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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키즘은 모든 부당한 권위에 반대하는 사상이며, 아나키즘이 내세우는 주장은 자유, 자연, 자치라는 삼자주의(三自主義)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자유는 인간으로서 당연한 권리이며, 자연은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 전체에 대한 관심, 자치는 스스로 통치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아나키스트 조약골은 지배하는 머리가 없다는 의미에서 민머리로주의로 부를 것을 제안하기도 한다.

한국 사회에서 아나키즘은 20세기 초반에 등장했다. 그러나 일제시대와 독재로 이어지는 정치상황의 변화 가운데에서 무수한 탄압으로 인해 점차로 사라져갔다. 오늘날에는 본래 정치사상으로서 아나키즘보다는 폭력, 파괴, 테러, 무정부주의 등의 단어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로 일반에 널리 알려져 있다.

물론 이러한 인식은 아나키스트에게 있어서 어찌보면 매우 억울한 것이다. 아나키스트 1세대로 불리는 신채호, 유자명, 유림, 이정규와 같은 사람들은 교육과 무장 투쟁, 테러 등의 방법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일제에 맞서는 데 있어서 어떤 집단보다 더 치열하게 독립을 위해 투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논자에 따라서는 시대적 한계 내에서 생존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폭력의 선택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자주의를 주창하는 아나키즘의 실천적인 형태는 정치적인 양상으로 드러났다. 아나키스트들은 해방 후 1946년 경남 안의에 모여 사상 최대 규모의 전국 아나키스트 대표자 회의를 개최했다. 그리고 이 회의의 결과로 독립노농당을 그해 7월에 창당하게 된다. 아나키스트 자유의지에 따라 세계 최초로 아나키즘을 지향하는 합법 정당이 탄생한 것이다.

독립노농당의 정치 지향은 “노동자와 농민이 중심 세력이 되어 근로대중의 최대 복리를 추구하되 경제 운용의 주체로서 중·소 자산층을 활용한 자주적 계획경제, 민주입헌정치, 민주정부 수립이었다.” 또 “산업기관 관리와 경영에 노동자의 참여권을 보장하고, 자력으로 경작할 농민에게 무상몰수, 무상분배, 토지사유권을 인정했다.”(신동아 2007. 8. 27에서 인용)

아나키즘이 그 어떤 사상보다도 개인의 자유를 중요시하며, 부당한 억압과 지배에 대항해 싸워왔지만, 정치 활동으로서 정당 정치로의 진출은 다소 어색한 감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한국의 식민-해방-독재라는 독특한 역사의 흐름에서 형성된 한국만의 특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어쨌거나 정당의 핵심 인물이었던 유림이 1961년에 사망하고, 뒤이어 군부 쿠데타로 권력을 차지한 박정희 정권의 강제 해산에 의해 독립노농당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그 후 10년 뒤 정화암, 하기락 등의 아나키스트에 의해 결성된 통일민주당은 1972년 선거에서 총 득표의 10.2%를 획득했다. 또 다른 아나키스트 이문창은 농촌에서 소규모 공동체를 꾸려서 자주적인 개인의 공동생활을 꿈꾸기도 했다.

늘날 아나키즘의 흐름은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한 개인의 자유 확대와 소규모 직접 민주주의의 가능성과 만나면서 또 다시 재기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벌써 인터넷에는 수많은 아나키즘 관련 블로그와 카페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또한 영화와 장신구 등의 문화상품으로 팔리고 있기도 하며,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그 본래의 저항정신과 자유의 개념은 추상적인 구호로 변해버렸다. 그럼에도 아나키즘이 출현하게 되는 역사적 시점 - 일제에 의한 생존의 억압, 독재에 의한 정치적 억압 - 을 곰곰이 생각해본다면, 오늘날 아나키즘이 또 다시 유행하게 되는 데는 단순한 문화상품으로의 의미 외에도 또 다른 억압의 현대적 형태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성찰을 해보게 된다.

(참고 및 사진 출처: 한국 자주인연맹(www.jajui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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