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8.21 12:21

쑥갓꽃 - 도종환 (59)

조회 수 6525 추천 수 1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가장 뜨거울 때도 꽃은
  오히려 조용히 핀다
  
  한두 해를 살다가도 꽃은
  오히려 꼿꼿하게 핀다
  
  쓰리고 아린 것을 대궁 속에 저며두고
  샛노랗게 피어나는 쑥갓꽃
  
  가장 뜨거울 때도 꽃은
  아우성치지 않고 핀다
  
  한여름에 피는 쑥갓꽃을 바라보다 "가장 뜨거울 때도 꽃은 / 오히려 조용히 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노란 쑥갓꽃은 참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그 아름다운 꽃들이 아우성치지 않으면서 핍니다. 내가 피운 꽃을 보아 달라고 소리소리 지르거나 내가 피운 꽃을 알아주지 않아 서운해 하지 않습니다.
  
  이 세상 많은 꽃들이 그러합니다. "한두 해를 살다가도 꽃은 / 오히려 꼿꼿하게" 핍니다. 속으로 얼마나 쓰리고 아른 것들이 많으면 쑥갓의 몸에 그렇게 쌉싸롬한 것들이 배어 있겠습니까? 그러나 쑥갓꽃은 내색하지 않습니다. 그저 노랗게 꽃을 피우고 있을 뿐입니다. 조용히 피어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피운 꽃 옆에서 우리는 어떤 모습 어떤 목소리로 있는 것일까요?










   
 
  도종환/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15483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104989
2860 내면의 거울 風文 2023.01.11 757
2859 내 옆에 천국이 있다 風文 2019.06.19 758
2858 급체 風文 2019.08.07 759
2857 정상에 오른 사람 風文 2019.08.16 759
2856 불확실한, 우리 시대의 청춘들 風文 2019.08.28 759
2855 고향을 다녀오니... 風文 2019.08.16 760
2854 '자기한테 나는 뭐야?' 風文 2023.05.19 760
2853 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7。1。 風文 2023.11.11 760
2852 조용한 응원 風文 2019.08.08 761
2851 소원의 시한을 정하라 風文 2022.09.09 761
2850 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 8, 9, 10 風文 2023.06.02 761
2849 이루지 못한 꿈 風文 2020.05.02 763
2848 출근길 風文 2020.05.07 763
2847 '몰입의 천국' 風文 2019.08.23 765
2846 요청에도 정도가 있다 風文 2022.09.24 765
2845 50. 자비 風文 2021.09.15 766
2844 12. 헤르메스 風文 2023.11.09 768
2843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27. 판단 風文 2020.07.03 769
2842 많은 것들과의 관계 風文 2021.10.31 769
2841 사람 만드는 목수 風文 2023.11.09 769
2840 어리석지 마라 風文 2019.08.30 770
2839 진실이면 이긴다 風文 2023.03.25 771
2838 감동과 행복의 역치가 낮은 사람 風文 2023.02.11 771
2837 괴테는 왜 이탈리아에 갔을까? 風文 2023.12.07 771
2836 내려야 보입니다 風文 2021.09.02 77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