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8.01 00:42
행복한 사람 - 도종환 (50)
조회 수 8836 추천 수 16 댓글 0
아내가 충주에 갔다가 얻어 온 옥수수를 삶아서 윗집에 가지고 갔습니다. 그런데 내가 말도 꺼내기 전에 저를 보고는 윗집에서 먼저 '옥수수 쪘는데 드실래요?' 하는 겁니다. 어제 내가 없는 사이에 음지말에 사시는 염씨아저씨가 집집마다 옥수수 한 자루씩을 돌렸다는 겁니다. 옥수수 때문에 쇠절골로 집 지어 들어온 세 가족 모두 행복한 얼굴입니다. 어제 오늘 오는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옥수수를 쪄서 대접하고는 주는 사람이나 얻어먹는 사람이나 모두 행복해했을 모습이 떠오릅니다.
작은 것 하나도 나누면 행복해집니다. 남이 행복하면 나도 기쁩니다. 프랑스의 소설가 앙드레 지드는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만인의 행복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 지구상에는 비참과 비탄, 고통과 공포 같은 불행한 것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우리는 자신의 행복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서는 행복을 꿈꿀 수 없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행복하지 못하면 타인의 행복을 위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나에게 행복은 곧 베푸는 것입니다.
나는 풍성하게 차려진 음식보다는 시골 여인숙의 식사를, 벽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정원보다는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공원을, 희귀한 서적보다는 산책할 때도 걱정 없이 들고 다닐 수 있는 한 권의 책을 더 좋아합니다. 만일 내가 어떤 예술작품을 혼자서만 감상해야 한다면, 그 예술품이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슬픈 마음이 기쁜 마음을 빼앗아 갈 것입니다. 나의 행복은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누리는 데 있습니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만인의 행복이 필요합니다."
그렇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걸 보며 행복해 하는 사람이야말로 참된 사람입니다. 베풀면서도 행복해 하는 사람은 많은 것을 혼자 가지고 혼자 누리면서 행복해 하는 사람보다 훨씬 더 값진 인생을 사는 사람입니다. 나누면서도 행복해 하는 사람은 진정으로 힘 있는 사람입니다.
도종환/시인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 風文 | 2023.02.04 | 15641 |
공지 | 친구야 너는 아니 1 | 風文 | 2015.08.20 | 105122 |
2710 | 역사의 흥망성쇠, 종이 한 장 차이 | 風文 | 2023.05.12 | 837 |
2709 | 독일의 '시민 교육' | 風文 | 2023.08.21 | 837 |
2708 | 아직 시간이 남아 있어요 | 風文 | 2019.08.25 | 839 |
2707 | 안 하느니만 못한 말 | 風文 | 2020.05.06 | 839 |
2706 | 우리가 잊고 사는 것들 | 風文 | 2023.04.28 | 839 |
2705 | 자기주도적인 삶 | 風文 | 2020.06.06 | 840 |
2704 | 호기심 천국 | 風文 | 2022.12.19 | 840 |
2703 |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습관 | 風文 | 2022.01.30 | 841 |
2702 | 두근두근 내 인생 中 | 風文 | 2023.05.26 | 841 |
2701 | 보물 상자를 깔고 앉은 걸인 | 風文 | 2023.01.27 | 842 |
2700 | 꽃이 핀 자리 | 風文 | 2023.05.22 | 842 |
2699 | 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 風文 | 2023.10.09 | 842 |
2698 | '혼자 노는 시간' | 風文 | 2019.08.28 | 843 |
2697 |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 없다., 요청한들 잃을 것이 없다 | 風文 | 2022.09.10 | 843 |
2696 | 약속을 요구하라 | 주인장 | 2022.10.20 | 843 |
2695 | 머리가 희끗희끗해졌으니 | 風文 | 2019.08.13 | 844 |
2694 | 자기 몸이 건강하면 | 風文 | 2019.08.26 | 845 |
2693 | 삶의 변화 | 風文 | 2020.05.30 | 845 |
2692 | 실컷 울어라 | 風文 | 2022.12.15 | 845 |
2691 | 아버지의 손, 아들의 영혼 | 風文 | 2023.10.19 | 845 |
2690 | 길을 잃어도 당신이 있음을 압니다 | 風文 | 2022.01.09 | 847 |
2689 | 두려움의 마귀 | 風文 | 2023.07.30 | 847 |
2688 | 감정이 바닥으로 치달을 땐 | 風文 | 2020.05.02 | 848 |
2687 | 엄마를 닮아가는 딸 | 風文 | 2022.04.28 | 848 |
2686 | 단 하나의 차이 | 風文 | 2023.02.18 | 84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