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8.21 12:21
쑥갓꽃 - 도종환 (59)
조회 수 6473 추천 수 14 댓글 0
가장 뜨거울 때도 꽃은
오히려 조용히 핀다
한두 해를 살다가도 꽃은
오히려 꼿꼿하게 핀다
쓰리고 아린 것을 대궁 속에 저며두고
샛노랗게 피어나는 쑥갓꽃
가장 뜨거울 때도 꽃은
아우성치지 않고 핀다
한여름에 피는 쑥갓꽃을 바라보다 "가장 뜨거울 때도 꽃은 / 오히려 조용히 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노란 쑥갓꽃은 참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그 아름다운 꽃들이 아우성치지 않으면서 핍니다. 내가 피운 꽃을 보아 달라고 소리소리 지르거나 내가 피운 꽃을 알아주지 않아 서운해 하지 않습니다.
이 세상 많은 꽃들이 그러합니다. "한두 해를 살다가도 꽃은 / 오히려 꼿꼿하게" 핍니다. 속으로 얼마나 쓰리고 아른 것들이 많으면 쑥갓의 몸에 그렇게 쌉싸롬한 것들이 배어 있겠습니까? 그러나 쑥갓꽃은 내색하지 않습니다. 그저 노랗게 꽃을 피우고 있을 뿐입니다. 조용히 피어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피운 꽃 옆에서 우리는 어떤 모습 어떤 목소리로 있는 것일까요?
도종환/시인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 風文 | 2023.02.04 | 14254 |
공지 | 친구야 너는 아니 1 | 風文 | 2015.08.20 | 103629 |
1885 | 아름다운 대화법 | 바람의종 | 2011.04.25 | 3615 |
1884 | 아름다운 길(道) | 風文 | 2015.07.02 | 6085 |
1883 | 아름다운 경쟁 | 바람의종 | 2009.09.29 | 4642 |
1882 | 아름다운 '공상가' | 바람의종 | 2011.08.04 | 4159 |
1881 | 아르테미스, 칼리스토, 니오베 | 風文 | 2023.06.28 | 679 |
1880 | 아들이 아버지를 극복하다 | 風文 | 2013.08.09 | 12369 |
1879 | 아들의 똥 | 風文 | 2014.10.06 | 11540 |
1878 | 아들아, 생긴 것만 닮으면 뭐하냐? | 바람의종 | 2011.04.19 | 4420 |
1877 | 아는 만큼 보인다? | 風文 | 2014.08.06 | 9001 |
1876 | 아는 것부터, 쉬운 것부터 | 바람의종 | 2008.11.13 | 5651 |
1875 | 아내의 비밀 서랍 | 風文 | 2021.10.28 | 736 |
1874 | 아남 카라 | 바람의종 | 2008.12.30 | 6177 |
1873 | 아기의 눈으로 바라보기 | 風文 | 2023.02.22 | 658 |
1872 | 아기 예수의 구유 | 風文 | 2023.12.28 | 569 |
1871 | 아가페 사랑 | 바람의종 | 2011.04.25 | 4772 |
1870 | 아, 이 아픈 통증을 어찌 할까 | 바람의종 | 2012.09.13 | 5967 |
1869 | 아, 얼마나 큰 죄를 짓고 있는 것인가요 (129) | 바람의종 | 2009.02.12 | 4671 |
1868 | 아, 얼마나 큰 죄를 짓고 있는 것인가 - 도종환 (84) | 바람의종 | 2008.10.22 | 5347 |
1867 | 아, 어머니! | 風文 | 2016.09.04 | 7120 |
1866 | 아, 그 느낌! | 風文 | 2023.02.06 | 863 |
1865 | 씨줄과 날줄 | 風文 | 2014.12.25 | 8589 |
1864 | 씨익 웃자 | 바람의종 | 2011.05.13 | 4776 |
1863 | 씨익 웃자 | 風文 | 2015.06.03 | 4483 |
1862 | 씨앗 뿌리는 사람이 많을수록 | 風文 | 2023.04.03 | 844 |
1861 | 쓸모 없는 존재는 없다 | 바람의종 | 2010.07.10 | 2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