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8900 추천 수 1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아내가 충주에 갔다가 얻어 온 옥수수를 삶아서 윗집에 가지고 갔습니다. 그런데 내가 말도 꺼내기 전에 저를 보고는 윗집에서 먼저 '옥수수 쪘는데 드실래요?' 하는 겁니다. 어제 내가 없는 사이에 음지말에 사시는 염씨아저씨가 집집마다 옥수수 한 자루씩을 돌렸다는 겁니다. 옥수수 때문에 쇠절골로 집 지어 들어온 세 가족 모두 행복한 얼굴입니다. 어제 오늘 오는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옥수수를 쪄서 대접하고는 주는 사람이나 얻어먹는 사람이나 모두 행복해했을 모습이 떠오릅니다.
  
  작은 것 하나도 나누면 행복해집니다. 남이 행복하면 나도 기쁩니다. 프랑스의 소설가 앙드레 지드는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만인의 행복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 지구상에는 비참과 비탄, 고통과 공포 같은 불행한 것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우리는 자신의 행복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서는 행복을 꿈꿀 수 없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행복하지 못하면 타인의 행복을 위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나에게 행복은 곧 베푸는 것입니다.
  
  나는 풍성하게 차려진 음식보다는 시골 여인숙의 식사를, 벽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정원보다는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공원을, 희귀한 서적보다는 산책할 때도 걱정 없이 들고 다닐 수 있는 한 권의 책을 더 좋아합니다. 만일 내가 어떤 예술작품을 혼자서만 감상해야 한다면, 그 예술품이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슬픈 마음이 기쁜 마음을 빼앗아 갈 것입니다. 나의 행복은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누리는 데 있습니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만인의 행복이 필요합니다."

  
  그렇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걸 보며 행복해 하는 사람이야말로 참된 사람입니다. 베풀면서도 행복해 하는 사람은 많은 것을 혼자 가지고 혼자 누리면서 행복해 하는 사람보다 훨씬 더 값진 인생을 사는 사람입니다. 나누면서도 행복해 하는 사람은 진정으로 힘 있는 사람입니다.










   
 
  도종환/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16736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106209
2935 치유의 문 風文 2014.10.18 11507
2934 라이브 무대 風文 2014.08.12 11492
2933 불을 켜면 사라지는 꿈과 이상, 김수영 「구슬픈 肉體」 바람의종 2007.03.09 11483
2932 風文 2014.10.20 11473
2931 처음엔 걷지도 못했다 윤안젤로 2013.06.03 11469
2930 소망적 사고 윤영환 2013.06.05 11443
2929 엄창석,<색칠하는 여자> 바람의종 2008.02.28 11437
2928 하루 한 번쯤 바람의종 2012.10.29 11431
2927 중국 현대문학의 아버지 루쉰, 사실은 의사 지망생이었다? 바람의종 2007.02.28 11411
2926 모퉁이 風文 2013.07.09 11310
2925 김인숙 <거울에 관한 이야기> 바람의종 2008.02.29 11282
2924 "'거룩한' 바보가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바람의종 2009.03.31 11243
2923 여섯 개의 버찌씨 바람의종 2009.05.04 11242
2922 아흔여섯살 어머니가... 윤안젤로 2013.06.05 11224
2921 한숨의 크기 윤안젤로 2013.05.20 11221
2920 권력의 꽃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11214
2919 친애란 무엇일까요? 바람의종 2007.10.24 11146
2918 감춤과 은둔 風文 2015.08.20 11135
2917 「개는 어떻게 웃을까」(시인 김기택) 바람의종 2009.05.28 11120
2916 저녁의 황사 - 도종환 (134) 바람의종 2009.03.01 11107
2915 초점거리 윤안젤로 2013.03.27 11091
2914 그냥 서 있는 것도 힘들 때 風文 2014.11.12 11071
2913 밤새 부르는 사랑 노래 윤안젤로 2013.05.27 11018
2912 '할 수 있다' 윤안젤로 2013.06.15 11013
2911 '갓길' 風文 2014.09.25 1099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