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7.21 18:24

독도 - 도종환

조회 수 6957 추천 수 1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우리에게 역사 있기를 기다리며
  수백만 년 저리디 저린 외로움 안고 살아온 섬
  동도가 서도에 아침 그림자를 뉘이고
  서도가 동도에게 저녁 달빛 나누어 주며
  그렇게 저희끼리 다독이며 살아온 섬
  
  촛대바위가 폭풍을 견디면 장군바위도 파도를 이기고
  벼랑의 풀들이 빗줄기 받아
  그 중 거센 것을 안으로 삭여내면
  바닷가 바위들 형제처럼 어깨를 겯고 눈보라에 맞서며
  망망대해 한가운데서 서로를 지켜온 섬
  
  땅채송화 해국 술패랭이 이런 꽃의 씨앗처럼
  세상 욕심 다 버린 것
  외로움이란 외로움 다 이길 수 있는 것들만
  폭풍우의 등을 타고 오거나
  바다 건너 날아와 꽃 피는 섬
  
  사람 많은 대처에선 볼 수 없게 된지 오래인
  녹색 비둘기 한 쌍 몰래 날아와 둥지 틀다 가거나
  바다 깊은 곳에서
  외로움이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해조류떼가
  저희끼리 손끝을 간지르며 모여 사는 곳
  
  그런 걸 아는 사람 몇몇 바다 건너와 물질하며 살거나
  백두산 버금가는 가슴으로 용솟음치며
  이 나라 역사와 함께 해온 섬
  홀로 맨 끝에 선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시린 일인지
  고고하게 사는 일이 얼마나 눈물겨운 일인지 알게 하는 섬
  
  아, 독도
  
  여러 해 전에 독도에 다녀온 뒤에 쓴 시입니다. 독도는 지질학적으로도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해온 섬입니다. 아니 "우리에게 역사 있기를 기다리며 / 수백만 년 저리디 저린 외로움 안고 살아온 섬"입니다. 독도는 아름다운 섬입니다. 독도는 외로운 섬입니다. 우리에게 "홀로 맨 끝에 선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시린 일인지 / 고고하게 사는 일이 얼마나 눈물겨운 일인지 알게 하는 섬"입니다.
  
  일본의 후안무치한 주장은 일단 분쟁지역으로 묶어두는 것만 해도 정치적으로 얻는 게 있다는 잘못된 계산에서 비롯되었다고 봅니다. 우파의 민족주의를 자극해도 표가 되고 보수표의 기반 중의 하나인 어민들 표와 지지를 모으는 데도 별로 손해될 게 없다는 정치적 계산도 있을 겁니다. 우리가 강력 대응하는 것을 역으로 이용하기도 하는 얕은 수를 쓰기도 합니다. 학생들에게까지 잘못된 역사 잘못된 사실을 가르치겠다는 일본 정치인들의 뻔뻔함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도종환/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12739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102147
210 진정한 자유 바람의종 2012.11.06 9693
209 꽃은 피고 지고, 또 피고 지고... 윤안젤로 2013.06.03 9707
208 쉽고 명확하게! 윤안젤로 2013.05.20 9713
207 사랑 협상 윤안젤로 2013.05.27 9725
206 흙을 준비하라 風文 2014.11.24 9736
205 내 안의 절대긍정 스위치 風文 2014.11.25 9749
204 인터넷 시대 ‘말과 글’의 기묘한 동거 by 진중권 바람의종 2007.10.05 9761
203 TV에 애인구함 광고를 내보자 바람의종 2008.09.25 9764
202 기적을 만드는 재료들 바람의종 2012.07.13 9767
201 현실과 이상의 충돌 바람의종 2008.03.16 9773
200 좋은 일은 빨리, 나쁜 일은 천천히 風文 2014.11.12 9773
199 직관과 경험 風文 2014.11.12 9775
198 뜻을 같이 하는 동지 바람의종 2012.08.29 9779
197 숨겨진 공간 윤안젤로 2013.04.03 9789
196 힘들 때, '기쁨의 목록' 만들기 風文 2014.11.29 9809
195 멋진 몸매 윤안젤로 2013.05.15 9821
194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中 바람의종 2008.03.11 9824
193 과거 風文 2014.08.11 9827
192 이성을 유혹하는 향수, 그 실체는? 바람의종 2008.02.19 9862
191 위험하니 충전하라! 風文 2014.08.12 9872
190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윤영환 2013.06.15 9916
189 멋지게 사는 거다 風文 2014.10.18 9931
188 젊어지는 식사 風文 2014.08.11 9952
187 박상우 <말무리반도> 바람의종 2008.02.27 9958
186 최고의 보상 바람의종 2012.11.09 997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07 108 109 110 111 112 113 114 115 116 117 118 119 120 121 122 Next
/ 122