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7864 추천 수 1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어두운 하늘을 보며 저녁 버스에 몸을 싣고 돌아오는 길
  생각해보니 오늘 하루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았다
  이것저것 짧은 지식들은 많이 접하였지만
  그것으로 생각은 깊어지지 않았고
  책 한 권 며칠씩 손에서 놓지 않고 깊이 묻혀
  읽지 못한 나날이 너무도 오래 되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지냈지만
  만나서 오래 기쁜 사람보다는 실망한 사람이 많았다
  ---나는 또 내가 만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실망시켰을 것인가
  미워하는 마음은 많았으나 사랑하는 마음은 갈수록 작아지고
  분노하는 말들은 많았지만 이해하는 말들은 줄어들었다
  소중히 여겨야 할 가까운 사람들을 오히려 미워하며
  모르게 거칠어지는 내 언어만큼 거칠어져 있는 마음이
  골목을 돌아설 때마다 덜컹거렸다
  단 하루도 사람답게 살지 못하면서
  오늘도 혁명의 미래를 꿈꾸었다.
  
  여러 분은 오늘 하루 어떠셨는지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일을 하면서 보낸 하루였는지요? 오늘 만난 사람 중에 기쁜 사람도 있었고 실망한 사람도 있었겠지요? 사랑의 마음을 갖게 되기도 하고 미워하는 말을 하기도 했겠지요?
  
  나는 그들에게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내가 그들에게 실망스러운 사람으로 비치진 않았을까요? 어떤 날은 얻는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은 날도 있습니다. "이것저것 짧은 지식들은 많이 접하였지만 / 그것으로 생각은 깊어지지 않았고 / 책 한 권 며칠씩 손에서 놓지 않고 깊이 묻혀 / 읽지 못한 나날이 너무도 오래 되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소중히 여겨야 할 가까운 사람들을 오히려 미워하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언어도 마음도 거칠어져 가고 있는 걸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오늘 하루를 사람답게 살 수 있어야 합니다. 너무 거창한 꿈을 꾸는 일보다 하루를 사람답게 사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도종환/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13871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103282
2860 약속을 지키는지 하나만 봐도 風文 2023.06.07 797
2859 우주의 자궁 風文 2023.06.07 767
2858 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 14, 15, 16 風文 2023.06.06 953
2857 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 11 ~ 13 風文 2023.06.04 875
2856 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 8, 9, 10 風文 2023.06.02 713
2855 자신에 대한 탐구 風文 2023.06.02 1431
2854 외톨이가 아니다 風文 2023.06.01 588
2853 나의 길, 새로운 길 風文 2023.05.31 827
2852 재능만 믿지 말고... 風文 2023.05.30 793
2851 지금 내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은 風文 2023.05.29 691
2850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 風文 2023.05.28 741
2849 얼굴의 주름, 지혜의 주름 風文 2023.05.28 572
2848 정신력을 단련하는 곳 風文 2023.05.27 833
2847 눈이 열린다 風文 2023.05.27 851
2846 두근두근 내 인생 中 風文 2023.05.26 747
2845 영웅의 탄생 風文 2023.05.26 684
2844 베토벤의 산책 風文 2023.05.26 903
2843 아버지는 아버지다 風文 2023.05.24 1118
2842 마음의 위대한 힘 風文 2023.05.24 816
2841 네가 남기고 간 작은 것들 風文 2023.05.22 1128
2840 마음을 담은 손편지 한 장 風文 2023.05.22 730
2839 꽃이 핀 자리 風文 2023.05.22 744
2838 '자기한테 나는 뭐야?' 風文 2023.05.19 677
2837 백수로 지낸 2년 風文 2023.05.19 824
2836 행간과 여백 風文 2023.05.17 83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