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8.09 11:35
병은 스승이다 - 도종환 (52)
조회 수 7431 추천 수 19 댓글 0
병 없이 사는 이는 없습니다. 병이라곤 앓아본 적 없이 아주 건강하게 사는 이가 없는 건 아니지만 늘 크고 작은 병을 지니고 사는 게 사람입니다. 감기나 몸살이란 것도 몸을 지칠 대로 지치게 만들었으니 잠시 쉬어야 한다는 신호라고 의사들은 말합니다. 큰 병에 걸리는 이들 중에는 스스로 건강하다고 믿고 과신하던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건강에 과신은 금물입니다.
몸에 병이 들면 어떻게든 싸워서 병을 내쫓으려 하지만 어떤 병은 잘 구슬러서 데리고 살아야 하는 병도 있습니다. 당뇨병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또 어떤 병은 아플 만큼 아파야 낫는 병도 있습니다. 장염이 걸렸는데 무리하게 지사제만을 사용하면 몸 밖으로 배출해야 하는 독성이 몸에 남아 있어 도리어 해롭다고 합니다.
사람의 몸만 그런 게 아니라 사회도 병을 앓고 있습니다. 무능과 부조리와 부패, 비리와 뇌물과 부정직한 거래는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종양입니다.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과 비인간적인 경쟁 제일주의, 시장 만능주의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만성질환입니다. 이런 병들은 쉽게 뿌리 뽑히지도 않습니다. 내성이 강해 웬만한 약은 듣지도 않습니다. 아니 이런 병을 부추겨 이득을 보는 이들은 또 얼마나 많습니까? 이미 나을 수 없는 병이라고 포기한 이도 많습니다. 아닙니다. 어떻게든 고질적인 병을 고쳐야 합니다. 나을 수 있다고 믿어야 합니다. 병에서 배워야 하고 똑같은 병에 자주 걸리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유용주시인은 병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병은 사람의 몸 안에 들어온 다음에야 깨닫는 법, 그러니 인간이란 축생들은 후회와 반성의 자식들이 아니던가? 병은 사람을 가르친다고 했다. 늘 그렇게 한 발자국씩 늦게야 알아듣느니, 병은 스승이다. 병은 우선 낫고자 하는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단다. 저 길에게 약속한다. 소나무에게 전봇대에게 약속한다. 모시고 살 것이라고. 극진히 대접할 것이라고, 저 썩을 대로 썩은 강물에게 맹세한다.(.....) 나는 나을 수 있다. 길이 나를 저버리지 않는 한 이 스승을 끝까지 모시고 살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와 국가가 앓고 있는 병을 직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파해야 하고 앓을 만큼 앓아야 합니다. 그리고 병에서 배워야 합니다. 어떻게 다시 건강한 상태로 돌아가야 할 것인가를 연구해야 합니다. 병은 스승입니다.
도종환/시인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 風文 | 2023.02.04 | 15576 |
공지 | 친구야 너는 아니 1 | 風文 | 2015.08.20 | 105060 |
2860 | 고향을 다녀오니... | 風文 | 2019.08.16 | 760 |
2859 | 거절을 열망하라 - 릭 겔리나스 | 風文 | 2022.10.06 | 760 |
2858 | 조용한 응원 | 風文 | 2019.08.08 | 761 |
2857 | 소원의 시한을 정하라 | 風文 | 2022.09.09 | 761 |
2856 | 내면의 거울 | 風文 | 2023.01.11 | 761 |
2855 | 이루지 못한 꿈 | 風文 | 2020.05.02 | 763 |
2854 | 출근길 | 風文 | 2020.05.07 | 763 |
2853 |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44. 욕망 | 風文 | 2021.09.05 | 764 |
2852 | 거절을 우아하게 받아들여라 | 風文 | 2022.10.09 | 764 |
2851 | '몰입의 천국' | 風文 | 2019.08.23 | 765 |
2850 | 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 8, 9, 10 | 風文 | 2023.06.02 | 765 |
2849 | 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7。1。 | 風文 | 2023.11.11 | 766 |
2848 | 내 옆에 천국이 있다 | 風文 | 2019.06.19 | 767 |
2847 | 12. 헤르메스 | 風文 | 2023.11.09 | 768 |
2846 |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27. 판단 | 風文 | 2020.07.03 | 769 |
2845 | 감동과 행복의 역치가 낮은 사람 | 風文 | 2023.02.11 | 771 |
2844 | 진실이면 이긴다 | 風文 | 2023.03.25 | 773 |
2843 | 괴테는 왜 이탈리아에 갔을까? | 風文 | 2023.12.07 | 773 |
2842 | 많은 것들과의 관계 | 風文 | 2021.10.31 | 774 |
2841 | 살아갈 힘이 생깁니다 | 風文 | 2022.01.11 | 774 |
2840 | 요청에도 정도가 있다 | 風文 | 2022.09.24 | 774 |
2839 | 쉰다는 것 | 風文 | 2023.01.05 | 774 |
2838 | 모든 순간에 잘 살아야 한다 | 風文 | 2023.02.13 | 774 |
2837 | '자기한테 나는 뭐야?' | 風文 | 2023.05.19 | 774 |
2836 | 바로 말해요, 망설이지 말아요 | 風文 | 2024.03.26 | 77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