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8.01 23:10
더 기다리는 우리가 됩시다 - 도종화 (51)
조회 수 6194 추천 수 19 댓글 0
더 기다리는 우리가 됩시다 | ||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51> |
우리가 약속의 땅에 이르지 못했다면
더 기다리는 사람이 됩시다
살아 있는 동안 빛나는 승리의 기억을 마련하지 못했다면
더욱 세차게 달려가는 우리가 됩시다
사랑했던 사람을 미워하지 맙시다
우리의 사랑은 옳았습니다
어제까지도 우리가 거친 바람 속에 살지 않았습니까
아직도 우리에게 사랑이 부족하다고 생각합시다
더 많은 땀과 눈물이 필요한 때문이라 생각합시다
다만 내 손으로 내 살에 못을 박은 듯한 아픔은 잊지 맙시다
그가 나를 사랑한 것보다 내가 그를 더 사랑하지 못해
살을 찢는 듯한 아픔으로 돌아서야 했던 것을 잊지 맙시다
아직도 때에 이르지 못했다고 생각합시다
더 기다리는 우리가 됩시다
빛나는 승리의 기억을 갖는다는 것은 개인의 삶에도 중요하고 한 나라의 역사에서도 꼭 필요한 일입니다. 승리의 기억은 그 당시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일생에 거쳐 긍정적인 힘으로 작용하고 미래의 역사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승리의 기억은 자주 오지 않습니다. 약속의 땅은 쉽게 우리에게 오지 않습니다. 수없는 실패와 좌절 끝에 옵니다.
승리하지 못했다고 포기하는 사람은 승리의 역사를 만나지 못합니다. 승리하지 못한 책임을 다른 이에게 돌리는 사람, 남을 탓하고 미워하고 원망하는 사람에게는 승리의 순간이 찾아오지 않습니다.
다시 기다리는 사람, 우리의 선택이 옳았다고 믿는 사람, 함께 여기까지 온 사람을 버리지 않는 사람, 아직 때에 이르지 못했다고 생각하며 다시 시작하는 사람만이 이길 수 있습니다. 아직도 우리에게 땀과 눈물과 사랑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만이 약속의 땅에 이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사랑은 옳았습니다 / 어제까지도 우리가 거친 바람 속에 살지 않았습니까 / 아직도 우리에게 사랑이 부족하다고 생각합시다"
도종환/시인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 風文 | 2023.02.04 | 9500 |
공지 | 친구야 너는 아니 1 | 風文 | 2015.08.20 | 98774 |
1977 | '외계인', 길을 잃어 버렸다 | 바람의종 | 2012.03.23 | 6162 |
1976 | 좋을 때는 모른다 | 바람의종 | 2011.09.27 | 6161 |
1975 | 계절성 정동장애 | 바람의종 | 2012.04.13 | 6157 |
1974 | 그대나 나나 | 風文 | 2015.07.03 | 6153 |
1973 | 젊음 | 바람의종 | 2011.11.26 | 6151 |
1972 | 살아줘서 고마워요 | 바람의종 | 2012.09.20 | 6148 |
1971 | 당신을 위한 기도 | 바람의종 | 2012.02.20 | 6147 |
1970 | "당신은 나를 알아보는군요" | 바람의종 | 2010.01.14 | 6146 |
1969 | 행복한 부부 | 바람의종 | 2011.07.27 | 6145 |
1968 | 읽기와 쓰기 | 風文 | 2014.12.07 | 6142 |
1967 | 어머니의 한쪽 눈 | 바람의종 | 2008.02.12 | 6137 |
1966 | 기뻐 할 일 - 도종환 (124) | 바람의종 | 2009.02.02 | 6136 |
1965 | 말 한마디와 천냥 빚 | 바람의종 | 2009.05.24 | 6135 |
1964 | 옛날의 금잔디 | 바람의종 | 2011.09.27 | 6132 |
1963 | 허송세월 | 風文 | 2016.12.13 | 6132 |
1962 | 내 몸은 지금 문제가 좀 있다 | 바람의종 | 2008.10.29 | 6130 |
1961 | 완전한 용서 | 바람의종 | 2011.09.24 | 6129 |
1960 | 부처님 말씀 / 도종환 | 윤영환 | 2008.05.14 | 6121 |
1959 | 삶의 리듬 | 바람의종 | 2012.07.04 | 6116 |
1958 | 부모가 찌르는 비수 | 風文 | 2014.12.04 | 6114 |
1957 | 매력 | 風文 | 2014.12.25 | 6110 |
1956 | 「그 모자(母子)가 사는 법」(소설가 한창훈) | 바람의종 | 2009.05.28 | 6107 |
1955 | 더 현명한 선택 | 바람의종 | 2012.12.24 | 6107 |
1954 | 정신분석가 지망생들에게 | 바람의종 | 2011.11.18 | 6106 |
1953 | 한 발 물러서서 | 바람의종 | 2012.01.18 | 6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