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역사 있기를 기다리며
수백만 년 저리디 저린 외로움 안고 살아온 섬
동도가 서도에 아침 그림자를 뉘이고
서도가 동도에게 저녁 달빛 나누어 주며
그렇게 저희끼리 다독이며 살아온 섬
촛대바위가 폭풍을 견디면 장군바위도 파도를 이기고
벼랑의 풀들이 빗줄기 받아
그 중 거센 것을 안으로 삭여내면
바닷가 바위들 형제처럼 어깨를 겯고 눈보라에 맞서며
망망대해 한가운데서 서로를 지켜온 섬
땅채송화 해국 술패랭이 이런 꽃의 씨앗처럼
세상 욕심 다 버린 것
외로움이란 외로움 다 이길 수 있는 것들만
폭풍우의 등을 타고 오거나
바다 건너 날아와 꽃 피는 섬
사람 많은 대처에선 볼 수 없게 된지 오래인
녹색 비둘기 한 쌍 몰래 날아와 둥지 틀다 가거나
바다 깊은 곳에서
외로움이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해조류떼가
저희끼리 손끝을 간지르며 모여 사는 곳
그런 걸 아는 사람 몇몇 바다 건너와 물질하며 살거나
백두산 버금가는 가슴으로 용솟음치며
이 나라 역사와 함께 해온 섬
홀로 맨 끝에 선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시린 일인지
고고하게 사는 일이 얼마나 눈물겨운 일인지 알게 하는 섬
아, 독도
여러 해 전에 독도에 다녀온 뒤에 쓴 시입니다. 독도는 지질학적으로도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해온 섬입니다. 아니 "우리에게 역사 있기를 기다리며 / 수백만 년 저리디 저린 외로움 안고 살아온 섬"입니다. 독도는 아름다운 섬입니다. 독도는 외로운 섬입니다. 우리에게 "홀로 맨 끝에 선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시린 일인지 / 고고하게 사는 일이 얼마나 눈물겨운 일인지 알게 하는 섬"입니다.
일본의 후안무치한 주장은 일단 분쟁지역으로 묶어두는 것만 해도 정치적으로 얻는 게 있다는 잘못된 계산에서 비롯되었다고 봅니다. 우파의 민족주의를 자극해도 표가 되고 보수표의 기반 중의 하나인 어민들 표와 지지를 모으는 데도 별로 손해될 게 없다는 정치적 계산도 있을 겁니다. 우리가 강력 대응하는 것을 역으로 이용하기도 하는 얕은 수를 쓰기도 합니다. 학생들에게까지 잘못된 역사 잘못된 사실을 가르치겠다는 일본 정치인들의 뻔뻔함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도종환/시인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 風文 | 2023.02.04 | 15765 |
공지 | 친구야 너는 아니 1 | 風文 | 2015.08.20 | 105227 |
3035 | 힘이 부치거든 더 힘든 일을 하라 | 바람의종 | 2010.05.31 | 6481 |
3034 | 힘을 냅시다 | 風文 | 2020.05.05 | 1176 |
3033 | 힘써야 할 세가지 일 | 바람의종 | 2012.08.29 | 13736 |
3032 | 힘들 때, '기쁨의 목록' 만들기 | 風文 | 2014.11.29 | 10016 |
3031 | 힘내요! 나도, 당신도. | 風文 | 2019.08.30 | 1328 |
3030 | 힘과 용기가 필요하다면 | 바람의종 | 2008.07.31 | 11500 |
3029 | 힐러의 손 | 윤영환 | 2013.06.28 | 14953 |
3028 | 히틀러는 라디오가 없었다면 존재할 수 없었다 | 바람의종 | 2008.08.05 | 17080 |
3027 | 희열을 느끼는 순간 | 風文 | 2020.05.01 | 1361 |
3026 | 희열감이 뭉게구름처럼 | 윤안젤로 | 2013.03.07 | 12832 |
3025 | 희생할 준비 | 바람의종 | 2011.11.09 | 8519 |
3024 | 희생 정신 | 바람의종 | 2012.06.11 | 11893 |
3023 | 희미한 추억을 되살리려면 | 風文 | 2022.02.06 | 1282 |
3022 | 희망이란 | 風文 | 2013.08.20 | 19496 |
3021 | 희망이란 | 바람의종 | 2009.07.31 | 9073 |
3020 | 희망이란 | 바람의종 | 2010.08.03 | 7824 |
3019 | 희망이란 | 윤영환 | 2011.08.16 | 6969 |
3018 | 희망이란 | 바람의종 | 2012.08.01 | 10382 |
3017 | 희망이란 | 風文 | 2015.06.03 | 7417 |
3016 | 희망이란 | 風文 | 2019.08.12 | 1275 |
3015 | 희망이란 | 風文 | 2021.09.02 | 983 |
3014 | 희망이란 | 風文 | 2022.06.01 | 1182 |
3013 | 희망이란 | 風文 | 2023.08.04 | 1376 |
3012 | 희망의 줄 | 바람의종 | 2011.02.03 | 7138 |
3011 | 희망의 스위치를 눌러라 | 바람의종 | 2008.12.27 | 8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