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 도종환 (55)
매미 | ||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55> |
누구에게나 자기 생의 치열하던 날이 있다
제 몸을 던져 뜨겁게 외치던 소리
소리의 몸짓이
저를 둘러싼 세계를
서늘하게 하던 날이 있다
강렬한 목소리로 살아 있기 위해
굼벵이처럼 견디며 보낸 캄캄한 세월 있고
그 소리 끝나기도 전에 문득 가을은 다가와
형상의 껍질을 벗어 지상에 내려놓고
또다시 시작해야 할 가없는 기다림
기다림의 긴 여정을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이 있다
매미소리가 요란한 아침입니다. 밤새 매미소리 때문에 잠 못 드는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도시의 매미는 시골 매미보다 더 악착스럽게 울어댑니다. 매미소리도 소음공해로 분류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시골에서는 한여름의 정취를 느끼게 해 주는 서늘한 소리로 들리는데 도시에서는 악을 쓰고 울어대는 소리로만 들립니다.
매미의 생애 중에 몸을 받아 태어나 살아 있는 여름의 한 주일은 가장 중요한 하루하루입니다. 그 시기 안에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고 세상을 떠납니다. 제 존재를, 존재의 위치를 알리는 수단으로 매미는 웁니다. 가장 치열하고 뜨겁게 울어야 짝짓기를 할 수 있고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도시에서는 자동차 소리를 비롯한 각종 소음 때문에 제 날갯짓 하는 소리가 잘 전달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가 봅니다. 저렇게 악을 쓰며 울어대는 걸 보면.
살 수 있는 날이 딱 일주일밖에 주어지지 않았다면 우리는 어떻게 했을까요? 우리는 어떤 몸짓 어떤 소리를 질렀을까요? 우리 역시 그 기간을 가장 치열하고 뜨겁게 살려고 몸부림치지 않았을까요? 주어진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고 다시 또 캄캄한 어둠 속에서 가없는 기다림을 시작해야 한다고 하면 우리는 그 기다림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요? 그 생각을 하면서 이 시를 썼습니다.
도종환/시인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 風文 | 2023.02.04 | 16392 |
공지 | 친구야 너는 아니 1 | 風文 | 2015.08.20 | 105815 |
210 | 풍족할 때 준비하라 | 風文 | 2019.08.26 | 929 |
209 | 프란시스코 교황의 '아름다운 메시지' | 風文 | 2020.05.06 | 1020 |
208 | 플라시보 효과 | 바람의종 | 2012.04.20 | 5846 |
207 | 피곤해야 잠이 온다 | 風文 | 2022.01.30 | 973 |
206 | 피땀이란 말 | 바람의종 | 2012.04.03 | 6403 |
205 | 피로감 | 風文 | 2020.05.02 | 951 |
204 | 피의 오염, 자연 치유 | 風文 | 2019.06.19 | 1084 |
203 | 피천득의 수필론 | 風文 | 2023.11.22 | 995 |
202 | 피해갈 수 없는 사건들 | 風文 | 2022.05.26 | 1106 |
201 | 핀란드의 아이들 - 도종환 (123) | 바람의종 | 2009.02.02 | 8508 |
200 | 하기 싫은 일을 위해 하루 5분을 투자해 보자 | 바람의종 | 2008.08.21 | 9870 |
199 | 하나를 바꾸면 전체가 바뀐다 | 바람의종 | 2011.08.12 | 6403 |
198 | 하나만 아는 사람 | 風文 | 2023.04.03 | 948 |
197 | 하나의 가치 | 바람의종 | 2008.04.29 | 7065 |
196 | 하느님의 사랑, 우리의 사랑 - 도종환 (80) | 바람의종 | 2008.10.13 | 7937 |
195 | 하늘 같은 지도자보다 바다 같은 지도자 | 윤안젤로 | 2013.04.19 | 9127 |
194 | 하늘, 바람, 햇살 | 바람의종 | 2013.01.31 | 8010 |
193 | 하늘나라에 교실을 짓자꾸나! | 風文 | 2020.06.18 | 1023 |
192 | 하늘에 반짝반짝 꿈이 걸려있다 | 바람의종 | 2008.12.23 | 6080 |
191 | 하늘에서 코끼리를 선물 받은 연암 박지원 | 바람의종 | 2008.02.09 | 14177 |
190 |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 風文 | 2022.12.02 | 1207 |
189 | 하늘의 눈으로 보면 | 바람의종 | 2012.05.22 | 9011 |
188 | 하루 10분 일광욕 | 風文 | 2014.10.10 | 11598 |
187 | 하루 2리터! | 바람의종 | 2011.05.12 | 4670 |
186 | 하루 가장 적당한 수면 시간은? | 風文 | 2022.05.30 | 13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