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7472 추천 수 1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병 없이 사는 이는 없습니다. 병이라곤 앓아본 적 없이 아주 건강하게 사는 이가 없는 건 아니지만 늘 크고 작은 병을 지니고 사는 게 사람입니다. 감기나 몸살이란 것도 몸을 지칠 대로 지치게 만들었으니 잠시 쉬어야 한다는 신호라고 의사들은 말합니다. 큰 병에 걸리는 이들 중에는 스스로 건강하다고 믿고 과신하던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건강에 과신은 금물입니다.
  
  몸에 병이 들면 어떻게든 싸워서 병을 내쫓으려 하지만 어떤 병은 잘 구슬러서 데리고 살아야 하는 병도 있습니다. 당뇨병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또 어떤 병은 아플 만큼 아파야 낫는 병도 있습니다. 장염이 걸렸는데 무리하게 지사제만을 사용하면 몸 밖으로 배출해야 하는 독성이 몸에 남아 있어 도리어 해롭다고 합니다.
  
  사람의 몸만 그런 게 아니라 사회도 병을 앓고 있습니다. 무능과 부조리와 부패, 비리와 뇌물과 부정직한 거래는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종양입니다.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과 비인간적인 경쟁 제일주의, 시장 만능주의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만성질환입니다. 이런 병들은 쉽게 뿌리 뽑히지도 않습니다. 내성이 강해 웬만한 약은 듣지도 않습니다. 아니 이런 병을 부추겨 이득을 보는 이들은 또 얼마나 많습니까? 이미 나을 수 없는 병이라고 포기한 이도 많습니다. 아닙니다. 어떻게든 고질적인 병을 고쳐야 합니다. 나을 수 있다고 믿어야 합니다. 병에서 배워야 하고 똑같은 병에 자주 걸리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유용주시인은 병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병은 사람의 몸 안에 들어온 다음에야 깨닫는 법, 그러니 인간이란 축생들은 후회와 반성의 자식들이 아니던가? 병은 사람을 가르친다고 했다. 늘 그렇게 한 발자국씩 늦게야 알아듣느니, 병은 스승이다. 병은 우선 낫고자 하는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단다. 저 길에게 약속한다. 소나무에게 전봇대에게 약속한다. 모시고 살 것이라고. 극진히 대접할 것이라고, 저 썩을 대로 썩은 강물에게 맹세한다.(.....) 나는 나을 수 있다. 길이 나를 저버리지 않는 한 이 스승을 끝까지 모시고 살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와 국가가 앓고 있는 병을 직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파해야 하고 앓을 만큼 앓아야 합니다. 그리고 병에서 배워야 합니다. 어떻게 다시 건강한 상태로 돌아가야 할 것인가를 연구해야 합니다. 병은 스승입니다.










   
 
  도종환/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16011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105468
660 '저는 매일 놀고 있어요' 윤안젤로 2013.04.11 7401
659 잃어버린 옛노래 風文 2015.07.26 7401
658 네가 먼저 다가가! 風文 2015.01.12 7402
657 숲속에 난 발자국 風文 2014.12.20 7414
656 대물림의 역전 風文 2016.12.13 7417
655 약속 시간 15분 전 바람의종 2008.10.17 7421
654 통곡의 집 - 도종환 (95) 바람의종 2008.11.17 7424
653 2도 변화 바람의종 2009.03.24 7428
652 소속감 바람의종 2012.06.21 7428
651 팔로워십 바람의종 2011.08.25 7432
650 오송회 사건과 보편적 정의 - 도종환 (102) 바람의종 2008.12.06 7444
649 바다로 가는 강물 - 도종환 (108) 바람의종 2008.12.18 7444
648 새롭게 시작하자 바람의종 2013.01.02 7445
647 처음 하듯이 바람의종 2009.08.27 7446
646 흡연과 금연 바람의종 2012.09.04 7446
645 희망이란 風文 2015.06.03 7448
644 '나중에 성공하면...' 바람의종 2012.06.15 7449
643 「죽은 연습」(시인 서규정) 바람의종 2009.07.21 7450
642 '저쪽' 세계로 통하는 문 바람의종 2012.12.11 7450
641 지금의 너 바람의종 2009.06.11 7462
640 작은 성공이 큰 성공을 부른다 바람의종 2012.10.29 7464
639 한 번의 포옹 바람의종 2009.04.30 7466
638 가장 행복하다고 느낄 때 바람의종 2008.10.04 7468
637 상처의 힘 바람의종 2012.09.18 7469
» 병은 스승이다 - 도종환 (52) 바람의종 2008.08.09 747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9 90 91 92 93 94 95 96 97 98 99 100 101 102 103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