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7827 추천 수 1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어두운 하늘을 보며 저녁 버스에 몸을 싣고 돌아오는 길
  생각해보니 오늘 하루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았다
  이것저것 짧은 지식들은 많이 접하였지만
  그것으로 생각은 깊어지지 않았고
  책 한 권 며칠씩 손에서 놓지 않고 깊이 묻혀
  읽지 못한 나날이 너무도 오래 되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지냈지만
  만나서 오래 기쁜 사람보다는 실망한 사람이 많았다
  ---나는 또 내가 만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실망시켰을 것인가
  미워하는 마음은 많았으나 사랑하는 마음은 갈수록 작아지고
  분노하는 말들은 많았지만 이해하는 말들은 줄어들었다
  소중히 여겨야 할 가까운 사람들을 오히려 미워하며
  모르게 거칠어지는 내 언어만큼 거칠어져 있는 마음이
  골목을 돌아설 때마다 덜컹거렸다
  단 하루도 사람답게 살지 못하면서
  오늘도 혁명의 미래를 꿈꾸었다.
  
  여러 분은 오늘 하루 어떠셨는지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일을 하면서 보낸 하루였는지요? 오늘 만난 사람 중에 기쁜 사람도 있었고 실망한 사람도 있었겠지요? 사랑의 마음을 갖게 되기도 하고 미워하는 말을 하기도 했겠지요?
  
  나는 그들에게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내가 그들에게 실망스러운 사람으로 비치진 않았을까요? 어떤 날은 얻는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은 날도 있습니다. "이것저것 짧은 지식들은 많이 접하였지만 / 그것으로 생각은 깊어지지 않았고 / 책 한 권 며칠씩 손에서 놓지 않고 깊이 묻혀 / 읽지 못한 나날이 너무도 오래 되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소중히 여겨야 할 가까운 사람들을 오히려 미워하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언어도 마음도 거칠어져 가고 있는 걸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오늘 하루를 사람답게 살 수 있어야 합니다. 너무 거창한 꿈을 꾸는 일보다 하루를 사람답게 사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도종환/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12914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102299
235 불화의 목소리를 통제하라 風文 2022.01.29 662
234 나의 치유는 너다 風文 2019.08.06 661
233 올가을과 작년 가을 風文 2023.11.10 661
232 소중한 비밀 하나 風文 2019.06.21 660
231 지금 내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은 風文 2023.05.29 660
230 신이 내리는 벌 風文 2020.05.05 659
229 내려야 보입니다 風文 2021.09.02 659
228 마음의 감옥 風文 2019.08.14 658
227 먼저 베풀어라 - 중국 설화 風文 2022.10.05 658
226 보물 상자를 깔고 앉은 걸인 風文 2023.01.27 658
225 단 하나의 차이 風文 2023.02.18 658
224 좋은 부모가 되려면 風文 2023.06.26 658
223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46. 찾고, 구하고, 묻다. 風文 2021.09.08 657
222 올 가을과 작년 가을 風文 2022.01.09 657
221 이루지 못한 꿈 風文 2020.05.02 656
220 아이들이 번쩍 깨달은 것 風文 2022.01.28 656
219 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7。1。 風文 2023.11.11 656
218 괴테는 왜 이탈리아에 갔을까? 風文 2023.12.07 656
217 거절을 열망하라 - 릭 겔리나스 風文 2022.10.06 655
216 무심하게 구는 손자손녀들 風文 2022.02.08 654
215 어디로 갈지... 風文 2019.08.14 653
214 입을 다물라 風文 2023.12.18 653
213 순두부 風文 2023.07.03 652
212 급체 風文 2019.08.07 651
211 생애 최초로 받은 원작료 風文 2022.01.12 65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06 107 108 109 110 111 112 113 114 115 116 117 118 119 120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