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7275 추천 수 1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병 없이 사는 이는 없습니다. 병이라곤 앓아본 적 없이 아주 건강하게 사는 이가 없는 건 아니지만 늘 크고 작은 병을 지니고 사는 게 사람입니다. 감기나 몸살이란 것도 몸을 지칠 대로 지치게 만들었으니 잠시 쉬어야 한다는 신호라고 의사들은 말합니다. 큰 병에 걸리는 이들 중에는 스스로 건강하다고 믿고 과신하던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건강에 과신은 금물입니다.
  
  몸에 병이 들면 어떻게든 싸워서 병을 내쫓으려 하지만 어떤 병은 잘 구슬러서 데리고 살아야 하는 병도 있습니다. 당뇨병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또 어떤 병은 아플 만큼 아파야 낫는 병도 있습니다. 장염이 걸렸는데 무리하게 지사제만을 사용하면 몸 밖으로 배출해야 하는 독성이 몸에 남아 있어 도리어 해롭다고 합니다.
  
  사람의 몸만 그런 게 아니라 사회도 병을 앓고 있습니다. 무능과 부조리와 부패, 비리와 뇌물과 부정직한 거래는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종양입니다.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과 비인간적인 경쟁 제일주의, 시장 만능주의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만성질환입니다. 이런 병들은 쉽게 뿌리 뽑히지도 않습니다. 내성이 강해 웬만한 약은 듣지도 않습니다. 아니 이런 병을 부추겨 이득을 보는 이들은 또 얼마나 많습니까? 이미 나을 수 없는 병이라고 포기한 이도 많습니다. 아닙니다. 어떻게든 고질적인 병을 고쳐야 합니다. 나을 수 있다고 믿어야 합니다. 병에서 배워야 하고 똑같은 병에 자주 걸리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유용주시인은 병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병은 사람의 몸 안에 들어온 다음에야 깨닫는 법, 그러니 인간이란 축생들은 후회와 반성의 자식들이 아니던가? 병은 사람을 가르친다고 했다. 늘 그렇게 한 발자국씩 늦게야 알아듣느니, 병은 스승이다. 병은 우선 낫고자 하는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단다. 저 길에게 약속한다. 소나무에게 전봇대에게 약속한다. 모시고 살 것이라고. 극진히 대접할 것이라고, 저 썩을 대로 썩은 강물에게 맹세한다.(.....) 나는 나을 수 있다. 길이 나를 저버리지 않는 한 이 스승을 끝까지 모시고 살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와 국가가 앓고 있는 병을 직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파해야 하고 앓을 만큼 앓아야 합니다. 그리고 병에서 배워야 합니다. 어떻게 다시 건강한 상태로 돌아가야 할 것인가를 연구해야 합니다. 병은 스승입니다.










   
 
  도종환/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10264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9567
» 병은 스승이다 - 도종환 (52) 바람의종 2008.08.09 7275
2376 통곡의 집 - 도종환 (95) 바람의종 2008.11.17 7272
2375 함께 본다는 것 바람의종 2012.11.14 7272
2374 황홀한 끌림 바람의종 2009.03.23 7268
2373 단계 風文 2014.12.30 7266
2372 「의뭉스러운 이야기 2」(시인 이재무) 바람의종 2009.08.06 7262
2371 부부의 냄새, 부부의 향기 바람의종 2013.01.31 7261
2370 약속 시간 15분 전 바람의종 2008.10.17 7260
2369 '저는 매일 놀고 있어요' 윤안젤로 2013.04.11 7259
2368 기본에 충실하라! 風文 2015.07.05 7254
2367 우리집에 핀 꽃을 찍으며 바람의종 2012.07.11 7252
2366 오송회 사건과 보편적 정의 - 도종환 (102) 바람의종 2008.12.06 7249
2365 「인생재난 방지대책 훈련요강 수칙」(시인 정끝별) 바람의종 2009.06.01 7246
2364 신종사기 바람의종 2008.02.15 7244
2363 그것은 사랑이다 바람의종 2012.08.21 7239
2362 숲속에 난 발자국 風文 2014.12.20 7237
2361 '잘 사는 것' 윤안젤로 2013.05.15 7236
2360 오늘 다시 찾은 것은 바람의종 2008.05.26 7236
2359 앞에 가던 수레가 엎어지면 - 도종환 (93) 바람의종 2008.11.12 7236
2358 기분 좋게 살아라 바람의종 2008.11.14 7235
2357 2도 변화 바람의종 2009.03.24 7232
2356 나의 아버지는 내가... 바람의종 2008.02.24 7231
2355 입을 여는 나무들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4.25 7226
2354 드러냄의 힘 바람의종 2012.12.17 7219
2353 우산 바람의종 2008.06.19 721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