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8.21 12:21

쑥갓꽃 - 도종환 (59)

조회 수 6321 추천 수 1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가장 뜨거울 때도 꽃은
  오히려 조용히 핀다
  
  한두 해를 살다가도 꽃은
  오히려 꼿꼿하게 핀다
  
  쓰리고 아린 것을 대궁 속에 저며두고
  샛노랗게 피어나는 쑥갓꽃
  
  가장 뜨거울 때도 꽃은
  아우성치지 않고 핀다
  
  한여름에 피는 쑥갓꽃을 바라보다 "가장 뜨거울 때도 꽃은 / 오히려 조용히 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노란 쑥갓꽃은 참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그 아름다운 꽃들이 아우성치지 않으면서 핍니다. 내가 피운 꽃을 보아 달라고 소리소리 지르거나 내가 피운 꽃을 알아주지 않아 서운해 하지 않습니다.
  
  이 세상 많은 꽃들이 그러합니다. "한두 해를 살다가도 꽃은 / 오히려 꼿꼿하게" 핍니다. 속으로 얼마나 쓰리고 아른 것들이 많으면 쑥갓의 몸에 그렇게 쌉싸롬한 것들이 배어 있겠습니까? 그러나 쑥갓꽃은 내색하지 않습니다. 그저 노랗게 꽃을 피우고 있을 뿐입니다. 조용히 피어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피운 꽃 옆에서 우리는 어떤 모습 어떤 목소리로 있는 것일까요?










   
 
  도종환/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9274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8557
2027 기초, 기초, 기초 바람의종 2008.12.15 6315
2026 벌주기 바람의종 2008.07.16 6309
2025 십일월의 나무 - 도종환 (99) 바람의종 2008.11.26 6305
2024 응원 바람의종 2008.12.09 6302
2023 시간이라는 선물 바람의종 2012.09.11 6294
2022 용서를 비는 기도 風文 2015.01.18 6291
2021 내 젊은 날의 황금기 風文 2015.07.02 6286
2020 소설가의 눈 風文 2014.12.07 6283
2019 하나를 바꾸면 전체가 바뀐다 바람의종 2011.08.12 6278
2018 에너지 창조법 바람의종 2013.01.14 6273
2017 이별과 만남 風文 2015.07.26 6273
2016 새해 산행 - 도종환 (116) 바람의종 2009.01.23 6271
2015 손님이 덥다면 더운거다 風文 2017.01.02 6267
2014 빈 마음 빈 몸 바람의종 2012.07.19 6264
2013 '간까지 웃게 하라' 風文 2014.12.30 6263
2012 가끔은 보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 바람의종 2008.10.17 6258
2011 고향집 고갯마루 바람의종 2009.10.01 6255
2010 사랑의 조울증 바람의종 2012.02.21 6252
2009 가치있는 삶, 아름다운 삶 風文 2015.06.28 6252
2008 '돈을 낙엽처럼 태운다' 바람의종 2012.07.19 6251
2007 「신부(神父)님의 뒷담화」(시인 유종인) 바람의종 2009.08.01 6250
2006 젊어지는 식사 바람의종 2009.01.24 6245
2005 '사랑한다' 바람의종 2009.03.14 6244
2004 혼자 있는 즐거움 風文 2014.12.07 6236
2003 아이는 풍선과 같다 風文 2015.01.05 623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4 35 36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