늘 여유를 잃지 말라 한다
  별은 길 없는 하늘 가운데에서도
  모두들 제 갈 길을 소리없이 찾아가면서
  우리가 고개를 넘을 때마다 우리보다 먼저
  고갯마루에 별 여러 형제를 보내 기다리게 하거나
  빈 들판 끝까지도 일일이 젊은 별들을 보내
  이 세상이 다만 황량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지상에선 꽃들이 하늘에선 별들이
  살면서 제 모습을 잃지 않으며
  외롭고 비어 있는 것들의 곁으로 가
  그곳까지 아름답게 바꾸어놓고 있다
  별이 있어서 고개를 넘는 밤
  별이 있어서 마음을 잃지 않는 밤.
  
  * 캄캄한 저 하늘에 별이 없다면 밤은 얼마나 두려울까요? 황량한 들판에 꽃들이 없다면 들판은 얼마나 삭막할까요? 외롭고 두려운 것들 옆에는 별처럼 빛나는 것이 있습니다. 황량하고 삭막한 것들 옆에는 꽃처럼 아름다운 것들이 있습니다. 별과 꽃들은 오래 전부터 거기가 자기 자리인 것처럼 있습니다.
  
  그 별들은 우리에게 "두려움 속에서도 늘 여유를 잃지 말라"고 말합니다. 별들이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것처럼 보여도 다 자기 자리, 자기 궤도를 질서 있게 돌듯이 우리도 소리 없이 자기의 길을 가는 것입니다. "지상에선 꽃들이 하늘에선 별들이 / 살면서 제 모습을 잃지 않으며 / 외롭고 비어 있는 것들의 곁으로 가 / 그곳까지 아름답게 바꾸어놓고 있"습니다. 우리도 외롭고 두렵다고만 하지 말고 내가 찾아가야 할 빈 곳이 어디인지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찾아가 아름답게 바꾸어 놓아야 할 곳이 어디인지 그곳으로 걸음을 옮길 수 있어야 합니다.










   
 
  도종환/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9297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8576
2827 자기 가치 찾기 風文 2023.04.26 688
2826 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8,이슈타르와 탐무즈 風文 2023.04.25 894
2825 젊은이가 사라진 마을 風文 2023.04.25 666
2824 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5, 6, 7 風文 2023.04.24 867
2823 단단한 믿음 風文 2023.04.24 831
2822 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2.3,4 風文 2023.04.21 829
2821 내가 놓치고 있는 것 風文 2023.04.21 680
2820 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2.1 風文 2023.04.20 586
2819 사자와 오랑우탄 風文 2023.04.20 735
2818 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 2.그리스의 조소미술과 도자기 風文 2023.04.19 584
2817 어렸을 때 어머니가 해주셨던 말 風文 2023.04.19 723
2816 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 고대문명 風文 2023.04.18 694
2815 가슴 터지도록 이 봄을 느끼며 風文 2023.04.18 467
2814 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 그리스의 자연 風文 2023.04.17 584
2813 내 인생은 내가 산다 風文 2023.04.17 529
2812 나만의 고독한 장소 風文 2023.04.16 504
2811 분을 다스리기 힘들 때 風文 2023.04.16 471
2810 첫눈에 반한 사랑 風文 2023.04.16 558
2809 바쁘다는 것은 風文 2023.04.13 693
2808 혈당 관리가 중요한 이유 風文 2023.04.13 712
2807 나의 음악 레슨 선생님 風文 2023.04.07 743
2806 곡지(曲枝)가 있어야 심지(心志)도 굳어진다 風文 2023.04.06 550
2805 씨앗 뿌리는 사람이 많을수록 風文 2023.04.03 580
2804 '멋진 할머니'가 되는 꿈 風文 2023.04.03 609
2803 하나만 아는 사람 風文 2023.04.03 61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